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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작가 Jul 09. 2016

감히 사랑 앞에 오만하지 말 것

[드라마 굿바이솔로] 단 한 번이라도 사랑을 뜻대로 통제했던 적이 있던가

연출 / 기민수, 황인혁
극본 / 노희경

방송일 / 2006년 3월 1일 ~ 4월 20일




#굿바이 솔로 10회

KBS <굿바이 솔로> 10회 화면 캡쳐
미리(김민희)
언니, 내가 양씨를 잊을 수 있을까?

영숙(배종옥)
못 잊지~
잊는다는 건, 어느 날 그 사람이 나타났을 때, 
"어머, 누구세요?" 아니면
그 사람 이름을 들었는데,
"그게 누구더라?" 하는 게 진짜 잊는 건데
살 부비고 산 사람을 그렇게 잊을 수 있냐 미치지 않고선?

사랑하는 사람을 버릴 순 있어도
잊을 순 없어, 안 그래?

미리
내가 양씨 없이 살 수 있을까?

영숙
인간이 얼마나 독한데 못 살어, 살지~

미리
양씨 보고 있을 땐 하루죙일 봐도 안 질리던데,
바다는 금방 질린다. 지겹다.
미리
잘 살아야지, 이 악물고.
엄마 아부지, 동생한테 미안하지 않게.
괴로워도 슬퍼도 웃으면서.

영숙
니가 캔디니? 괴로워도 슬퍼도 웃게?
내가 장담하는데 그렇게 살면 안돼. 병 나.
캔디 만화 끝이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지만,
캔디 걔, 아마 정신병동에 갔을걸? 너무 참아서?
울어, 울고 싶으면.
미리
바보 같은 기집애.
결국, 이렇게 될 걸.
최미리, 미친년.

미리N
우린 남에게 보다 늘 자신에게 가혹하다.
당연히 힘든 일인데, 자신을 바보 같다고 미쳤다고 
남들도 욕 한 나를 내가 한 번 더 욕하고.
그것도 모자라 누군가는 가슴에, 누군가는 몸에 문신을 새기기도 한다.
그렇게 자신을 괴롭히면서 우리가 얻으려는 건 대체 뭘까.
사랑? 이해? 아니면 죄책감에서 벗어나는 것?


#굿바이 솔로 12회

미리
난 솔직한 게 병이야.
그래서 말하는 거야.
아저씨 니가 아직도 좋아.
이제 헤어지고 나면 평생은 모르겠지만 한 2,3년쯤, 아마 다른 남자 못 만날 거야.
이후론 자신 없지만.

다시 만나고 싶어. 그런데 전 같은 관계는 싫어.
난 일방적으로 아저씨만 보고 아저씨는 마지못해 날 보는 것처럼 거드름 피우고 
막 대하고 밉다 소리치고 가라 소리치고 그럼 내가 다시 잡고.
그건 싫어.
한 번도 아저씨한테 거짓말한 적 없어.
근데 딱 한 가지 거짓말 했드라. 무조건 사랑한다고 했던 거.
무조건은 내 수준이 안 되더라. 나도 조건부더라.

날 사랑해줘, 지수 그 여자랑 끝내고.
그럼 다시 시작할 수 있어 나는.
날 잡아줘 아저씨.

양철
난 안 잡아.
부탁 안 해 나는.
빌고 애원하고 하는 거 다신 안해.

미리
잡으면 나 안 갈건데?
안 하면 나는 가.

양철
보내는 거 나는 안 두려워.

미리
나는 안다?
두렵지? 내가 나중엔 갈까봐.
그래서 나한테 버려지기 전에 니가 먼저 선수치는 거지.
지금도 니 맘속에선 그러지, 미리한테 매달리라고.
그 자존심 버려 내가 버렸듯.
자존심 가지고 사랑을 어떻게 하니.

잡아, 이제 가면 다신 못봐.
니 그 못된 오기 고치기 전엔 나도 싫어.




장작가의

요거트라디오



사랑하는 감정에 '의지'가 얼마나 관여할 수 있을까.

이 사랑은 나를 가엾게만 할 뿐이라고,
위험하다고, 가지 말라고
내 뺨을 수없이 쳐 봐도
정신 차리면 그 사람 앞에 서 있을 때나

이 사람을 사랑해줘야지 백날 다짐해도
한순간에 흔들려버리는 나의 마음을 마주할 때나

키 크고 어른스럽고 똑똑한 남자가 이상형이라고
모두에게 말하고 다녀봤자 결국, 
내가 선택한 사람은 키도 작고 철부지 아이 같을 때.
그럼에도 이 사람을 참으로 소중히 여기는 나를 볼 때.

도대체 사랑에 '의지'는 얼마나 통하는 것일까.

단 한 번이라도 사랑을 우리 뜻대로 통제했던 적은 있던가.

이쯤이면 우리는 인정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사랑 앞에 나는 아무런 힘이 없다고.
나조차도 이해하지 못하면서 상대방을 감히 이해하려 하지 말라고.
단지 내가 알고 있는 단 하나의 사실은
저 사람을 무지 사랑하고 있는 것뿐이라는 것.
그뿐임을 담담히 인정해야 할 것이다.

어른들이 말씀하셨다.
공부하는 게 제일 쉬운 거라고.
인생 오래 사신 분들에게 고민이 사랑뿐이겠냐만은
내 맘대로 되지 않는 사랑도 그중 큰 부분을 차지할 것이다.

마음을 내려놓기로 한다.
왜 나는 지금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사랑을 하고 있는지,
왜 너는 훤히 보이는 가시밭길을 굳이 걸으려 하는지,
따져 묻지 않기로 한다.

우리는 다만 사랑할 뿐이다.
사랑을 하고 있는 미련한 사람일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YogurtRa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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