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럽 인문 대장정 6편
삶은 섬광처럼 명멸하지. 하지만 내 파랑은 영원해.
집 앞 다리를 건너 광장의 햇볕을 즐기던 나는 없어.
고스란히 남은 무너진 지붕과 그을은 담벼락에서 나를 느낄 순 있겠지만
그러지 말고, 광장 모퉁이 인도 식당에서 배라도 채우고
길 건너 아주머니 가게에서 맛 좋은 연초라도 즐기시게.
제법 오래 묵혀 필 만할 걸세.
내 삶은 그 소녀에게 기록해 두었네.
비싼 안료를 많이 쓰진 못했지만 영원을 담기엔 충분하다 여기네.
그 빛깔, 그 시선.
다가오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순간의 비밀이지.
참, 동인도회사의 만행은 내가 몰랐다네.
이 '낮은 땅'이 물에 잠기면 용서가 되시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