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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마음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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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영신 Dec 05. 2021

감상평

삶에 대하여


서점에 자주 들르는 편이다.

책을 보는 것도 좋지만, 책을 보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도 좋아하기 때문이다.


책을 즐기는 사람들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사람들은 책을 통해서 무엇을 얻게 될까.



굳이 책을 보지 않는 날이면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여있는 곳을 둘러본다.

물론 베스트셀러 존만큼 사람들이 쉽사리 모이는 곳도 없지만

꼭 그곳이 아니더라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들이 있다.


그런 곳에 놓인 책들을 보면 많은 사람들이 갈망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가늠할 수 있다.

나와 함께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이런 것에 관심이 많구나.

그것이 부자가 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책이 될 수도 있고,

조금이나마 수월하게 업무를 하기 위한 노하우가 담긴 책일 수도 있고,

잠시 현실로부터 도피하게 만들어 줄 수도 있는 소설이 될 수도 있지만

그중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건 단연 위로를 위한 책들이었다.



나 자신만을 생각하고, 하루를 위로하고,

포기하는 것도 치유라며 다독이는 책들이 몇 년간 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을 재촉한다.

이런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세상이 상당히 편리해지고, 좋아졌다는 말과는 다르게

많은 사람들이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 있음을 체감한다.

우리 시대는 많은 걸 얻는 것과 동시에 많은 것을 잃는 사회인 걸까.

무언가를 포기하고 차단하면서까지 위로를 바라야 하는 절망적인 삶인 걸까.

현실과 부딪히는 순간이었다.

동시에, 마음이 가라앉았다.



언젠가 세상이 편협하게 흘러가지 않기 위해선

때때로 극단적인 방법이 필요할 때도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아마도 이 책들도 극단적인 처방의 역할을 해주는 것은 아닐까.

그렇게 긍정적으로 해석하려 꾸준히 노력하고 있지만 일말의 불편함 마음도 수면 위로 떠오른다.


인간은 불완전하고 미약한 존재이지만 삶에 가해지는 크고 작은 상처를 너무 경멸 시 하는 건 아닐까.

그렇게 되면 우리는 상처 받지 않기 위해 모험조차 시도하지 않는 건 아닐까. 오지랖 섞인 우려가 차올랐다.


좋은 의미에서 상처는 나에게 소중한 의미들을 다시금 아로새겨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는

그런 쓰디쓴 약과도 같다 생각한다.

물론 상처 받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지만 상처를 무조건적으로 부정적으로 바라 볼 필요는 없지 않을까.

상처  않기 위해 삶을 제약해버리고, 경험을 축소하다 보면  다른 후회에 부딪히지 않을까.

우리에게 필요한 건 위로와 동시에 상처도 받아들일 줄 아는 자기애가 아닐까.


흠집이 조금 난 나 자신을,

조금은 미숙한 나 자신조차 사랑할 수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나와 결부된 모든 가치에 사랑이 깃드는 경험을 할 수 있진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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