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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마음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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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영신 Mar 15. 2020

늘 나를 이끌었던 것도, 붙잡았던 것도 나 자신이었다.

자신에 대하여


삶을 진보와 후퇴로 바라보는 시각이 다소 잔인하게 느껴질수도 있지만 우린 늘 무의식적으로 자기 자신의 위치를 가늠하며 살아간다.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앞으로 어떤 변화를 위해 노력해야할지. 


나도 늘 생각한다. 내가 지금 어떤 길을 걷고 있는지. 어떤 위치에 와있고 지금 내 주위엔 어떤 가치들이 존재하는지. 그것이 낯선 것인지 익숙한 것인지 해가 될 것인지 익이 될 것인지. 판단하는 기준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끝이 보이지 않는, 말 그대로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이야기겠지만 사실 이 기준을 논하는 건 별 의미가 없어 보인다.


스물아홉. 이젠 어린 나이라고 말하기 애매한 숫자. 29년이란 세월 아니, 주체적으로 판단하며 살아 간 10여 년의 세월 동안 나는 어떤 마음가짐이었는지, 어떤 판단과 사고의 항해를 거쳐 지금 이 곳에 서있는지 생각해보았다. 이 난데없는 생각은 어쩌면 지금 내 위치에 대한 불만족, 지나온 세월에 대한 여러 후회를 향한 본능적인 합리화의 일부였을지도 모른다.


역시 나의 회의주의적인 사고는 나 자신에게도 어김없이 발휘되었다. 사고의 마침표는 긍정보다는 쓰디쓴 약과도 같은 생각만 잔상으로 남았다.



그때 더 용기를 냈다면.



결국 현재의 내가 짊어진 후회는 과거의 내가 빚어낸 것이었다. 생각을 생각으로써 남겨둔 일. 용기 내지 못하고, 끈기를 갖지 못했던 일. 늘 마음속으로만 품어 온 많은 가치들.


과거를 향한 후회는 의미가 없다지만 나에겐 그저 무색한 표현에 지나지 않는다. 나의 사고는 과거로부터 이어져온 연속된 선택에 집요하게 묶여 있었다. 물론 지금 이 자리를 박차고 나설 때쯤이면 무겁디 무거운 생각을 가볍게 털어버릴지도 모르겠다만 일단 지금은 마음이 어수선하다.


애써 어수선한 맘을 다잡고 억지로나마 긍정적인 생각을 그려본다. 물론 지금보다 더 좋은 위치에서 세상을 바라보았다면 좋았겠지만 이야말로 아무렴 소용없는 독백일 테니깐. 어차피 과거로 다시 돌아갈 순 없으니깐.


과거에 갖지 못한 용기와 내리지 못한 결정, 그리고 사라져 버린 실천. 과거의 부족함은 현재의 연장선이 되어 흑색의 미래를 가져온다는 사실.


꿈과 더불어 절대로 잊어선 안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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