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마, 프랭크의 연인』 소개

- 3장 연습

by 김요

이 글은 낸시 호란이 마마 보스윅의 짧은 생애를 소설로 엮은 『Loving Frank』(2007)의 일부이다.

책이 한국어로 번역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짧은 소개로 그친다. 저작권자의 통보와 함께 생명을 다할 글이다.



3장


안이 비자, 마마는 욕조에 물을 채우러 욕실로 갔다. 욕조 턱에 앉아 천장을 응시하다가 자신에게 몹시 화가 났다. 도대체 왜 내가 프랭크 라이트더러 이리 오라고 초대했을까?

그녀와 에드가 프랭크와 캐서린과 함께 극장에 간 뒤로 아마도 여섯 달은 지났을 것이다. 집을 짓고 나서 한 동안 그들 내외는 라이트 부부와 자주 어울렸는데, 아마 한 달에 한 번은 만난 것 같다. 지금은 선의의 거리두기로 발전했다. 그들이 집에 대해 상담을 막 시작하던 무렵 이래로 프랭크의 명성은 적잖이 커졌다. 그 뒤로는 전혀, 그녀와 프랭크 사이에 사적인 대화는 없었다.

공사 기간 중에는, 어떤 건물 세부 사항을 기점으로 거듭해서 심도 깊은 토의를 하느라 정신이 온통 팔려 있었다. 그 육 개월의 공동 작업이 이제와 그녀에게는 황홀하게 보였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는 여태까지 만난 어떤 사람과도 견줄 수 없이 그녀의 마음을 불붙게 했다. 처음 둘의 대화는 사상에 관한 것이었다. 그들은 러스킨, 소로우, 에머슨, 니체를 이야기했다. 마마는 괴테를 향한 열정을 그에게 말했다. 그는 “리바 마이스터Lieber Meister”, 즉 친애하는 스승이라고 불렀던 위대한 건축가 루이스 설리반 밑에서 일하던 시절을 겸손하게 이야기했다.

그들은 “성인들의 안식처”에 대해 우스갯소리를 하면서 서로 국외자 동료로 보기 시작했다. 성인들의 안식처는 오크 파크가 즐비한 교회 첨탑과는 대조적으로 술집이 없어서 얻은 이름이었다. 그 마을에서 사람들은 의심의 여지없이 프랭크를 변두리 예술가로 여기고 있었다. 그를 매료시킨 것은 그녀 자신 역시 국외자로 여긴다는 점이었다.

“저는 마치 선인장 줄기 같아요.” 그녀가 그에게 말했다. “저는 약간의 문화와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을 섭취하고 나면, 물러나서 다시 목마를 때까지는 한동안 그것으로 살아가요. 사람이 자기 안에 그렇게 많이 넣어 두고 사는 건 좋지 않아요. 그건 정말 자진해서 떠나는 망명과 같아요. 그 점이 당신을 각별하게 해요.”

그들의 깊이 있는 토의는 그녀가 에드윈과 나누는 담화와는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그들이 너무 가까워졌다고 깨닫게 된 것은 프랭크와 얘기할 어떤 통찰들─남편과는 나누려고 한 적이 전혀 없었던 생각들─을 모으고 있는 마마 자신을 발견했을 때였다.

그 무렵 두 집 부부는 좋은 친구로 지내고 있었다. 그녀 자신이 위태로운 지경에 얼마나 가깝게 걷고 있는지 알게 되었을 때, 집은 거의 다 지어졌다. 마마는 그때 캐서린 쪽을 향해 그녀와 친밀함을 다지려고 했다.

마마가 19세기 여성 클럽에서 괴테를 주제로 공동 발표를 하자고 캐서린에게 부탁한 것은 집들이 파티에서였다. 그녀는 이제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깨달았다. 그녀는 자신과 프랭크 사이의 방패막이로, 전혀 의도치 않게, 캐서린을 이용하고 있었다.

욕조 물에 담근 채, 마마는 그와 마지막으로 만난 장면 가운데 하나를 떠올렸다. 그 기억은 지난 몇 년 동안 그녀가 몇 번이고 찾아갔던 은밀한 공간이었다. 때는 1904년, 집이 거의 마무리되었다. 그때쯤 그녀와 에드윈, 존은 그 집에서 살고 있었다. 프랭크는 단일성 성전Unity Temple을 짓는 중이어서, 집의 마지막 몇 가지 세부 사항을 조정하기 위해 들르기에는 너무 바빴다. 그럼에도, 어느 날 아침엔가 그가 나타나 탁자에 몇 가지 계획을 툭 내려놓더니 이렇게 말했다. “몇 가지 일을 조정해 봅시다.”

그가 자신의 감정에 대한 어떤 고백을 할 것 같아 두렵기도 했지만, 그녀는 천연덕스럽게 그를 뒤돌아보았다.

“우선, 도대체 마마 같은 이름은 어디서 얻은 겁니까?”

그녀는 웃음을 터뜨렸다. “이상하죠, 그렇지 않나요? 아니, 제 진짜 이름은 마사에요. 그런데 제가 아주 어렸을 적에 할머니가 저를 그렇게 부르기 시작하셨죠. 할머니는 그게 불어처럼 들리니까 그렇게 지으셨나 봐요. 그 분은 프랑스계 분이셨어요, 아시겠죠. 게다가 필립 드 발루아와 성인 아무개 누구의 왕실기사단 서훈 장교였던 마르퀴스 드 빌레뜨의 후손이셨죠.”

“당신의 언어에 대한 재능이 거기에서 온 거군요?”

“거기가 시작이었죠. 그 분은 집에 오실 때면 저희에게 불어로 말하라고 고집하셨죠.” 그때 갑자기 마마가 몸을 일으켰다. “무도회 복장을 한 그 분을 보실래요? 상자 가운데 하나에 담긴 사진 한 장이 방금 떠올랐어요.” 그녀는 짐 나르는 사람들이 물건을 두었던 침실로 가서, 상자 하나를 식당 탁자로 가지고 나왔다.

프랭크는 인물 사진을 보고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우아한 마리 빌레뜨 라메로가 어느 오래전 사진 촬영실에서 올림푸스 산 배경 그림 앞에 앉아 있었는데, 그녀의 아리따운 자태는 귀 위로 빙글빙글 땋은 머리에서부터, 웃옷의 장미 문양 사이로 드리운 고리 많은 리본까지, 온통 화환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그녀는 카메라를 매섭게 노려보고 있었다.

프랭크는 박스 안을 들여다보려고 일어나면서 싱긋 웃었다. “그 안에 또 뭐가 있나요?”

“그냥 뭐 제 어린 시절 물건들. 종이에…….”

그는 다시 앉아 그녀를 바라보았다. “내게 모두 말해 줘요.” 그가 말했다.

내게 모두 말해 줘요. 그가 이렇게 말하는 편이 더 나을 것 같았다. “웃옷을 벗어요.” 그녀는 상자에서 물건을 하나하나 꺼냈다. 석사 학위 논문과 졸업 사진을 그에게 보여 주었다. 대학 친구 마티와 함께 고등학교에서 영어와 불어를 가르치던 포트 휴런 시절을 이야기했다. 그에게 오크 파크가의 집 앞에서 찍은 가족사진을 보여 주었다.

“틀림없이 이 사람이 당신이네요.”

“음. 이 사람은 저희 언니 제시에요. 맏이였죠.” 마마는 웃고 있는 열여섯 살짜리를 가리켰고, 익숙하고도 슬픈 가슴 먹먹함을 느꼈다. “그리고 리지. 글쎄, 리지는 똑같아 보이죠, 그렇잖아요? 둘째 아이랍니다.”

프랭크는 그토록 자신감 넘치는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검은 머리 소녀에게 돌아갔다. 소녀는 한 손에는 크로케 망치를 들고, 한쪽 다리를 다른 쪽 다리 앞에 멋지게 꼬고 있었다. “이때 몇 살이었어요?

“열둘이요.”

“그렇게 어린 소녀에게 저런 담력이 있었다니.”

“아, 저는 저 때 딱 맞는 나이라고 보는데. 그 전이나 후로도 그렇게 똑똑했던 적은 없었죠. 어중간한 것이 없었어요. 아버지를 존경했어요. 제 개를 사랑했고요. 책 읽기에 열광했죠.”

마마는 가족사진을 유심히 보았다. 세일러 블라우스를 입고 있는 자신과 언니들의 모습이 다른 기억을 일깨웠다. “우리는 말괄량이들이었어요, 정말. 있잖아요, 제 아버지는 아마추어 박물학자라고 할 만하셨어요. 그게 아버지가 가장 좋아하는, 심지어 철도보다 더 좋아하는 거였죠. 여름에는 화석을 찾으러 캔커키 근처 마른 개천으로 우리를 데리고 가고는 하셨어요. 거기는 선사시대에 얕은 바다가 있던 지역이었어요. 아버지는 우리에게 아주 근접해서 보는 법을 가르쳐 주셨고, 그래서 제 눈─못해도 근시인─은 상당히 예민해졌어요. 바윗덩이 속에서 작은 조개 무늬를 찾아 몇 시간 동안 내내 개울 바닥을 기어다니는 것만큼 행복한 건 없었어요. 아버지는 늘 망치를 가지고 다니셨어요. 그래서 있을 것 같아 보이는 바위 하나를 깨서 열었을 때는, 그것도 오백 만 년 전에 거기 살았던 생명체가 남긴 자국을 실제로 찾았을 때는, 어머나, 마치 세계 전체가 열려서 바로 그 속으로 떨어지는 것 같았어요.” 마마는 웃었다. “어머니는 그게 걱정돼서 죽을 지경이셨어요.”

프랭크는 놀란 것처럼 보였다. “왜요?”

“왜냐하면 어머니는 성공회 은혜교회Grace Episcopal Church 두 번째 줄에 앉아 하나님을 찾는 것을 더 좋아하셨으니까요. 딸들이 망치 들고 바위 깨는 모습을 보는 것이 어머니를 불안하게 했어요. 그 분은 삼엽충이나 다윈, 그리고 아버지의 ‘인간 동물’ 이야기를 경계하셨어요. 게다가 어머니는 제가 너무…… 공상적이랄까, 아니면 남의 말에 너무 쉽게 휩쓸린다고 생각하셨어요. 이쯤 언제 아버지가 망원경을 집에 가져오신 때가 기억나요. 좋은 망원경이었는데, 아버지는 어떻게 작동하는지 저희한테 보여 주려고 들떠 계셨죠. 그날 밤 우리 모두 밖으로 나갔고, 제시와 리지가 먼저 망원경으로 보게 됐죠. 둘은 망원경으로 얼마나 많은 별을 볼 수 있는지 깜짝 놀라 했죠. 그런데 어머니가 망원경으로 한참을 보고 나더니, 아버지더러 ‘마마한테는 보여 주지 마세요. 망원경이 그 애를 아주 덮치고 말 거예요’라고 하는 말을 제가 들었어요.”

프랭크는 그녀를 골똘히 바라보았다.

“어머니가 저를 틀어쥐게 된 게 그 뒤로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어요. 제 바위 깨기 시절은 끝났고, 무용 교습이 시작되었어요. 그래도 그 시점까지는 살짝 유별난 아이 정도였어요. 대부분의 다른 여자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에 별 관심이 없는 그런 아이 말이에요. 저는 점점 내성적인 아이 비슷하게 되었는데, 아마 책벌레라고 하실 거예요.”

마마는 프랭크의 관심에 들떠 있었고, 그러면서도 자신에 대해 너무 많이 드러낸 것이 조금 민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는 계속해서 상자에서 물건을 꺼냈다. “어머니의 또 다른 교화 작업”이라고 설명하면서, 그녀가 처음 독일어를 배울 때 시작했던 조그만 독일어 읽기 교재를 그에게 보여 주었다. 그 다음에는 자신의 출생증명서를 프랭크에게 보여 주었다.

그는 그것을 높이 들어 불빛에 비췄다. “1869년 6월 19일.” 그가 읽었다. “재밌군요. 저는 같은 해 6월 8일 태어났어요.”

다른 어떤 순간에서도, 그 말은 별다르게 들리지 않았을 것 같다. 하지만 그날 오후, 그들이 공동으로 구상한 새 집 식당 탁자에 둘이서 앉아 있을 때엔, 그 우연이 마마에게는 미리 정해진 운명처럼 다가왔다. 그녀는 미신을 믿는 사람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딱히 종교적이지도 않았다. 그런데 같은 시기, 거의 같은 곳에, 의도적으로, 운명이 그들을 세상에 토해 냈다는 사실은, 그들이 서로 알게 되어 있었다는 일종의 증거로 보였다.

그는 그녀의 졸업 사진을 본 뒤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만약 이 젊은 여인을 이십 년 전에 마주쳤다면 제 인생이 어땠을까 궁금해요. 누군가 너무 잘 맞…….” 그는 말을 멈췄다. “제가 캐서린과 결혼했을 때는 고작 스물한 살 소년이었어요. 그녀는 겨우 열여덟이었죠. 그 결혼은, 절대 허락해서는 안 될 결혼이었어요, 정말. 이제…….” 그는 눈길을 돌리고 크게 한숨을 쉬었다.

얼굴을 다시 돌렸을 때, 그의 얼굴에는 애정이 역력했다. 그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당신은 제가 아는 가장 사랑스러운 여인이에요”라고 말하며, 몸을 앞으로 기울여 그녀의 볼에 입맞춤했다.

그녀는 떨어지기 전 잠시라도 그의 입술이 살갗에 머물게 두었다.

그 뒤로 삼 일 연속 그는 집에 들렀다. 마마에게 그가 지었다는 다른 차고를 보여 준다지만, 이는 빈약한 구실일 뿐이었다. 리지도 에드윈도 미심쩍게 보지는 않았다.

첫날 아침, 눈부시게 맑은 날에, 그는 맨 북쪽 평원까지 그녀와 차를 몰고 나갔다. 둘은 차에서 내려 높이 자란 풀을 헤치며 나아갔다. 프랭크는 줄기 하나에서 밀처럼 생긴 꼭대기를 꺾어 냈다. “저는 바위 깨는 사람은 아니었어요.” 그가 그녀에게 말했다.

“당신은 어떤 사람이었어요, 그때?”

“아, 조금 비슷하네요. 제가 어렸을 때, 여름마다 저는 위스콘신에 있는 삼촌의 농장에서 일했어요. 하루가 끝날 때, 만약 제가 지치지 않았다면─왜냐하면 삼촌이 저를 고되게 부렸거든요─언덕으로 나가 탐구를 했죠. 저는 사물들이 어떻게 하나로 모여 있는지 보려고 그것들을 떼어 냈어요─이것처럼 꽃이나 식물을…….”

“그래서 그것들에 빠져들었나요?”

그는 미소 지었다. “그랬죠. 당연히, 꽃이 먼저 피죠. 꽃은 너무 매혹적이니까. 하지만 그 다음에 저는 어떻게 줄기가 필연적으로 이파리와 꽃으로 이어지는지 보았어요. 제가 본 것이 어떤 식물인지는 문제가 되지 않았어요. 그 구조는 언제나 견실했고, 설계의 본질적인 요소는 모두 거기에 있었어요. 비율, 규모, 개념의 통일성 같은 거요. 뭐랄까, 그 당시 저는 그저 사물을 떼어 내는 아이였을 뿐이죠.”

“당신은 건축가가 되고 싶다는 것을 늘 알고 있었나요?”

“물론이죠. 제가 기억하는 한에서는. 집 바깥에서 살고 있는 느낌이 드는 집을 짓겠다는 생각─그 생각은 나중에 하게 됐어요. 하지만 소질─건축에 대한 감각─은 산비탈 위 거기서 제 안에 씨 뿌려졌어요. 그래서, 제가 대학에 공부하러 갔을 때는, 유기 건축에 관련된 이 모든 개념을 이미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저는 신이 났어요. 자연이 그 건축 작업을 실행하는 원리에 토대를 둔 것이 유기 건축이거든요. 하지만 아무도 건축을 그런 식으로 이야기하려 하지 않았어요. 건축은 팔라디오풍 창문이나 코린트식 기둥이 전부였죠. 그래서 전 학교를 떠났어요.”

“그때가 당신이 시카고로 온 때였군요.”

“네. 열아홉에 실스비의 도제가 되었고, 일 년 후에는 설리반의 사무실로 옮겼어요.”

거센 바람이 불어 와 풀과 들꽃을 동쪽으로 밀어뜨렸다.

“믿을 만한 분에게 가셨군요.”

“같이 집 지을 때 이 얘기 좀 하지 않았나요?”

“맞아요, 그렇지만 전부는 아니었어요.”

“그런데, 설리반은 놀라운 선생님이셨어요. 그리고 저는 그의 손 안에 연필이었고요. 그는 끊임없이 미국의 건축을 이야기하셨어요. 그 분을 떠나 제 사무실을 시작했을 때쯤, 저는 뭔가 새로운 것을 해 보기로 작정했어요. 집은 어떠해야 한다는 어느 프랑스 공작의 관념보다는 이곳의 평원 지대를 이야기하는 집짓기 말이죠.

마마는 바람에 날린 머리카락을 입에서 떼어냈다. “당신 곁은 언제나 집이었나요?”

“저는 아름다운 집을 짓는 것보다 더 숭고한 것을 생각할 수 없었어요. 지금도 그렇고요.”

그는 몸짓으로 지평선을 가리켰는데, 눈 닿는 데까지 청명한 하늘이 평원 수풀과 만나고 있었다. “결국, 저기 보이는 저 선의 마력에 홀리고 말았죠. 아주 단순해요. 황금빛 평원 구역 위에 거대한 파랑 구역, 그리고 끝없이 펼쳐지는 땅과 하늘을 가르는 고요한 선. 지평선을 바라보면 무한히 자유롭게 느껴졌어요. 저는 어릴 적부터 형태에 취해 있었어요. 그런데 이 땅에 대해 아주 많은 것을 드러내는 것이 바로 이 단순한 선에 있었어요.”

마마는 그의 손을 눈여겨보았다. 건축을 이야기할 때마다, 그의 손은 자신만의 언어로 말을 했다. 손이 우아하게 움직이며, 엄지와 검지로 정확한 각을 만들거나 손바닥을 평평하게 펴서 평원을 흉내냈다.

“물론, 지평선은 완벽한 일직선은 아니에요. 하지만 어쨌든 저는 그것을 모방하려고 하지는 않았어요. 저는 본질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지평선을 추상하고 싶었어요. 하나의 수평한 면을 다른 것 위에 쌓기─당신 집에 한 것처럼, 평원과 나란하게─시작하자, 제가 설계한 집들이 땅 위에 차분히 내려앉은 것처럼 보이고 또 그렇게 느껴지기 시작했어요. 마치 이곳에 속해 있는 것처럼 말이죠.” 프랭크는 급히 그녀를 힐끗 보았다. “제가 당신을 지루하게 했나요?”

“전혀 아니에요. 사실, 당신은 제가 어린 아이였던 바로 그때를 떠올리게 했어요. 저희는 아이오와에 살고 있었고, 그 시절에는 사방이 고요한 평원이었어요.” 마마가 말했다. “아버지는 제가 더 멀리 볼 수 있게 저를 어깨에 앉히고, 들꽃과 풀 그리고 구름을 이야기하고는 하셨죠. 아버지는 하늘 바닥에 이름을 붙이셨는데, ‘천국의 가장자리’였어요.

프랭크는 빙긋 웃었다. “그거 좋네요.” 그는 잠시 침묵에 잠겼다.

“유기 건축에 대해 말씀하고 계셨어요.” 그녀가 말했다.

“제가 이치에 맞는다고 생각하는 유일한 종류의 건축이에요. 지금 제가 하고 싶은 전부이죠.”

“그렇다면 반드시 해야겠네요. 사실, 그게 당신 운명이네요.”

그는 한바탕 웃고는 그녀를 끌어안았다. “당신이 어디가 놀라운지 알아요, 마마? 당신은 다른 사람들이 파악하려고 시작도 못하는 일을 이해하죠. 사람들은 평원이 거의 사라진 것 때문에 예찬하는 거라면서, 저를 감상적이라고 해요. 그렇지만 제가 추구하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에요.”

그녀는 어색한 느낌이 들어 그의 팔에서 벗어났다. 내가 추구하는 것이 당신과 함께 이 들판에 서 있으며 재앙을 자초하는 것일까? 그녀는 의아했다.

그들은 떨어져 걸었다. 바람은 조금 잦아든 것처럼 보였다.

“미안해요.” 그가 마침내 입을 뗐다. “이야기하는 것이 큰 위로가 됩니다. 당신과 함께라서 얘기하기 편안해요. 실은, 저 집에서는 아주 바보 같은 존재로 살아요. 제 아이들 사랑합니다. 하지만…….”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제 인생은 캐서린의 인생처럼 아이들에게 있지 않아요. 그녀의 존재 전체가 아이들에게 바쳐져 있어요. 저는 제 일에 마찬가지였다는 거, 저도 알아요. 일을 도피처 삼았죠. 하지만 그녀와 저는 이제 막다른 길에 다다랐어요. 게다가 우리는 되돌리기에는 너무 멀리 와 버렸어요.”

마마는 내심 생각했다. 집에 데려다 줘요. 그들은 건축이 지배하는 안전한 영토를 떠났다. “사람은 시간이 지나면서 바뀌어요.” 그녀가 말했다. “많은 결혼이 그렇다고 생각해요.”

프랭크는 기다렸다.

“하지만, 제 경우는 그렇지 않아요.” 그녀가 말했다. “저는 충분히 성숙해 있었어요. 너무 성숙하게 말이죠. 제 머리가 마음을 이겼어요.” 에드윈을 이런 식으로 배반한 것이 부끄러워, 그녀는 땅을 봤다. “에드는 훌륭하고, 기품 있는 남자에요.” 그녀가 말했다. “우린 다만 잘못 맺어졌을 뿐이죠.” 그녀는 요사이 자신의 심정까지 털어놓지는 않았다. 그렇게 최근에야, 남편이 방에 들어올 때, 방 안의 공기가 곧장 빨려나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삼 일째 되는 날에는 가식을 떨 필요가 없었다. 은밀한 애정 표현이 있었고, 긴 침묵이 뒤따랐다.

사 일째 아침, 마마는 구역질에 잠에서 깼다. 그리고 거의 즉시 알았다. 그녀는 프랭크의 사무실에 전화를 걸어 비서에게 전할 말을 남겼다─체니 부인은 오늘 만날 수 없습니다.

이튿날 화요일에 그가 예고 없이 찾아왔을 때, 다시는 그와 만나지 않겠다고 말하면서도 그녀는 현관 중문重門을 닫아 두고 있었다. 그는 현관 층계에 서 있었는데, 고통스러운 모습이었다. 그녀는 둘 사이에 있는 중문 철망에 손바닥을 올렸다. “프랭크.” 눈물이 흐르지 않게 머리를 뒤로 젖히며 그녀가 말했다. “지금 막 알았어요.” 그녀는 억지로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에드와 저의 아이를 가졌어요.”

마마는 몽상을 털어 내고, 욕조 밖으로 나와, 침실로 돌아가, 벽장 안을 우두커니 바라보았다.

당신과 나누는 대화가 그립습니다. 그가 이 말을 다른 여자들에게도 했을까? 그에게 임신했다고 알린 그날 이후 이 년 동안, 마마는 프랭크가 이 여자 저 여자를 옆자리에 앉히고 그의 스토다드-데이턴으로 시내를 돌아다니는 것을 보았다. 사람들이 그의 차를 “노란 악마”라고 불렀는데, 차의 색깔이나 속도 때문만이 아니라, 그녀가 보기에는 사람들의 쑥덕거림에도 ‘될 대로 되라지’ 하는 그의 태도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그가 다른 고객이나 잠재 고객 또는 누가 되었든, 그녀를 그들처럼 대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굴욕감이 치밀었다.

마마가 시계를 한번 봤을 때는 프랭크가 나타나기로 예정된 시각에서 반시간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그녀는 하얀 블라우스에 검정 치마를 입고, 굵은 진주 하나가 달린 가는 금목걸이를 찾아 보석함을 뒤졌다. 머리를 빗어 넘겨 뒤에 땋으면서, 얼굴이 괜찮은지 보려고 거울에 바싹 기댔다. 자신이 최근 들어 너무 자주 그런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서른아홉이 다 되었다는 더 많은 증거─마치 필요하기라도 한 것처럼─를 찾고 있었다.

깡마른 아이였을 때, 그녀는 자기 모습이 괴상하다고 생각했다. 장대 같은 목, 나머지와 비율이 맞지 않는 사각턱, 학교에서 “해골바가지”라는 별명을 안긴 높고 넓은 광대뼈가 그랬다. 뿔테 안경은 아버지가 예뻐하셨던 초록 눈을 감춰 버렸다. 그다지 화나지 않게 작동했던 것은 그런대로 봐줄 만했던 둥근 눈썹뿐이었다. 그 눈썹은 모든 것을 가져다주었다. 그녀의 어머니는 그 이마에 굽이치는 검은 선을 보고서 “너 화났구나”고 말하고는 하셨다.

열여덟 살 무렵에 그녀는 자기 얼굴에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다루기 힘든 팔다리가 나긋나긋해지면서, 그녀는 전에 없이 수월하게 세상에 나아가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전에 그녀를 놀리던 남자 아이들이 갑자기 연락을 해 왔다.

이제 머리를 쓸어 올리자, 쇄골 사이로 조개처럼 패인 곳에 얹힌 진주 때문에 긴 목이 예쁘게 보였다. 그녀는 연한 향수를 손목에 바르고, 안경을 벗은 뒤, 침실 문을 닫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