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소개서 대신 자기탐구서 4. 입사 후 포부

아 나는 이제 뭘 해먹고 살아야하나

by 김막삼

자기탐구서 1탄 성장과정의 첫 문단의 시작은 이렇다.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세상에 살고 있으면서 우리는 스스로에게 무수히 많은 질문을 던진다.

그렇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8월까지 우리를 마스크 속에 가두리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당장 내일 일어날 일도 계획하지 못하는 삶을 살고 있는 마당에 입사를 했다는 가정하에 어떤 계획과 마음가짐으로 일에 임할지 구체적으로 서술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상상의 나래를 펼쳐 포부를 쓴다 해도 그대로 실현될 가능성 또한 불가능에 가깝다. 그럼에도 입사 후 포부를 묻는다면 나는 당당하게 '건강하겠다'라고 말하겠다. 네..?



경력자의 입사 후 포부라면 내가 지원하는 회사가 현재 처해있는 상황을 분석하고 보완이 필요한 부분에서 내가 어떤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지, 그 수행에 필요한 어떤 역량을 가지고 있는지 이야기하길 바랄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건강하겠다 대답하겠다. 많으면 많고 적으면 적은 4개의 회사에서 일하며 느낀 노동자에게 가장 중요하고 필요한 역량은 첫째도 건강이고, 둘째도 건강이다. 입사도 건강해야 할 수 있고, 포부도 건강해야 펼칠 수 있다. 너무 당연해서 아무도 안했었나.. 그렇지만 기본이 탄탄해야 그 위로 마루를 깔고, 기둥을 세우고, 지붕을 올려 튼튼한 집을 지을 수 있으니 기본에 충실하겠다는 말이 틀린 소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포부에 정답은 없으니까. 흥!


네이버에 '건강 명언'을 검색해서 나오는 모든 말들에 깊이 공감한다. 내가 스트레스에 취약한 사람이기도 하고, 그동안 건강을 돌보지 않은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 중이라 스트레스 관리, 건강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에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함께 일하는 사람의 건강 상태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또한 잘 알고 있다.


정신 건강에 문제가 있는 사람과 함께 일했던 때가 있었다. 본인 입으로도 너무 신경질적이고 화를 참지 못해 정신과 처방을 받아 약을 복용 중이라고 했다. 좋은 말로 표현해서 자신만의 신념이 확고한 사람이었고, 솔직하게 말해서 되도 않는 개똥철학을 가진 꼰대 중 상꼰대였다. 같은 부서의 막내가 자신의 확인없이 SNS 컨텐츠를 업로드했다는 이유로 크게 혼난 적이 있었는데 단 한 번도 본인 확인을 받고 게시한 적이 없었고, 관심도 없었는데 다짜고짜 화부터 내기 시작했다.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고서야 화가 누그러졌고, 다음 날 업로드 예정인 컨텐츠의 초안을 공유하니 아주 귀찮다는 단 1초만에 좋다는 피드백이 왔다. 열어보지도 않고서는 무슨.

나역시 기획안이 그냥 단순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틀 밤을 새운 적이 있었는데 그 분이 여자친구와 격하게 싸운 이후였고 술을 많이 마시고 감정이 요동치는 시기였다. 이렇게 갑자기 화를 내고 다음 날 웃으면서 출근인사를 하는 그 사람을 보고 '아 나는 정신 차리고 살아야겠다' 수십 번 생각했었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도 맞고, 건강한 정신에 건강한 회사분위기가 깃드는 것도 백번 옳은 말씀이다.



건강하겠다는 말에는 사실 여러 가지 의미가 담겨있다. 건강의 주체를 신체와 정신으로 나눌 수도 있고, 건강을 위해 무언가 하겠다는 다짐도 포함된다. 나는 이 다짐에 좀 더 포커스를 둔 생활을 하려고 노력 중이다. 기피해야할 대상 1순위인 금연과 다이어트에 성공한 사람이고, 건강한 생활을 위해 꾸준히 운동을 하고 있고, 최근에는 건강한 식단에 대해 공부하며 실천하려고 노력 중이다. 어찌보면 건강은 개인적인 부분인데 회사와 일과 연관지어 이야기할 수 있을지 곰곰히 생각해보다 '체력은 국력이다'라는 말이 생각났다.


건강한 사람이 뿜어내는 묘하게 긍정적인 아우라를 느껴본 적 있을 것이다. 매사에 당차고, 모난 구석이 없고 항상 긍정적이다. 개인의 건강은 이처럼 나의 생활을 탄탄하게 할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뿜어준다. 그 에너지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사람들을 결속시키고, 고무시키며, 올바른 길로 인도한다. 실패하더라도 빠르게 털고 일어나 경험을 거름삼아 다음 단계를 준비하게 만든다.


또한 건강을 유지하는 일은 꽤나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시간을 계획적으로 활용할 줄 알아야 하고, 부지런해야 한다. 그래서 '건강하겠다'라는 포부가 얼마나 강단있고, 미래지향적이며, 나를 사랑함과 동시에 타인을 배려하는 맥락인지 알아야 한다.


자기소개서의 입사 후 포부는 소설과도 같다. 경력직 중 지금까지 그 내용을 기억하고 실천하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반대로 건강에 대한 다짐은 허구가 아닌 에세이다. 실제 나에게 일어났던 일이고, 내가 내 의지로 변화시킬 수 있는 부분이라는 점에서 정직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회사는 경력직에게 기술적인 부분을 요하겠지만 11년차 경력직에게 건강하겠다는 포부를 듣고 싶어하진 않겠지만 나는 그러하다. 포부도 입사도 이직도 다 건강해야 할 수 있는 겁니다 선생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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