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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마음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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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영신 Jan 16. 2022

나의 절대 속도를 믿는 것.

스스로에 대하여


최근 친구들을 집에 불러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결국 공기 속에서 부딪히고 뒤엉킨 우리들의 많은 대화들을 관통하는 의미는 '어떻게 하면    있는가' 대한 고민이었던 것 같다.  서른을 넘긴 풋내기들이 싸구려 와인을 홀짝거리며 인생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게 한편으론 우습기도 하지만, 각자 지나온 세월 속에서 수집한 이야기와 감정들을 한데 모아보니  나름대로 그럴듯한 이야기를 빚어내는 듯 보였다.


결국 우리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속도'에 대한 게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30대라는 의미가 주는 적지 않은 부담감과 사회적 위치 그리고 타인의 시선. 누군가는 저렇게나 잘 나가는데 나는 뭘 하고 있지에 대한 소심한 자괴. 자영업을 하는 친구나, 공부를 하고 있는 친구나 그들 마음속에 불안함을 심어 놓은 건 다름 아닌 상대적인 속도였을 것이다. 물론 나 또한 그 불안에서 자유로울 순 없었다. 옳고 그름을 따질 수 없는 문제였다. 다만 우리가 암암리에 내통한 결론은 명확한 목표의식을 갖고, 현재 충분히 노력하고 있다면 조금 늦는 건 대수롭지 않다는 것이다. 비록 우리의 알량해보이는 믿음이 뒤쳐져 버린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한 합리화에 불과하다 말할 수 있을지라도, 괜찮았다. 그걸로 우리의 마음이 편해졌으니깐. 그것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럽다.



앞으로도 상대적인 속도에서 자유로울 순 없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자신이 원하는 목적지는 어디인지, 그 방향은 어느 쪽인지를 가늠할 줄 알고 자신만의 절대 속도를 믿고 유지하는 것이 더 건강한 삶을 꾸려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정답이 없는 세상엔 믿음만 남는다.


풋내기들 머리 셋이 모이면 이런 기특한 생각도 할 수 있다니.

제 나름의 소소한 뿌듯함이 남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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