반추, 그리고 설렘.
나에게 생각만 해도 설레는 곳인 것처럼,
다른 누군가에게도 설렘을 줄 수 있는 곳이 되길.
"멕시코요? 왜요?"
내가 멕시코에서 살았었다고 하면 국적, 성별, 나이를 불문하고 모든 이들의 반응은 한결같다.
멕시코에서 살다온 이후에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많았는데, 미국인, 유럽인, 아시아인 모두 놀랍도록 똑같은 반응을 보이는 걸 보면 내 생각보다도 더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멕시코의 이미지는 마약 카르텔이 판을 치는 무법지대로 각인되어 있는 것 같다.
마치 넷플릭스의 '나르코스'와 같이.
하지만 잠시라도 외국 문화 속에 섞여 지내본 사람들이 으레 말하는 것처럼 사람 사는 건 다 똑같다.
그게 마약으로 유명한 멕시코일지라도 말이다.
아니, 사실 사심을 더해 말한다면 이 나라를 사랑하지 않을 이유보다 사랑할 만한 요소가 조금 더 많은 것 같다.
물론 멕시코에 있으면서 이따금씩 잔혹한 살인 사건을 뉴스에서 접하기도 했고, 지인들에게서 강도 이야기를 전해 듣기도 했다.
나 또한 목숨 값은 지니고 다녀야 한다는 주변인의 말에 500페소(약 3만 원)를 주머니에 꼬깃꼬깃 접어 넣어 다닌 적도 있었으니, 확실히 우리나라처럼 마음 놓고 아무 곳이나 막 돌아다닐 수 있는 나라가 아니기는 했다.
하지만 불안정한 치안 말고도 멕시코에는 관심을 가질 만한 매력적인 요소들이 꽤 많다.
춤과 노래를 즐길 줄 아는 쾌활하고 긍정적인 사람들,
모국에 대한 자부심이 높고 문화적 전통이 잘 보존되어 있는 나라,
보기 드문 따뜻한 날씨와 지역마다 다양한 볼거리를 가진 축복받은 곳.
살기 편한 나라는 아닐지언정, 어떤 면에서는 속 편히 재밌게 살 수 있는 나라.
벌써 멕시코에 살았던 시간보다도 귀국 후 한국에서의 삶이 더 길어진 탓에 나의 기억들이 조금 더 미화된 구석도 있을 테고, 멕시코 그 자체도 내가 살던 때와 또 다른 모습을 지니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적어 내려가는 멕시코에서의 삶을 읽는 당신도 언젠가는 무시무시하고 야만인들의 세상일 것만 같은 이 나라에 얼마간은 호감을 가질 수 있게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