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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리는 밤에

기억의 저편에는

by 안나







눈은 소리는 없지만

사라라 사라라

내리는 것 같았다


입자가 작고 가벼운

쉬지 않고 내리는

집으로 가는 길에

하얗게 쌓였다


뽀득뽀득

오랜만에 들어보는 소리

눈을 밟을 때마다

발 밑에서 소리가 난다

눈이 많이 쌓인 곳은

뽀드득뽀드득

오랜만에 들어보는 소리



눈 쌓인 길을 걸으며

아주 오래전, 그러니까

초등학교 1학년인가 그때 같다

12월 24

크리스마스이브였던 그날

언니와 언니 친구들과 둘러앉아

크리스마스 카드를 만들었다.

언니들이야 그림을 그리며 얼마나

잘 만들었을까


감탄하며 보고 있던 나는

언니에게 조르고 졸라 색동옷 입은

예쁜 여자 아이 그림을 하나 받았다.


노트 뒷장을 찢어 반으로 접고는

언니를 졸라서 얻은 색동저고리 입은

예쁜 여자 아이 그림을 가운데 붙였다.

그리고는,

메리 크리스마스

한마디


지금 생각하면 우스운 일이지만

당시는 예쁜 그림 하나 얻는 게

쉽지 않았던 때여서

보는 것 만으로 예쁘고 만족했다.

그 카드를 누구에게 보낼까

고민하다가 결국 언니에게 보냈다.


"언니에게

우리 언니는 6학년이야"


ㅋㅋㅋㅋㅋ

당시, 언니에게 보낸 기억은 나지만

내용을 뭐라고 적었는지는 잊고 있었다.

그러나 무엇이든 보관 잘하기로 유명한

언니의 보관물에서 내가 중학생 때인가

그때 발견한 것 같다.

내용물을 보고 배꼽을 잡은 것은 물론이다.


한동안

"언니에게

우리 언니는 6학년이야"

한 마디씩 하며 웃었다.


요즘 어린 꼬맹이들의 쓰는 내용을 생각하면

턱도 안 되는 말이지만

그때는 다들 그렇게 순수? 했던 것 같다.


아직 문명이 지금처럼 발전하지도 않았었고...

(핑계 같은 핑계)


눈길을 걸으며

그때의 일들이 생각이 나서

빙그레 미소를 짓는다.

내게도 그런 순수의 때가 있었구나...

생각하며.


뽀드득뽀드득

눈을 밟으면 들려오는 소리

잊었던 기억을 소환하는 소리

동심으로 돌아가게 하는 소리

나를 찾아 떠나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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