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골로 흩어져도 내 뜻은

서유럽 인문 대장정 5편

by 김요

런던에 도착한 이튿날 곧장 브라이튼으로 향했다.

역 앞에서 차를 빌려, 사유지를 비껴 좁다랗게 난 편도 일차 도로를 위태롭게 달렸다.

운전석이 우측에 있는 차를 모는 것도, 영국의 지방도를 달리는 것도

모두 처음이었다.


평생의 벗을 하이게이트에 묻었지만 정작 자신은 작은 섬나라에 묻히길 원치 않았다.

석회가 허옅게 드러난 잉글랜드 남쪽 끝에서 분분히 흩어진 그의 꿈은 무엇이었을까.

실패로 끝난 『자본』을 사민당의 요구에 맞춰 편집한 그의 현실적 감각은

적어도 당대를 구원하긴 했으나, 그 역시 백 년 남짓한 세월에 쓸모를 다하고 말았다.

맑스를 만나기 전, 『영국 노동자 계급의 상태』를 쓰던 날카로운 현장성을 간직했더라면

세상이 어떻게 달라졌을까.


비치헤드의 위험천만한 낭떠러지 끝에서 '장기 19세기'를 돌파할 무모한 꿈이 새로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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