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이렇게 자기를 좀 봐달라는 듯 나를 바라보는
고양이도 있다.
그날은 딸아이를 유치원에 맡기고 출근하기 위해 유치원 앞에 있는 버스 정류소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버스 정류소 옆에는 자그마한 미용실이 있었는데, 그 미용실 옆에는 언제나 고양이가 앉아 있었다. 미용실에서 키우는 것인지, 아니면 미용실 뒤에 있는 야키도리야 (닭코치구이 가게)에서 키우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애당초 나는 관심이 없었다. 고양이가 앉아있는 곳은 피하며 다녔었다.
그날은 어찌 된 일인지 사람들이 없었다. 나 혼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바쁘게 아침 시간을 보내고 아이를 유치원에 맡기고 난 뒤의 평온이랄까 정적함이랄까 하여간에 주위는 고요했다.
갑자기 내 종아리를 누가 탁 때렸다.
(응? 누구지? 종아리를?)
뒤를 돌아보니 아무도 없었다. 거기엔 고양이 밖에 없었다. 고양이가 어느 틈엔가 살짝 내 옆으로 와서 서 있었다. 내 옆에 서있는 자체에 놀랐다. 녀석은 꼬리를 치켜세우고 있었다. 나는 순간, 고양이가 내가 서 있는 곳을 비켜서라고 하는 줄 알았다.
(녀석 언제나, 저쪽에 앉아 있으면서 오늘은 웬일로 여기에 서겠다는 거야)
"왜? 니 자리는 여기가 아니잖아? 오늘은 여기 서고 싶은 거야?"
한마디 하고는 옆으로 비켜서 섰다.
고양이는 내가 비켜 서도 잠시 그 자리에 있더니 슬그머니 항상 앉는 곳으로 가서 앉았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면서,
(녀석, 싱겁긴!)
하고 말았다. 하지만, 내 종아리를 때린 건지 두드린 건지 모르지만 분명히 그 녀석 같은데, 이유를 모르지만 신경이 쓰였다.
나중에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에게 물어보았다.
다들 하는 소리는 고양이가 내게 놀자고 사인을 보낸 것이라고 했다. 나는 믿을 수가 없었다.
나처럼 저들을 경계하고 비켜서 돌아가는 이에게 같이 놀자고 하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즈음에 지인의 소개로 A라는 분을 만났다. 차를 마시면서 지인과 A 씨는 별자리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나는 전생을 믿지도 않거니와 별자리 운세나 그들이 얘기하는 우라나이(점치는 일)를 믿지 않기에 참견을 하지 않고 조용히 듣고 있었다.
A라는 분이 내 생일을 물었다. 그리고, 가지고 온 자료를 이것저것 찾아보더니,
"고양이 좋아하지 않아요?"
라고 물었다. 나는 그 반대라고 대답했다. 그랬더니,
“아니면 고양이가 당신을 좋아하는지도 몰라요”
와아, 고양이가 나를 좋아하다니, 믿을 수 없고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나는 고양이와 가능하면 멀어지고 싶은 사람인데.."
라고 말했고 서로 그냥 웃고 말았다.
그리고 그녀는 한마디를 더했다.
"당신은 전생이 인도와 관련이 있는 것 같아요"
(으ㅡ으, 인도라니!!)
나는 인도에 대한 특별한 감정이 없었다. 인도에 가보고 싶다고 생각을 해본 적도 없었다.
내게 인도는 그저 신기한 이방 나라에 불과했다.
"재미있네요!"
한마디 하고 살짝 미소 짓는 걸로 그에 대한 대화는 끝났다.
딸아이는 자라면서 찬구 집에 놀러 갔다가 고양이 털이나 강아지 털을 묻혀 올 때가 많았다.
가끔 딸아이와 고양이 이야기를 했다. 유튜브에 올라오는 동영상을 같이 보았다. 참으로 영리하고 재미있는 그들의 모습에 힐링을 받기도 했다. 아이들의 영향으로 더 이상 고양이를 무서워하지는
않는다.
가끔씩, A 씨의 말이 생각날 때가 있다.
"고양이가 당신을 좋아하는지도 몰라요"
정말 고양이는 나를 좋아하고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