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모래에 볼일을 본다. 그리고 모래를 덮어 흔적을 지운다. 고양이 소변은 '감자', 대변은 '맛동산'이라 부르는데, 생김새가 닮아 그렇다. 우리는 아침, 저녁 하루에 두 번 감자(덩달아 맛동산도)를 캔다.
고양이에게 화장실 환경은 중요하다. 고양이 전문 수의사들이 말하는 공통적 조언이다. 고양이 화장실 환경 기준은 이렇다. 첫째, 깨끗한 화장실. 둘째, 큼지막한 화장실. 셋째, 고양이가 선호하는 모래가 깔린 화장실. 첫째와 둘째는 집사가 해결할 수 있지만, 셋째는 고양이에게 맡겨야 하므로 어렵다. 그래서 첫 모래 고를 때 다양한 모래를 놓고 고양이 선택에 맡기기도 한다.
고양이 모래는 2주에서 3주 사용하면 전체 갈이를 한다. 전체 갈이 전에 기존 모래를 종이컵 1개 분량만큼 덜어 놨다가 새 모래를 깔기 전에 먼저 깔아 놓는다. 고양이가 묻혀둔 예전 냄새가 배게 하려는 의도다. 모래는 7~8cm 내지는 엄지손가락이 잠길 정도로 깐다. 모래가 얕으면 감자가 잘 덮이지 않아 고양이가 스트레스를 받는다.
[요미야, 춤추니?]
촥촥. 요미가 화장실에 들어갔는지 모래 덮는 소리가 들린다. 고약한 냄새가 없는 걸 보니 감자다. 요미가 모래를 털고 나와 으애애옹 하고 운다. 치워달라는 얘기다. 하지만 우리는 치우지 않는다. 갓 생산한 감자는 수분이 남아 있어서 바로 치우면 감자가 부스러진다. 부스러진 감자는 싫다. 치우기도 힘든데다, 부스러진 모래에 세균이 덧붙어 증식할 수 있다. 감자 부스러기가 생겼다면 사금 거랑하듯 촘촘한 모래삽으로 걸러준다. 그래서 모래삽은 구멍이 촘촘한 모래삽과 성긴 모래삽, 두 개가 있으면 좋다.
요미가 감자를 묻은 장소는 모래가 볼록해서 알 수 있다. 하지만 숨겨진 감자도 있기 때문에 모래삽으로 화장실 전체를 한 삽, 한 삽 퍼내 본다. 천천히, 그렇다고 너무 느리지는 않게 삽으로 모래 밑바닥을 툭툭 밀어낸다. 그럼 어느 순간 저항감이 느껴진다. 농 밑에 동전 꺼내려고 30cm 자 넣고 동전 밀어내던 그 느낌이 온다. 그때 모래삽으로 주변을 살살 문지르면 감자 끄트머리가 보인다.
[포슬포슬한 요미 감자]
익숙한 일을 하면 꼭 다른 생각을 한다. 익숙하기에 그렇다. 머리를 감으며 오늘 할 일을 생각하거나, 어제 들었던 기분 나쁜 말을 되새긴다. 정작 주 목적인 머리는 소홀히 감는다. 대충 물 적시고 샴푸로 벅벅 문질렀다가 헹구고 만다. 그런데 오롯이 머리만 감으면 다르다. 미지근한 온도로 두피를 살살 적시고, 샴푸를 적당량 손에 묻혀 두피를 마사지한 뒤, 샴푸가 남지 않게 머리를 참방참방 헹구면 새삼 개운하다. 집중하면 다르다. 모든 일을 경건한 마음으로 임하면 다르다. 예컨대, 깜빡한 물건 때문에 발걸음을 돌리지 않을 수 있고, 급히 나오다 문턱에 발가락 찍고 총총 뛰지 않을 수 있다. 일상이 수행이다.
뭉텅한 감자를 모래삽으로 들어 올린다. 그러면 감자가 제 모습을 드러낸다. 동그랗고 포슬포슬한 모양을 보니 요미 감자다. 구미 감자는 작고 울퉁불퉁하다. 요미 감자를 부스러지 않을 만큼 반동을 주어 주변 모래를 털어낸다. 캐낸 감자는 네모난 깡통에 넣는다. 모래를 반듯하게 정돈하고 항균 탈취 스프레이를 분무한다. 취이익. 항균력 99.9%를 자랑하는 수분 알갱이가 모래에 안착할 즈음 화장실 뚜껑을 덮는다. 캐낸 감자는 배변 쓰레기통에 버린다. 그럼 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