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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마음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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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영신 Jun 24. 2021

바다

스스로에 대하여





소멸과 탄생을 반복하는 바다를 바라보며 지금 내가 지나고 있는  감정 또한 하나의 너울에 불과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경험을 해야만하는지에 대한 비참했던 자문이 부질없는 자괴임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나라고  불행을 피해 가야 한다는 법은 없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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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눈앞에서 움직이는 파도는 격정적이었지만,  곳을 향한 나의 시선이 만난  마치 아무 일도 없는 듯한 평화로운 지평선뿐이었다. 분명 같은 물줄기를 나누고 있는 바다였지만 내가 바라본  장면의 차이는 꽤나 극명했다. 마치 지금의  마음을 보는 듯했다. 한편으론 격정적이지만, 한편으론 평화로운 상태.

어떤 장단에 나를 맡겨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평소처럼 딛고 올라설 힘을 얻기 위해 되려 감정의 나락으로 향해야 하는 걸까, 아니면 이제는 잊어버리고 평화만을 위해 살아야 하는 걸까.

나의 선택은 후자였다.

그것이 지금까지 이뤄졌던 모든 선택의 바람직한 목적지일 테니깐. 잘못된 선택이길 바랐던 이기심은 이제 거두고 아팠던 과거를 잊길 바라는, 애석하지만 진심 어린 나의 마지막 소망도 함께했다. 그것이야 말로 내가 여태껏 보이지 못했던 가장 나답지 않은 방법이기에 가장 가치 있는 판단이 되리란 믿음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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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야 바다보다  넓은 하늘이 보이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니  푸른 바다를 바라보기만 바빴지 정작 바다를 파랗게 물들인 하늘을 바라  생각은 못했던 것 같다. 오늘의 하늘을 한없이 청명하고, 티끌 하나 없이 높고 아름다웠다. 오히려 바다를 바라볼 때보다  마음이 열리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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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명쾌한 답을 찾은 느낌은 아니었다.
어딘가 모르게 불편한 마음은 여전하지만 이젠 평화를 위해 억지 노력이라도 해야 하는 상황임을 충분히 인지했을 뿐이다. 그리고 결국 무뎌질 현실이 두려웠던 마음은 점차 시간이란 이름과 내가 극도로 싫어하던 운명이란 틀에 조심스럽게 스며드는 느낌이었다.






나는 꿈에도 그리고 싶지 않았던 평화를 위해  바다에 왔을지도 모른다.


19, 송정해변에서 돌아가는 차편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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