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절대 속도를 믿는 것.

스스로에 대하여

by 정영신


최근 친구들을 집에 불러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결국 공기 속에서 부딪히고 뒤엉킨 우리들의 많은 대화들을 관통하는 의미는 '어떻게 하면 잘 살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었던 것 같다. 갓 서른을 넘긴 풋내기들이 싸구려 와인을 홀짝거리며 인생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게 한편으론 우습기도 하지만, 각자 지나온 세월 속에서 수집한 이야기와 감정들을 한데 모아보니 제 나름대로 그럴듯한 이야기를 빚어내는 듯 보였다.


결국 우리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속도'에 대한 게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30대라는 의미가 주는 적지 않은 부담감과 사회적 위치 그리고 타인의 시선. 누군가는 저렇게나 잘 나가는데 나는 뭘 하고 있지에 대한 소심한 자괴. 자영업을 하는 친구나, 공부를 하고 있는 친구나 그들 마음속에 불안함을 심어 놓은 건 다름 아닌 상대적인 속도였을 것이다. 물론 나 또한 그 불안에서 자유로울 순 없었다. 옳고 그름을 따질 수 없는 문제였다. 다만 우리가 암암리에 내통한 결론은 명확한 목표의식을 갖고, 현재 충분히 노력하고 있다면 조금 늦는 건 대수롭지 않다는 것이다. 비록 우리의 알량해보이는 믿음이 뒤쳐져 버린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한 합리화에 불과하다 말할 수 있을지라도, 괜찮았다. 그걸로 우리의 마음이 편해졌으니깐. 그것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럽다.



앞으로도 상대적인 속도에서 자유로울 순 없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자신이 원하는 목적지는 어디인지, 그 방향은 어느 쪽인지를 가늠할 줄 알고 자신만의 절대 속도를 믿고 유지하는 것이 더 건강한 삶을 꾸려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정답이 없는 세상엔 믿음만 남는다.


풋내기들 머리 셋이 모이면 이런 기특한 생각도 할 수 있다니.

제 나름의 소소한 뿌듯함이 남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