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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나 Aug 15. 2024

뽀코짱 (ポッコちゃん)

일본문학소개. 星新一 (호시 싱이치) 단편

사진: 2012년 일본 과학자 히로시 이시구로가

공개한 가장 리얼한 여자 로봇 제미노이드F



星新一(본명 : 星 親一)

일본 소설가. SF작가

(1926년 9월 6일~1997년 12월 30일)



(최근 인공지능 뉴스를 보다가 전에 번역했던

내용을 올립니다. 뽀코짱은 호시 싱이치가 1958년에 발표한 단편입니다. 제가 태어나기도 전에 발표한 작품이라니 그저  놀랍기만 하지요..)




  그 로봇은 아주 잘 만들어져 있었다. 여자 로봇이었다. 인공적인 것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미인으로 만들 수 있었다. 미인이 갖추어야 할 모든 요소를 넣어서 만들었기에, 완벽했다. 게다가, 조금 도도하게 보였지만, 도도하게 보이는 것은 미인의 조건이었다.


  그 외에 다른 어떤 로봇을 만들겠다든지, 어느 누구도 생각하지 않았다. 인간과 똑 같이 일하는 로봇을 만드는 것은 바보 같은 이야기다. 그런 것을 만들 비용이 있다면 좀 더 성능이 좋은 기계를 만들 수도 있고, 또, 일하고자 하는 인간은 얼마든지 있었기에.


  그것은 취미로 만들어졌다. 만든 이는 스탠드바의  마스터였다. 마스터, 그는, 집에 가면 술 같은 것은 전혀 마시고 싶지 않았다. 그에게 있어서 술이란, 상업도구에 불과했고, 술을 마시는 일엔 관심이 없었다.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 알아서 돈을 벌게 해 주고 있었고, 시간은 남았다. 그래서 로봇을 만들었다. 말 그대로 그의  취미였다.


  그러나 로봇의 머리는 텅 비어 있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도 거기까지는 어쩔 수가 없었다. 간단한 말을 주고받을 수 있을 뿐이었고, 동작도 또한 술을 마실 수 있는 것뿐이었다.


  그는 로봇이 완성되자 가게로 가지고 갔다. 가게에는 테이블도 있었지만 로봇은 카운터 안에 놓여졌다. 탄로 나면 곤란했기 때문이었다.


  손님들은 새로운 여자가 들어왔다고 하니, 일단 말을 걸었다. 이름과 나이를 물었을 때는 그런대로 대답을 했지만, 그 후에는 전혀 아니었다. 그래도 로봇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없었다.


  "이름이 뭐야?"

   "뽀코쨩"

   "나이는?"

   "아직 젊어요"

   "몇 살이야?"

   "아직 젊어요"

   "그러니까 ~"

   "아직 젊어요"


  이 가게의 손님들은 점잖은 사람들이 많아서, 누구도 그 이상은 묻지 않았다.


  "예쁜 옷이네"

  "예쁜 옷이죠?"

  "좋아하는 게 뭐야?"

  "뭘 좋아할까요?"

  "진피즈 마실래?"

  "진피즈 마실래요"


   술은 얼마든지 마셨다. 게다가 취하지 않았다.

 미인에다 젊고, 도도하고, 대답은 성의가 없다. 그런 입소문을 듣고 손님들은 가게에 몰려들었다. 뽀코짱을 상대로 이야기를 하고, 술을 마시고, 뽀코짱에게도 술을 권했다.


  "손님 중에 누구를 좋아하니?"

  "누굴 좋아할까요?"

  "나 좋아하니?"

  "당신이 좋아요"

  "다음에 영화라도 보러 가자"

  "영화라도 보러 갈까요?"

  "언제 갈까?"


  대답하지 못할 때는 신호가 전해져서, 마스터가 달려왔다.


  "손님, 너무 곤란한 질문은 삼가 주세요"


  마스터가 말하면, 대체적으로  손님들은  적당히 알아듣고 살짝 웃고 넘어갔다.  

  마스터는 가끔씩 쭈그려 앉아, 발 밑에 있는 플라스틱 관에서 뽀코짱이 마신 술을 회수하여 손님들에게 팔았지만, 당연히 손님들은 알리가 없었다. 젊은 애가 일도 잘한다. 쓸데없이 굽신거리지도 않고, 술을 마셔도 흐트러짐이 없다. 그런 이유로 점점 인기가 더해져서, 가게를 찾는 손님들이 많아졌다.


  그중에, 한 청년이 있었다. 뽀코짱에게 단단히 마음을 빼앗겨 매일 가게에 드나들었다. 아무리 열을 올려도 효과가 없자, 사모하는 마음은 더해갔다. 그런 이유로, 외상값은 밀리게 되었고, 외상값을 갚기가 힘들어지자, 이윽고 집에서 부모 몰래 돈을 꺼내오려고 하다가, 아버지에게 들켜 호되게 욕을 얻어먹었다. 


  "이 돈으로 외상값을 지불하고 두 번 다시 가지 말아라. 이것으로 끝이다"


  그는 외상값을 내려고  가게를 찾았다. 오늘 밤으로 끝이라고 생각했다. 술을 마시고, 헤어지는 인사를 하며 뽀코짱에게도 술을 많이 권했다.


  "이제 오지 못할 거야"

  "이제 오지 못해요?"

  "슬퍼?"

  "슬퍼요"

  "솔직히 슬프지도 않지?"

  "솔직히 슬프지도 않아요"

  "당신처럼 차가운 사람도 없을 거야"

  "나처럼 차가운 사람은 없을 거예요"

  "죽여 버릴까?"

  "죽여주세요"


  그는 주머니에서 약을 꺼내어  술잔에 넣고, 뽀코짱 앞에 내밀었다.


  "마실래?"

  "마실래요"


  그가 보는 앞에서, 뽀코짱은 마셨다.

  그는 "죽든지 말든지 마음대로 해"라고 말했고,   "마음대로 죽을게요"라는 소리를 뒤로, 마스터에게 돈을 건네주고 밖으로 나왔다. 밤은 깊어가고 있었다.

  마스터는 청년이 밖으로 나가자 남아 있는 손님들에게 말했다.


  "지금부터 제가 한턱낼 테니까, 마음껏 마시세요"


  한턱낸다고는 지만, 플라스틱 관에서 빼내는 술을 내놓을 만한 손님이 더 이상 올 것 같지도 않았기 때문이었다.


  "와우-!!"

  "좋다, 마스터, 최고!"


  손님들도 가게 아가씨도 건배하며 마셨다. 마스터도 카운터 안에서 조금 마셨다.


  그날 밤,  가게는 늦게까지 불이 켜져 있었다. 라디오에서는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러나, 누구 하나 돌아가는 사람은 없는데 말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이윽고 라디오에서도 "안녕히 주무세요" 하고 굿나잇 인사를 하자, 라디오 소리도 멈췄다. 뽀코짱은 "안녕히 주무세요"라고 중얼거리고, 다음엔 누가 말을 걸어줄까, 하고 도도한 표정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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