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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작가 Mar 08. 2016

불안, 이해, 상처...
<괜찮아, 사랑이야>

[괜찮아 사랑이야 11회] 사랑을 인정하던 순간.

연출 / 김규태
극본 / 노희경

2014년 7월 23일 ~ 2014년 9월 11일

SBS <괜찮아 사랑이야> 11회
해수
음, 저는 노팅힐이나 귀여운 여인 속 두 주인공처럼
누구라도 사랑할 만한 대상이어서 너무 예쁘고 섹시하고

또 젊어서 서로 사랑하는 게 아니라 그냥,
단지 너여서 단지 그라서 좀 괴팍하고 늙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그 관계가 정말 저는 감동이었거든요.


해수
많은 분들은 이 둘이 결혼했기 때문에
자식이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산다고 얘기할지도 모르겠네요.
그런데 전, 이들에게 그 어떤 것보다도
서로와 함께 보내온 숱한 추억이 있기 때문에
그 뜨거운 화해가 가능하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재열
서로가 함께 겪은 숱한 추억,
저도 그렇게 숱한 추억을 함께 쌓을 사람을 만나보고 싶어지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


사실,
아직까지도 사랑이 무엇인지

정확히 안다고 속단할 수는 없지만
어두운 터널 끝, 환한 빛을 보던 날이 있었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당연히 상대에 대한 신비로움이나 호기심이 사라지기 마련이다.

뿐만 아니라,
장점마저 단점으로 변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그럼에도
그 사람을 무시할 수 없다면,
곁을 떠날 수 없다면,
인정해야 한다.

"당신은 그 사람을 사랑하고 있다."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상대를
예전이라면 혀를 끌끌 차며 비난했을 사람인데도 여전히 그 사람 옆에 서 있는 당신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것.
그것이 사랑이다.


수광
근데 사랑하는 관계에서 좀 더 사랑하는 사람이 약자라는 말이 있잖아.
나 이번에는 약자 되기 싫은데..
강자 되는 방법, 혹시 알아?

재열
더 사랑해서 약자가 되는 게 아니라,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약자가 되는 거야.

내가 준 걸 받으려고 하는 조바심.
나는 사랑했으므로 행복하다, 괜찮다.
그게 여유지.



#사랑에서 강자 되는 법


어릴 때의 나의 사랑은 언제나 불안했다.

똥 마려운 강아지 마냥,
초조했고 전전긍긍했다.

자연히 나는 관계에 있어 을이었다.

상대가 의도하지 않은 것에도
괜한 의심을 하고 혼자 상처받고
혼자 도망가는 것.

이런 나의 원맨쇼에
상대 또한 지쳤으리라.

변명을 하자면
너무나도 상대를 사랑하였기에
내 곁을 떠날까 불안했던 거라고 말하겠지만, 그건 진정 사랑이 아니었다.
단지 상대를 소유하고 싶었던 것.

어느 누구도 나를 을로 만들지 않았다.
나 스스로 나를 을로 만들었다.
그리고 불안증세는 더 커져만 갔다.

자존감의 하락.
건강하지 못한 관계.

그때의 우리를 망친 것은 나였다.

세월이 흘러 세상 속에서 나는 여러 방법을 통해 성숙해졌다.

그리고 이 드라마를 본다.
마음의 여유 없이
상대를 소유하고만 싶었던 그때의 나는,

머리 속에서 계산기를 두들기며
이것저것 따졌던 나는,
가엽게도 사랑을 한 번도 제대로 한 적도, 받은 적도 없었다는 걸 깨닫는다.


혼자 골방에 갇혀
어떤 것도 손에 쥐지 못한 채,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무언가를 뺏길까 두려워하는 그저, 불쌍한 사람이었다.




@YogurtRa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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