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일이 만난 네 번째 사람
패션은 여성에게 있어서 자신의 정신상태를 재무장하고 내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게 돕는 좋은 수단이라고 생각해요.
이름 배진희
직업 마이크로소프트 대외협력 차장
좋아하는 아이템 MS 서피스, 스카프
현재 어떤 일을 하고 계신가요?
현재 저는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대외협력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기업 공헌 활동)이라는 활동과 자선활동(Philanthropy)이 따로 나누어져 있어요. 그러니까, CSR에서는 ‘책임 있는 경영’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자선활동에서는 ‘Charity(자선)’라고 해서 기부, 박애주의와 관련된 활동을 고민합니다. 한국 마이크로소프트에서는 제가 자선활동 업무를 책임지고 있습니다. 그 외 대외협력 업무 역시 같이 하고 있어요. 대외협력에 대해서 예를 들면 대외적으로 이해관계자라고 할 수 있는 비영리단체, 정부부처, 주요 인플루언서와 커뮤니케이션을 하며 마이크로소프트가 한국에서 비즈니스를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젊은 여성분이 대외협력 쪽에서 일하는 게 흔치 않은데요, 마이크로소프트 전에도 대외협력과 자선활동 관련 일로 커리어를 시작하셨나요?
아뇨 전혀 아니에요. 저는 저작권 관리로 커리어를 시작했어요. 외국에 있는 동화책을 한국에 출판할 때 필요한 판권 관리 업무를 도와주는 에이전시에서 일을 했어요.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게 저는 대학교 때 태국어와 일본어를 공부했어요. 어학 쪽 일을 하다 보면 당연히 판권이나 글과 관련된 업무를 하는 게 자연스러운 흐름이거든요. 그렇게 판권 쪽 일을 하다 보니 당연히 판권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저작권 관련 업무로 입사를 하게 됐어요. 입사한 지 1년 만에 제 상사였던 분이 ‘너는 말도 잘하고 사람들과 금방 친해지는 능력도 있으니 대외협력이나 각종 이벤트를 하는 CSR 쪽 일을 해보는 건 어떻겠느냐’라고 제안을 하셔서 보직을 변경하게 되었어요. 그렇게 CSR이나 자선활동 쪽 일을 한지가 벌써 5년이 다 됐어요. IT 쪽 일을 하시는 분들은 공감을 하시겠지만 5년이 되었어도 너무 빠르게 환경이 변하기 때문에 늘 새롭게 배워야 되는 분야예요. 어제의 동료가 어제의 적이 되기도 하고 어제 적이었던 사람이 오늘 동료가 될 수 도 있는 분야예요. 정말 다이내믹한 환경에서 숨 쉴 틈 없이 일하고 있지만 늘 항상 즐겁게 일하고 있어요. 항상 배우는 부분이 있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거 같아요.
조금 더 구체적으로 자선활동 업무에 대해서 설명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정부부처에 좋은 인식을 주기 위해서 다양한 공익활동을 기획하고 전략을 세우고 있어요. 마이크로소프트는 기업이기 때문에 좋은 활동을 무작정 하는 건 불가능해요. 저희 비즈니스와 잘 맞고 저희의 가치를 보여줄 수 있는 공익활동을 전략적으로 기획하는 게 가장 주된 업무예요. 그것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정부부처, 대학교, 비영리단체와 같은 이해관계자와의 파트너십은 필수예요. 마이크로소프트가 가지고 있는 자산이나 재원을 그들에게 잘 보여주고 저희가 이루고자 하는 것을 잘 전달해서 함께 일을 해낼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저는 제 일을 ‘사람들 만나는 게 직업이에요’라고 종종 말하는데 정말 맞는 말이에요. 사람을 만나고 설득하고 우리 편으로 만들고 우리가 원하는 메시지를 이해관계자들이 사회에 잘 전달하게 만드는 게 제 업무의 본질인 거 같아요. 다행히 마이크로소프트는 철학이나 소신이 확고한 회사예요. 마이크로소프트의 미션은 ‘to empower every person and every organization on the planet to achieve more’ 예요. 즉, ‘지구에 있는 모든 사람과 모든 조직이 더 많은 것을 성취할 수 있도록 돕는다’입니다. 이해관계자를 설득해야 할 때 그런 철학이나 소신이 많은 도움이 돼요. 만약 제가 이해관계자를 만나는데 안 좋은 철학과 음흉한 속내를 가지고 있다면 그분들을 설득하기 쉽지 않을 거예요. 마이크로소프트의 좋은 미션과 비전을 바탕으로 저 역시 사명감을 가지고 사람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 두 번 저를 만난 사람들 모두 제 편이 되어주는 거 같아요.
최근 가장 도전적이었던 프로젝트는 어떤 게 있었나요?
최근 청각장애인을 위한 행사를 진행하고 있어요. 장애인은 비장애인에 비해서 디지털 리터러시 (Digital Literacy)가 떨어질 수밖에 없고 전달받을 수 있는 정보도 적어요. 그런 문제는 결과적으로 좁은 직업 선택으로 연결돼요. 이러한 문제를 과거에 관련 기사나 연구조사를 통해서 자주 접했었지만, 사실 이게 꽤 예민한 문제예요. 왜냐하면 장애에 대한 지식도 제가 별로 없을뿐더러 디지털 리터러시와 장애 이슈를 다뤄본 비영리 단체 파트너도 별로 없어요. 하지만 그 두 가지 문제에 대해서 다루는 것을 ‘해보지 않는 것보다 해보는 것이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그나마 가장 접근하기 쉬운 청각장애 청년들 상대로 ‘IT 진로 캠프’를 열 예정이에요. 청각장애 청년들만 모아서 행사를 진행하는 게 아닌 비장애 청년들도 같이 초대해서 다양성을 확보를 할 수 있도록 준비했어요. 처음 행사 준비과정이 쉽지는 않았어요. 비장애인 청년들은 청각 장애인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고 청각장애 청년들은 이런 것에 나서는 것을 꺼려했어요. 그럼에도 많은 분들이 이러한 시도에 관심을 가져 주고 그러한 시도가 필요하다고 공감해 주셔서 굉장히 많은 비영리 단체들과 파트너들이 행사를 도와주셨어요. 이 ‘IT 진로 캠프’는 1박 2일 동안 진행될 예정이에요. 청각장애 청년들이 컴퓨터 사이언스나 코딩 교육을 어디서부터 시작하면 될지를 알려주는 다양한 세션, 멘토링을 통해서 IT 관련 진로를 꿈꿀 수 있도록 하는 게 이 캠프의 목적이에요. 어려운 문제지만 중요한 문제예요.
아까도 언급했듯이 무조건 좋은 일을 하는 게 아닌 꽤 구체적인 전략을 가지고 진행을 하는 거네요?
네 물론이에요. 장애라는 것도 다양해요. 장애라는 게 신체적인 장애도 있을 수 있지만 정신지체와 같은 정신적인 장애도 있을 수 있어요. 정신지체도 발당장애 일 수도 있고 자폐처럼 심리적인 문제일 수 도 있어요. 이 넓은 스펙트럼을 점점 좁혀나가면서 구체적인 타겟을 정하고 가장 빠르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분야를 찾아요. 착한 일만 한다고 결코 좋은 결과를 낼 수 없어요. 훨씬 더 정교하고 전략적이어야 한다는 것을 새삼 느껴요. 사회공헌이나 CSR도 비즈니스적인 고민과 저희가 가지고 있는 가치를 같이 고민해나가지 않으면 절대로 성공할 수 없어요. 결국 똑같이 돈을 써도 ‘어떻게 하면 사회에 더 큰 임팩트를 줄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너무 중요해요. 지속가능성 역시 너무 중요해요. 단순 일회성 지원이 되어서는 안 돼요. 저희는 지원 후에도 저희 파트너들에게 지속적으로 연락을 해요. 카카오톡은 당연히 항상 열려 있고 비영리단체와 한 달에 한 번씩 꼭 오프라인 모임을 가져요. 어려움은 없는지 묻고 반대로 피드백을 받으며 지속적으로 더 좋은 관계를 구축해나가요.
패션에 대해서 항상 관심이 있으셨나요?
항상 관심을 가지고 있었어요. 특히 대외협력 일을 시작하며 더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어요. 대외협력이 다른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 직업이기 때문에 처음 만날 때의 모습이 너무 중요해요. 그 첫 만남에서 패션만큼 좋은 인상을 주기에 강력한 도구는 없는 거 같아요. 예를 들면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싶은 사람과의 만남에서는 파스텔톤과 같이 부드러운 색을 선호해요. 반대로 중요한 것을 논의해야 하는 자리에서는 저희가 “전투복”이라고 말하는 강렬한 비비드 컬러나 무채색 옷에 높은 힐을 신어요. 패션은 여성에게 있어서 자신의 정신상태를 재무장하고 내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게 돕는 좋은 수단이라고 생각해요. 그것뿐만 아니라 만나는 대상에 따라서 저의 나이를 조절할 수 있는 게 패션이에요. 예를 들면, 청년들 앞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해야 하는 상황일 때 청바지와 티셔츠를 입고 마이크로소프트가 가지고 있는 역동적인 이미지를 전달할 때도 있어요. 제가 대외협력 일을 하는 사람 치고 어린 편이기 때문에 굉장히 프로페셔널하게 보여야 하는 경우가 많이 있어요. 그럴 때는 원피스나 쓰리피스, 바지 정장에 안경을 쓰기도 해요. 오늘 만나는 사람에 맞춰서 스타일링을 하는 편이고 이런 것들이 관계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생각을 해요.
외부로 보이는 모습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스스로에게도 패션이 중요하겠네요?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옷장이 채워지는 걸 일단 즐거워해요. 옷 정리하는 걸로 스트레스를 해결하는 경우도 종종 있어요. 저는 무조건 비싼 것만 사진 않아요. 베이직한 아이템은 비싼 걸 사서 고이고이 오랫동안 쓰는 스타일이에요. 대신 트렌디한 아이템은 조금 저렴한 것들을 사서 베이직한 아이템과 트렌디한 아이템을 조합해서 스타일링을 하는 편이에요. 내가 가지지 못한 새로운 아이템을 구입하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편이에요. 그거에 맞춰서 스타일링을 해보고 거기서 또 스트레스를 풀기도 해요. 새로운 시도를 하는 걸 좋아해요. 아무래도 마이크로소프트가 외국계 회사다 보니 본사로 출장을 갈 일이 많이 있어요. 제가 요즘에 하는 일중 하나가 모던 한복을 하나씩 가져가요. 네트워킹 파티나 저녁식사 자리에 모던 한복을 꼭 입고 가요. 사람들에게 굉장히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는 것뿐만 아니라 그들 사이에서 많은 관심을 받을 수 있어요. 한국에 대한 얘기를 자연스럽게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어요.
가장 아끼는 아이템이 무엇인가요?
당연히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나온 서피스예요. 저희 지식과 모든 게 들어 있는 디바이스라 저에게 중요할 수밖에 없어요. 또, 꼭 중요한 아이템을 꼽으라고 하면 스카프예요. 제가 사회공헌 관련 일을 하다 보니 화려하게 입기가 쉽지 않아요. 귀걸이와 시계를 제외하고는 액세서리를 하기 힘들 때가 많아요. 그런 것들을 고려했을 때 스카프는 굉장히 포멀 하면서 저렴하고 계속해서 변화를 줄 수 있는 좋은 아이템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가장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요?
저의 요즘 가장 큰 고민이에요. 제 경력이 쌓이면서 사람을 관리해야 하는 순간들이 자주 와요. 그러한 능력을 더 키우기 위해서 경영대학원을 다니기 시작했어요. ‘다음 단계가 뭐야?’라고 묻는다면 여전히 물음표예요. 제가 욕심이 많아서 마케팅도 하고 싶고 다른 분야에 진출하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하지만 결과적으로 나이가 많이 들어서 제 커리어가 끝나갈 때쯤 비영리단체의 이사를 맡거나 공헌자의 역할을 하고 싶어요. 비영리단체의 부족한 부분을 제가 가지고 있는 경험과 네트워크를 이용해서 채워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옷을 좋아하는
우리 주변 평범한 사람들,
그들의 패션(Fashion)과
패션(Passion)에 대한 이야기
YOIL MAGAZINE
Interviewee. 배진희
Editor. 조경상
Photographer. 김유나
요일 YOIL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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