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은 기어코 기억이 된다_꽃을 마음이라 부르면
파 한 단, 청양고추 한 봉 사러 간 마트에서 프리지어 한 단 사서 돌아오는 길. '삼천 원의 행복이란 이런 거지.' 단출한 포장을 끌러 밑동을 다듬고, 꽃병에 물을 채우는 일이 나를 돌보는 일처럼 느껴져 좋습니다.
어버이날에 사들고 간 카네이션을 보며 엄마는 "너 중학교 들어가고 나서 일주일에 한두 번씩 장미꽃 사 왔던 거 기억나?" 그때 어떤 마음이었는지 선명하지 않지만 아마 어린 마음에도 알았을 겁니다. 예쁜 걸 보니 엄마 생각이 났고, 좋아해 줄 걸 아니 사고 싶었을 거예요. 그 한 시절을 잊지 않고 되묻는 엄마의 마음이 좋아서 이번에도 저는 대답 대신 시치미를 땠습니다.
큐레이션에 '제철'이란 단어가 붙으면 농수산물이 전부인 줄 알고 살았는데 한 살 한 살 나이 먹을수록 흐드러지게 핀 아카시아 나무 앞에서 킁킁, 오밀조밀 핀 제비꽃 앞에서 '너 참 귀엽다'라고 혼짓말하는 저를 발견합니다. 이름 모를 꽃들을 검색하며 맥문동과 이팝나무를 알게 되었고 앞으로 제가 알게 될 ‘꽃 이름 서랍’이 채워질 상상에 흐뭇해지기도 해요. 누군가 "나이 들면 꽃이 좋아진다던데"하는 말의 속 뜻이 어떻건 살면서 좋아하는 게 줄어들지 않는 것은 그 자체로 기쁜 일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작약이 제철이라길래 5월 초에 예약을 걸어두고 24일에 받아봤습니다. 수화 작용을 위해 열탕 작업을 해두고 주말 내내 요리조리 눈 맞춤도 하고요. 이르고 더디게 제각각 꽃망울 터트리는 작약이 사람의 일생과 닮았다고도 생각했습니다.
우리가 무심히 흘려보내지 않은 오늘이 한 시절 건너, 좋은 기억되어 돌아오면 좋겠습니다. 보다 가까운 거리에서 서로가 서로를 응원할 수 있다면 더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