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에 대하여
나름의 작업을 마치고 오래간만에 걸을 겸 명동에서 종각까지 걷기 시작했다. 부모님께 곧 도착한다는 말과 함께 종각역으로 향하던 도중, 광교를 건너는데 저 멀리 보이는 건물들 뒤로 하루 끝에 걸터 있는 노을 한 자락이 보였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노을을 멍하니 바라보다 종각역으로 향하던 발걸음을 노을을 향해 돌렸다.
그렇게 정처 없이 걸어 도착한 광화문. 티끌 하나 없이 깨끗한 하늘 위로 은은하게 퍼져있는 노을은 내 맘에 조금씩 스며들기 시작했다. 이보다 아름다운 노을들도 수없이 마주했었지만 오늘은 좀 덜 아름다워 보이더라도 이 노을에 마음을 내어주고 싶었다.
그리고 마음 한편에서 이는 생각. 다행이다.
아직까지 마음을 일렁이게 하는 무언가가 있어서.
그것이 비록 나의 소중한 꿈괴 목표가 아니더라도 내 척박한 마음에 단비와도 같은 존재가 있어서.
매일같이 하늘 위로 펼쳐지는 노을 하나에도 마음이 벅차오를 수 있어서. 아직은,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