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작가 Mar 25. 2017

다시 만난 언덕, 아홉수

[감성 에세이] 아홉이란 숫자는 두려움이 잔뜩 묻어난 숫자다.

이집 저집 문을 두들겼다.
혼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미약한 희망마저 운명으로 부풀려졌다.
예전이라면 가볍게 지나쳤을 것을...
언제부터 이리도 약해진 걸까.
희미하게 불어오는 바람에도 크게 휘청인다.

옆으로 지나치는 너와 나들은 마주 잡은 두 손에 
온몸으로 온기가 서서히 퍼져나갔다.
누군가는 한 시간이 지나도록 좀처럼 
베갯잇 자국이 사라질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데.

앞으로의 시간 속에서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는 사람은
누가 가르쳐주지 않았음에도 
'초조함'이란 것을 배우게 된다.


지금 이 순간이 
인생의 가장 젊을 때인데
그 순간을 기록해줄 이가 없다는 것.



아홉이란 숫자는 

두려움이 잔뜩 묻어난 숫자다.
열아홉에는 온실을 벗어나 야생으로 들어서는 시기며
스물아홉은 짙어진 야생의 농도 속에서 견딤을 배우는 시기다.

또한 여태 누구의 필요도 느끼지 않은 채 줄곧 홀로 싸워오다,
나와 비슷한 또 다른 존재를 찾게 되는 때이기도 하다.

아홉수는 그런 의미의 숫자가 아닐까.
잘 달리던 자전거가 언덕을 만났을 때의 기분.

저 턱을 넘어서야 한다고, 
지금이 끝이 아니라고.

저 너머엔 평지가 있을 것이다. 
(그리 믿어야 한다)



@YogurtRadio

매거진의 이전글 익명의 편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