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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경계선에서

東日本大地震을 생각하며

by 안나












2011년 3월 11일


그날은,

딸아이와 약속을 했더랬다.

학교 끝나면 휴대폰을 사러 가자고.

피아노를 배우고 돌아오는 길이 걱정되어

어쩔 수 없이 휴대폰을 사러 가기로 한 날이었다.


오후. 2시가 넘었을까, 그것은 갑자기 왔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집이 흔들리기 시작하는데

이전에 느껴보지 못한 큰 울림과 흔들림이었다.

쿵, 하는 소리에 내 심장도 쿵, 소리를 내며 뛰기 시작했다. 집안이 흔들리고 여기저기서 물건이 떨어졌다. 두려움에 떨며 식탁 밑에 들어가 엎드려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으고 있었다.


일본에 있으면서 가끔,

몇 번의 지진은 경험했지만

그때는 지금까지의 그것과는 달랐다.

흔들리는 감각이 달랐다고 할까, 집안이 빙글거리며 돌고 도는 느낌이었다. 물건이 툭, 툭 떨어질 때마다 내 마음도 같이 떨어지는 것 같았다.


식탁 밑에 엎드려 떨리는 손으로 TV리모컨을 찾아 TV를 켰다. 일본 열도가 불에 타고 있었다.

(당시, 화면을 보며 느낀 나의 감정이 그랬다는 것)


올게 왔구나 하는 느낌.

오늘 여기서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들자

누군가에게 들었던 것처럼 나의 지나간 날들이

눈앞에 파노라마처럼 지나갔다.


잠시 동안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시간이 길게 느껴졌고 많은 생각들이 오고 갔다.



가장 안타까운 생각은,

내가 용서를 못한 것이었다.

그 외에는 후회스러운 일들, 왜 그렇게 했을까?

그러지 말았으면 좋았을 것을... 그런 류의 감정이었다.


아, 사람이 죽음 앞에 직면하면

이런 기분이 되는구나....


죽음을 생각하고 나니 오히려 냉정해졌다.

냉정을 되찾고 TV를 보았다.

모든 방송국에서는 정규 방송을 멈추고 지진에 대한 속보를 실시간으로 보도하고 있었다.

일본열도의 동북지역을 따라 붉은 선이 그어지고

위험도를 알리듯 빨간불이 번쩍번쩍 하고 있었다


화면을 통해 보이는 장면들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집들이 송두리째 둥둥 떠내려가고 있었다.

아니, 이럴 수가!!

집이라는 게 저렇게 가벼운 것이었는가?

아니면 자연의 힘이 저토록 강한 것이었는가?

자연의 분노라고 밖에 뭔가 다른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울고 있는 아이들, 할머니, 할아버지의 넋을 잃은 모습.쁘게 움직이고 있는 소방대원들.


지금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가?

믿을 수가 없었다. 꿈이기를 바랐다.

그러나 꿈이 아니었다.


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다행히(다행이라는 감정이 피해를 입은 이들에게는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은 흔들림이 점점 안정되는 것 같았다.


그제야 딸아이 생각이 났다.

창문으로 학교를 보니 운동장에 아이들이

모여 있었다.

(아이쿠나! 아이를 데리러 가야 하는가 보다)

서둘러 집을 나섰다. 밖으로 나와 보니 아파트 사람들이 거의 밖에 나와 있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지진이 발생하면 가스를 잠그고 문을 다 열어 놓고 집 밖으로 나와야 한다는 것을 나는 모르고 있었다. 아니, 분명 안내는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경험이 없는 나는 잊어버렸을 것이다. 일본인들은 그런 내용을 어릴 때부터 교육을 받아서 모두 숙지하고 있어서 밖으로 나와 있었고, 나는 놀란 마음에 식탁 밑에 들어가 얼빠지게 있었던 것이었다)


학교에 갔더니 대부분의 아이들은 학부모들이 데리고 갔고 운동장에는 몇 명 남아있지 않았다.

딸아이 손을 잡고 데리고 오는데

"왜 이제야 왔어요? 엄마 안 오는 줄 알고 걱정했잖아요"

딸이 한마디 했다.

"미안해. 엄마가 정신이 나갔었나 봐. 이런 일이 처음이라서"

"엄마도 이런 경험 처음이에요?"

딸이 신기한 듯 물어보았다.



그날, 아들은 전철이 움직이지 않아서 집에 돌아올 수 없어서 이틀 동안 친구 집에서 신세를 졌다.

일상이 무너졌다. 슈퍼에는 물건이 없었다. 가장 빨리 없어지는 것은 생필품, 그리고 양식이 되는 것, 그리고 마지막까지 남아있는 것은 달달한 과자 같은 것이었다. 일상이 회복되기까지 꽤 시간이

걸렸다.

죽음의 경계선에 서보고 마음이 낮아졌다.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일상이 무료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그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감사한지 깨닫게 되었다. 오늘 하루 무탈하게 보낼 수 있음이 이렇게 감사한 일이구나, 거듭 그런 생각을 했다.


큰 지진을 경험한 후로,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나의 삶에 대해 더 적극적이게 되었다. 언제 무슨 일을 만날지 알 수 없는 인생. 후회없이 살고 싶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가 나의 인생을 대신 살아 줄 수도 없을뿐더러, 실패를 하더라도 내 인생은 나의 몫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라지는 생명을 보면서 어떠한 생명이라도 하쟎은 생명은 없다는 생각.

그래서 사람을 만날 때, 더욱 조심하게 되었다.

뭐랄까 함부로 대하지 않는, 존중하는 마음, 그런 비슷한 것이라 해야 할까. 그런 것이다.


오늘, 3월 11일을 맞으며

14년 전의 그날을 생각해 보았다.

마음이 다시 콩콩거리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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