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손에는 간식을, 다른 손에는 가위를 들고 요미를 불렀다. 간식 봉지를 흔들었지만 구미만 반응을 보였다. 꼬리를 바짝 세운 구미를 쓰다듬어 주고 안방을 들여다보았다. 요미는 침대에 가로누워 그루밍 중이었다. 움푹 파인 털을 숨기려는 듯 혀로 열심히 긁어 내리고 있었다. 간식 봉지를 한번 더 흔들었다. 요미는 들은 체도 안 했다. 요미 턱 밑에 엉긴 털을 잘라주려고 간식으로 꾀던 참이었다.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요미 발톱을 깎거나, 귀를 청소할 때 간식으로 요미를 꾀곤 했다. 하지만 대부분 넘어오지 않았다. 원래 그랬다. 욕심이 없는 건지, 느긋한 건지. 요미는 간식을 흔들면 호기심을 보이다가도 방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싫은 행동을 할 때마다 간식을 줘서 학습한 걸까. 아니면 어디 아픈 건 아닐까. 수의사 선생님께도 물었다. 선생님은 자기 손에 들린 스틱형 습식 간식에 관심 없는 요미를 보고 놀랬다. "정말 욕심이 없는 아이네요. 아니면 자기 취향을 못 찾았나 봐요." 그래서 다양한 간식을 사다 주었다. 편의점에서 파는 닭고기맛 습식 간식을 그나마 좋아했다. 둥그런 플라스틱 통에 담긴 간식을 그릇에 포개어 주면 챱챱거리며 먹었다. 하지만 요미는 간식을 많이 먹지 못했다. 구미가 요미 간식에 고개를 들이밀기 때문이다. 그럴 때면 요미는 두어 걸음 물러나 더 이상 간식에 욕심내지 않았다.
[이 눔 시끼야, 요미 언니 꺼 뺏어 먹지 말라고]
요미가 먹지 못하면 입가에 간식을 갖다 대 주었다. 구미가 뺏어 먹으면 구미를 크게 혼냈다. 그러다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내 욕심대로 행동하고 말았다. 요미가 구미에게 양보한 걸 지도 모른다. 아니면 요미가 다 먹었을 때 구미가 온 걸지도 모르고. 또 욕심대로 행동하고 말았다. 하지만 나는 욕심이 많았다. 일상에서도 그랬다. 욕심대로 밀어붙이고 상대가 받아주지 않으면 눈에 띄게 실망을 했다. 욕심을 끙끙 안고서 놓지를 않았다. 웃음이 샜다. 직장 다닐 때는 반대로 행동했기 때문이다. 욕심대로 행동하고 밀어붙이는 대표가 이기적이라고, 자기 욕심만 챙길 줄 안다고 욕하기 바빴다.
"일정 안에 이 기능들, 다 넣기 힘듭니다." 대표는 내 말에 얼굴이 굳어졌다. 지금껏 본인이 대외적으로 말한 게 있는데, 내가 그 입장을 헤아리지 않아 그렇다. 그러나 이미 몇 번을 말했다. 지금 수준으로는 오픈하지 못한다는 테스트베드 입장도 전달했다. 그래도 대표는 밀어붙였다. 밀어붙이면 기존 일처럼 될 줄 알았던지, 사람 좋게 웃으며 잘 될 거라 다독였었다. 결국 일은 실행되지 못했다. 대표는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나를 문책했다. 나는 책임자로서 객관적 입장을 지켜야 함에도 들끓는 마음을 뱉고 말았다. 감정적으로 대표와 대치했고, 직장을 관뒀다. "잘 관둔 거야."라며 나를 다독였지만, 아니다. 잘 관두지 못했다. 이기적인 욕심만 유해처럼 남아 나를 괴롭혔다.
요미를 위해 새 간식을 뜯었다. 요미는 여전히 관심이 없다. 마흔을 바라보는 내가 불혹에 들어야 하는데 요미가 불혹에 들었다. 구미만 안달났다. 간식 몇 알을 멀리 던져 구미 관심을 돌렸다. 그리고 간식을 손에 덜어 요미에게 주었다. 그제야 요미가 먹었다. 가위를 들어 조심스레 턱 밑을 조심스럽게 쳤다. 잘린 털이 나부꼈지만, 요미는 신경 쓰지 않았다.
간식을 다 먹은 요미는 기지개를 켰다. 그리고 나를 보았다. 다른 볼 일이 있는지 묻는 듯했다. 내가 눈인사를 하자 요미는 꼬리를 살랑이며 거실로 이동했다. 그리고 볕 드는 자리에 몸을 동그랗게 말고는 나를 바라보다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