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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영신 Sep 24. 2022

지혜

행복에 대하여



있다가도 없는 의미로 사람을 판단하고 싶지 않았다. 가령 상대를 둘러싸고 있는 물성과 그가 딛고 있는 위치 같은 것 말이다. 그것이 내가 우리 부모님을 통해 배운, 거칠지만 가치 있는 삶의 지혜였다. 그 지혜는 여전히 내 우주에서 유효하다. 이는 아마도 삶의 끝자락에 가닿을 때까지 지켜야 할 태도일 것이다.



결국 내가 경계해야 하는 건 오로지 나 자신이었다. 그중에서도 세상의 흐름에 동요되어 버린 나. 주위와 분위기에 휩쓸린 나는 가끔씩 내 스스로의 옆구리를 푹 찌르곤 한다. 네 선택이 괜찮았냐고. 더 나아가 옳은 길이었냐고. 나는 나 자신을 믿는 것과 동시에 우린 늘 옳은 선택을 할 수 없다는 사실 또한 신뢰하고 있었다. 즉, 나도 가끔은 나의 선택에 흔들릴 때가 있다는 고백이다.



세상에 흔들리지 않는 건 없다. 나도 예외는 아니다. 그 흔들림에 동요되어 자괴할 때도 더러 있지만 그건 잠시뿐이었다. 나의 선택은 옳고 그름의 영역에 귀속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삶의 목표를 향하는 방향과 맥락을 나누고 있느냐의 여부만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목표로부터 삐뚤어진 방향이라면 조금 돌아가면 될 일이고, 만에 하나 정반대를 향해 역행했다면 정신 똑바로 차리고 다시 목표를 향해 달려가면 될 일이었다. 복잡 다난한 나는 스스로를 조금 더 단순하게 대우할 필요가 있었다. 나에겐 인위적인 단순함이 필요했다.



나는 나의 선택을 늘 존중한다. 그것이 늘 좋은 결과를 도출해내리라 생각하진 않는다. 알면서도 차선을 선택해야 할 때가 있고, 나도 모르게 최고의 결과를 도출하게 될 때도 있는 것이 우리의 우주가 아니겠는가. 그것이 내게 가져다주는 위로는 늘 완벽함을 추구할 필요는 없다고, 조금은 낙천적이고 이완된 마음으로 세상을 훑어볼 필요가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 되새김은 여전히 내겐 어려운 숙제와도 같긴 하지만.


내가 집중해야 하는 대목은 스스로가 얼마나 흡족할 만한 삶의 목표를 지니고 있는지, 그 토대를 얼마나 신뢰하는지에 대한 가짐 뿐이었다. 세상의 흐름과 타인의 조건은 내게 건강한 동기가 되어줄 것이고, 그들이 행복하다면 손뼉 쳐주고 함께 기뻐하면 그만인 일이었다. 그리고 나는 다시 내 자리로 돌아와 나의 뜻을 나누는 애틋한 사람들과 발맞춰 나아가면 된다. 그것이 내가 바라는 상대적이지 않은, 진실되고 순도 높은 행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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