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존중
내가 윤종신을 좋아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일단 그의 음악에 좋은 추억이 많이 녹아 있어 늘 애정 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그의 음악을 많이 들었던 건 평범한 이야기를 깊이있고 다채롭게 표현하는 능력과 그 속에 은은하게 피어난 삶을 향한 진지한 시선, 그리고 아름다운 멜로디와 마음에 흔적을 남기는 가사 때문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가 갖고 있는 천재적인 음악성과 남다른 평범함, 그리고 멋진 음색만으로 그에게 매료되었던 건 아니다. 그의 오랜 활동을 곁에서 바라보고 있노라면 그가 얼마나 음악을 향한 진심을 갖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진정성이자 진심, 그리고 삶에 대한 건강한 태도라 표현하는 것이 적절할 듯하다.
그는 젊은 스타에서 중년의 제작자가 되기까지 오랜 세월을 지나왔다. 소위 한국 음악의 르네상스라는 시대에도 왕성하게 활동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빌보드에 이름이 오르내린다. 이를두고 누군가는 후배들의 자리를 앗아가는 고증으로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좋은 마음으로 바라보면 그는 과거와 현재의 음악사를 이어주는 건강한 다리의 역할을 하고 있는 음악가이다. 그리고 그 시대 간 간극의 무게를 버티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그를 존중하는 이유는 자신의 스타일을 무조건적으로 고집하기보다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다양한 모습과 실험정신으로 무장할 줄 아는 대단한 용기 때문이다. 무거운 가변성이라고 해야 할까. 마치 데이비드 호크니가 아이패드로 그림을 그리는 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보인다.
물론 인기의 허황된 영생을 위한 옹고집 일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어쨌든 음악이라는 영역에서 오랜 기간 몸담기 위해 자신의 철학을 적절하게 챙기는 것은 물론 그와는 조금은 동떨어져 보이는 현시대의 산물 또한 알뜰하게 챙기며 건강한 균형을 찾아간다는 건 대단한 일이라 생각한다. 소위 문화적 꼰대와는 거리가 먼 사람.
오래된 가수이지만 여전히 그에게 기대를 걸 수 있는 건 그만큼 윤종신이라는 사람의 행보와 음악이 우리의 세월과 함께 나란히 동행하고 있다는 의미가 아닐까. 우리의 시간과 어깨동무를 하고 걸어갈 수 있는 음악이 존재한다는 건 어쩌면 고무적인 일임을 넘어 축복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