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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작가 Mar 07. 2016

'이해한다'는 말의 위험성

[그들이 사는 세상_9화] 드라마처럼 살아라 I

연출 / 표민수, 김규태

작가 / 노희경           

방송일 / 2008년 10월 27일 ~ 2008년 12월 16일


드라마처럼 살아라Ⅰ(9화)


KBS2 <그들이 사는 세상 9화> 화면 캡쳐  / 세상 일은 절대, 뜻대로 되지 않는다.
준영N
애인은 날 의리 없고 이기적인 애라고 단정 짓고 가버리고,
반찬도 동이 나고, 밥도 없고, 춥고, 배도 고프고,
이 문젤 단 한 번에 해결하는 길은 엄마한테 전화 한 통이면 충분하다.

그럼 엄마는, 당장이라도 내가 좋아하는 감자전에 시금치나물에 문어숙회까지 들고 올 거다.
그리고 따뜻한 밥을 해서, 냉동실에 가득 저장해놓겠지.
1분간의 짧은 통화면 그 모든 게 해결되는데.
나는 그럴 맘이 안 난다. 차라리 굶고 말지.

어떻게 엄마를 떠났는데, 이제 와 다시 이런 사소한 일로 부딪칠 기회를 만들 순 없다.
엄마는 내가 조금만 여지를 두면 당장이라도 내 곁에 들러붙어,
온갖 내가 싫어하는 말들과 행동으로 나를 구렁텅이에 밀어 넣을 게 뻔한데.

정말 듣고 싶지 않은 말을 들었다.
어려서 엄말 피해 드라마를 봤는데,
더 이상 엄마를 피하면 내 드라마의 한계를 벗어날 수 없다고?
절대 그럴 리 없다. 드라마는 드라마고, 인생은 인생이다.

근데 아빠도 그런 식으로 말한 거 같다.
시처럼 인생을 살아라.
돌아버리겠네. 아, 모르겠다. 정말.


#'이해한다'는 말의 위험성


누구도 나를 쉽게 이해할 수 없다.

그러므로 나에게 함부로 조언해서는 안 된다.

나도 그들에게 마찬가지다.


정확하게 일치하는 그 상황 속에 직면해야만

타인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자꾸,

'너는 분명 이럴 것이다' 라며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준영에게 엄마는 지오(현빈)가 말하는 그대로였다.

교양 없고 카드놀이와 술에 푹 빠져 사는,

게다가 남자와 바람이나 피우는 그런 여자.


반면 아빠는,

아이에게 보들레르의 시를 읽어주고

준영이 드라마처럼 인생을 살길 바라셨던, 교양 있는 남자.

그래서 그가 준영의 엄마에게 이혼을 원했다 한들

그런 아빠의 행동을 이해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게 하는, 그런 사람.


이쯤 되니, 세상에 '그런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단 생각이다.

가정을 등지고 불륜을 했다 해서 사랑을 우습게 생각하는 사람도 아니고,

늘 현자처럼 어진 언행을 한다 해서 인생에 오점이 하나 없는 것도 아니다.


그렇게 판에 박힌 인생이었담, 어쩌면 쉬웠을지도 모르지만

그렇지 않기에, 우리는 그들을 이해하기 위해 온몸으로 노력하고

또 실패하고 아파하며

거기서 다시, 그들을 이해하게 되는 건 아닐까.



#당신이 나를 이해해주기를 바라는 욕심


- 넌, 나를 잘 몰라


연인에게 수없이 많이 했을 말.

이유는 간단하다.


내가 가장 이해받고 싶은 사람이니까.

그런데,

이 말만큼 잔인한 말이 또 있을까.


절대로 나를 이해할 수 없는 너에게

나의 모든 걸 알아 달라고 하는 건

채찍질만 하지 않았지, 고문과 다름없다.


그래서 나는 너에게,

더 많은 말들을 하기로 다짐했다.


내 마음에 대해서,

내가 사는 세상에 대해서,

지금 느끼는 이 감정들에 대해서.


너의 귀가 뜨겁도록 말할 것이다.


그마저도 않는다면,

너와 나는 닿지 않을 테니까.




@YogurtRa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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