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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 서기

일상 에세이

by 안나






언어문화연구.

면접시험 , 내게 많은 질문을 하셨던 A선생님과 내가 지도 교수로 지정했던 B선생님과는 나중에 알게 된 일이지만 서로 사이가 좋지 않았다는 얘기였다.


나는 B선생님과의 수업시간이 좋았다. 수업에 깊이가 있었고 문화에 대한 접근 방법도 많이 도움이 되었다. 수업 시간이 즐거웠다. A선생님

보다는 연세가 있으신 분.


그런데, 어느 날 학교에 갔더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지도교수가 바뀌었다는 내용을 들었다. A교수가 나를 지도하게 됐다는 내용.


당시, A교수에 대한 소문은, T대학에서 이쪽으로 학과장으로 오게 되었고 T 대학에서도 점수가 짜고 까다롭기로 유명했다고. 특히 유학생들을 웬만해서는 졸업을 시키지 않아서 유학생들이 고생을 했다는 내용.


나의 의견 따위는 불필요하다는 듯 갑자기 바뀐 지도교수. 많이 불쾌했다. 그러나 일을 시끄럽게 만들기 싫어서 조용히 있었다. 그런 마음으로

참석한 첫 수업 시간에 그는 여러 권의 일본어 교습 책들을 꺼내어 보여주었다.

(그 책들은 귀하게 잘 보관되어 있는 게 아니라 박스 안에 던져 넣어진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한국에 있는 제자들이 만든 책이며 제자들은 대학에서 교수도 하고 지금 잘 나가고 있다는 얘기.

(뜬금없이 그런 이야기를 왜 내게 하는 거지?)

속으로 생각하며 조용히 듣고 있는 내게, 자기와 공부를 잘 마치면 자기가 한국 대학에 다리를 놓아줄 수도 있다 는 얘기를 했다.

말하자면, 자기 얘기를 잘 들으라는 느낌이었다.

불쾌 + 불쾌했다.


달 정도 수업을 받았나?

연구 발표회에 참석했다가 일본인 선배를 통해 들은 이야기.


T대학에서 이쪽 대학으로 오면서 학과장이 된

A교수와 이쪽 대학에 오래 계셨던 B교수님과의

알력 다툼 비슷한 일이 있었고 B교수의 나이를 빌미로 퇴직하게 만들었다는 내용이었다.


솔직히 당시의 내 마음은 이런 젠장!!이었다.

공부하는 학생에게 한마디 말도 없이 떠나신 교수님도 그렇고 공부하는 학생이 있는 교수를 그만두게 하는 쪽은 또 무엇인가 싶었다. A교수와의 수업은 한마디로 재미가 없었다. 권위주의에 가득 찬 태도와 말투. 내가 싫어하는 모습이다. B교수와 많이 비교가 되었다.

고민을 하다가 한두 번 수업을 더 듣고는 건강이 좋지 않다는 핑계를 대고 더 이상 그 대학에는 가지 않았다. 끊임없이 날아오는 연구발표니 뭐니 대학에서 연락이 계속 왔지만 나는 돌아가지 않았다.


그 후로 가끔 B교수님을 생각한다.

어찌 지내고 계실까?

만약에 내가 지도교수로 지정을 하지 않았다면

몇 년은 더 그 학교에서 수업을 하셨을까 이런 생각도 해보고, 아니면 나와는 상관없이 그저 교수들 사이에 흔히 있는 문제라고 생각도 해보고,

그렇지만 공부를 함께 하지 못한 안타까움이 늘 내 안에 있다.



가끔씩, 드라마를 보거나 할 때 줄을 잘 서라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그 선생님이 생각난다

나는, 권력에 대한 이익을 추구하며 줄을 서고 싶지는 않았다. 당시의 내가 젊었을 수도 있지만 세월이 지난 지금 생각을 해보아도 역시 나는 A교수를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내 밥그릇 챙기기에 여념이 없는 정치인들을 보면

나의 어린 시절 한때 꿈이었던 정치인.

그 정치인의 꿈을 포기한 것은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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