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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마음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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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영신 Feb 06. 2022

굳은살

스스로에 대하여


익숙한 길을 천천히 거닐지라도  위에 있는 모든  헤아릴  없다.놓치는 것이 생기기 마련.

수년간 애정 했던 동네를 오고 가면서도 늘 비슷한 생각을 했다.

얼굴을 튼 카페보다도 더 좋은 곳이 있겠지.

더 풍성한 버터 냄새로 가득 찬 빵집도 있을 것이고.

내가 모르는 미지의 세계는 분명 존재할 거야.

하지만 이어져 온 자문과 자답이 무색하게 난 늘 찾던 오늘의 커피를 시켰고,

습관처럼 버터 프레첼을 사 먹었다.



이 동네에 올 때마다 마치 마음에 굳은살이 베긴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자꾸 연필을 쥔 탓에 손에 생긴 굳은살을 아무 생각 없이 매만지듯,

나는 아무 생각 없이 습관처럼 이 동네를 거닐고 있었다.

여전히 아늑하지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기분에 빠져들었다.

한창 우울해질 때쯤 이제는 굳어버린 감각을 떠나 다른 세계로 감각을 트일 필요가 있음을 깨달았다.



내밀한 용기가 필요했다.

거창하지 않지만 그래도 은근한 힘이 필요한 용기.

그래서 함께 가보기 위해 알음알음 모아뒀던 장소를 당차게 펼쳐놓고 하나둘씩 실천해보기로 했다.


협소하지만 평화가 내려앉은 서점부터

걸어서 올라갈 수 있는지 가늠키도 어려운 산속 카페까지.

익숙하지만 낯선 세계에 닿자 마음이 크게 동했고,

오랫동안 마음에 고여있던 호흡을 시원하게 환기시킨 느낌이었다. 

그 어느 때보다 상쾌한 순간이었다.



나 자신이 점점 변해가고 있음을 느꼈다.

고증을 사랑하고, 안정을 추구했던 삶에서

조금 더 넓은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조금 더 입체적인 자아를 희망하는 방향으로.

그것을 성장이나 발전이라 표현해도 괜찮을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내심 기분이 좋은 걸 봐선 애써 모른 척 표현을 허락해도 괜찮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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