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일이 만난 세 번째 사람
연애에 관해 한 선배가 해 준 얘기가 생각이 나는데요. '철없을 땐 잘생긴 남자가 좋고, 좀 연애를 해보니까 좋은 남자가 좋고, 근데 결국 잘생긴 남자, 좋은 남자 다 필요 없고, 나랑 잘 맞는 남자가 최고더라'라는 말이었는데, 패션도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이름 김윤혜
직업 데이팅 서비스 '튤립' 대표
좋아하는 아이템 몰스킨, 라미 만년필
사업 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저는 경영 컨설팅 회사에서 첫 커리어를 시작했어요. 상사, 동료들, 모두가 열정적이고, 책임감이 있는 사람들로 가득한 곳이어서 많이 배울 수 있는 곳이었는데요. 무엇보다 회사에서 지금의 남편을 만나고 함께 회사를 나와 튤립을 시작하게 됐으니, 저에게는 특히 고마운 곳이에요.
경영 컨설턴트라는 선망받는 직업을 그만두고 사업을 시작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저는 어릴 때부터 늘 ‘어른이 되면 사업을 해야지’,라고 생각해왔던 것 같아요. 보통 ‘어떻게 사업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나요?’라는 질문을 많이 하시는데, 저는 '어떻게 사업에 관심이 없을 수 있나요?'라는 질문이 더 자연스럽다고 느껴요. 왜냐하면 '이런 게 왜 없을까?', '이런 건 왜 이런 걸까?' 누구나 살면서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있잖아요. 사실 그렇게 생각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게 사업이니까, 특히 이런 생각들을 자주 하는 사람이라면 모두 마음속에 사업가적인 기질이 있는 것 아닐까 생각해요.
경영 컨설팅 회사에서 일하면서, ‘경영이라는 게 이렇게 재미있구나’라는 걸 느끼게 됐는데, 똑같이 사업을 하고 싶어 하는 남편을 만나면서 아직 부족하지만 조금 더 빨리 사업을 시작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구체화된 것 같아요.
남편 분과는 어떻게 결혼을 결심하게 되었나요?
지금 남편이 남자 친구일 때 사업에 대한 구상을 같이 했는데요. 같이 사업 구상을 하면서 참 지혜로운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사실 결혼을 한다는 건, 삶에서 크고 작은 의사 결정들을 함께 하게 되는 거잖아요. 저에게 중요한 커리어와 관련된 의사 결정들을 함께 내리면서, 내 인생에 대한 다른 의사 결정들도 같이 내릴 수 있을 만큼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데이팅 서비스를 시작하게 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사람은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그 인생이 달라진다'고들 하잖아요. 사실 연인이나 배우자만큼 인생에 크게 영향을 주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해요. 새로운 사람을 만날 기회는 많지만 정말 단짝 같은 사람을 만나는 건 쉽지 않거든요. 연인이 행복하게 지내려면 가치관이 잘 맞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지 않으면 어떤 시점을 계기로 갈등이 생기거나 서로가 원하는 방식으로 살 수 없어요. 그래서 내면의 깊은 얘기를 초반부터 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자기에게 꼭 맞는 연인을 만나게 된다면, 세상은 분명 더 행복으로 가득 찬 멋진 곳이 될 거라고 믿어요. 그래서 이 일이 좋아요.
패션이 왜 커리어에 중요할까요?
어느 순간 패션만큼 그날의 감정 상태, 태도를 결정짓는 요소가 있을까, 하고 깨닫게 된 것 같아요. 힐을 신은 날과 운동화를 신은 날, 신발만 다를 뿐인데 내가 전혀 다른 사람인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으니까요. 어떤 옷을 입고, 어떤 구두를 신고, 이런 것들이 단순히 남에게 잘 보이는 것을 넘어서서 그날의 내 태도를 바꿀 수 있는 거 같아요. 정장을 입은 날이면 조금 더 자신감이 생기고 조심스럽게 행동하는 반면에 자유롭게 입은 날에는 그만큼 더 열린 생각을 할 수 있어요. 그래서 ‘패션이 정말로 중요한가요?’라고 묻는다면 저는 ‘네 정말로 중요해요’라고 말할 수 있어요. 그날 그날의 감정 상태, 태도가 그날의 나를 만들고, 그런 하루하루가 모여 내가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오늘은 어떤 옷을 입을까, 어떤 신발을 신을까를 고민할 때, 오늘은 어떤 날이었으면 하는지를 생각해 봐요. 되고 싶은 혹은 기억되고 싶은 나의 모습을 종종 그날의 스타일에 투영할 때가 많아요.
패션과 스타일링에 관심을 가지면 어떤 장점이 있을까요?
제가 데이팅 서비스를 하다 보니, 연애에 관해 한 선배가 해 준 얘기가 생각이 나는데요. "철없을 땐 잘생긴 남자가 좋고, 좀 연애를 해보니까 좋은 남자가 좋고, 근데 결국 잘생긴 남자, 좋은 남자 다 필요 없고, 나랑 잘 맞는 남자가 최고더라"라는 말이었는데, 패션도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아무래도 평소에 관심을 가지고 시행착오를 겪어야 단순히 예쁜 옷, 좋은 옷이 아니라 나에게 잘 맞는 옷, 나를 가장 멋지게 해주는 옷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요? 나를 나다우면서도, 가장 멋지게 해주는 스타일을 갖게 된다면 그만큼 멋져 보이는 건 물론이고, 본인도 모르게 내면에서 나오는 자신감이 삶을 더 빛나게 해 줄 것 같아요.
그렇다면 ‘김윤혜’한테 맞는 패션은 뭔가요?
예전에 경영컨설팅 회사를 다녀서 블랙&화이트 정장을 많이 입을 수밖에 없었어요. 사실 지금도 금전적으로 예산 제약이 있다 보니, 아무래도 자주 입을 수 있는 무채색 계열을 고르게 되긴 해요. 하지만 그래도 요즘은 의식적으로 컬러풀한 옷을 사려고 노력해요. 더 다양한 스타일을 시도해 보면서 지금보다 더 저에게 잘 어울리는 스타일을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나중에 금전적인 여유가 된다면 스타일리스트에게 부탁해 보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가장 아끼는 아이템이 있으신가요?
몰스킨과 라미 만년필이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문구 덕후였어요. 집에 정말 박스로 펜, 수첩들이 있을 정도로요. 그중에 줄 없는 작은 검정 몰스킨을 가장 좋아해요. 라미 만년필은 특히 가볍고 가성비가 좋아서 즐겨 사용해요. 특히 제 미래에 대해서 수첩에 쓰는 걸 좋아하는데요. 저는 쓰는 대로, 말하는 대로 이루어진다고, 늘 마음 한편에 단단히 믿고 있어요. 그래서 항상 제 미래에 대해서 몰스킨에 적어요. 예를 들면 최근에는 우리 회사가 앞으로 어떤 기업문화를 가지면 좋을지에 대해 쓰기도 했어요.
앞으로 가장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요?
저는 사람들이 꿈꾸는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돕는 일을 하고 싶어요. 먼저, 튤립을 통해 우리가 만나고 싶은 단짝 같은 사람을 만날 수 있게 도울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궁극적으로는 존경하는 동료들과 함께'아침에 일어나면 일이 너무 재미있어서 빨리 출근하고 싶은 회사'를 꾸려나가고 싶어요.
옷을 좋아하는
우리 주변 평범한 사람들,
그들의 패션(Fashion)과
패션(Passion)에 대한 이야기
YOIL MAGAZINE
Interviewee. 김윤혜
Editor. 조경상
Photographer. 김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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