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일이 만난 열한 번째 사람
스스로의 몸을 싫어하지 않게 된 후에는 입고 싶던 옷을 입기 시작했어요.
이름 이슬아
직업 작가
좋아하는 아이템 러닝화
현재 어떤 일을 하고 계신가요?
글을 쓰고 만화를 연재해요. 망원동에 있는 제 집이자 작업실에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책을 읽는 게 주된 일상이에요. 글과 만화를 연재하는 것 외에도 부업으로 글쓰기 교사를 하고 있어요.
보통 어떤 책을 많이 읽으시나요?
보통 닥치는 대로 읽지만 거의 소설을 많이 읽어요. 특히 좋아하는 작가의 신작 소설을 예약 판매할 때 미리 주문해서 배송을 기다리는 걸 좋아해요. 만화도 즐겨보는 편이에요. 만화의 종류에도 코믹스 류가 있고, 웹툰이 있고, 그래픽 노블이 있고 장르가 다양하잖아요. 저는 특히 그래픽 노블을 많이 보면서 자랐어요. 그래픽 노블은 글이 많이 들어간 만화, 그러니까 만화와 소설의 중간 장르라고 생각해요. 그래픽 노블을 많이 탐독하면서 자랐죠. 저는 유럽의 그래픽 노블 작가들을 특히 좋아해요.
어떤 작가를 가장 좋아하세요?
너무 많지만 떠오르는 대로 말하자면. 일단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께스를 너무 좋아해요. 미란다 줄라이라는 젊은 소설가도 좋아하고요. 최근 김애란 작가님의 ‘바깥은 여름’이라는 소설을 읽었어요. 표지도 내용도 인상적이었어요. 단편집인데 한편 한편이 너무 묵직해서 하루에 완독 하기가 어려웠어요.
스스로를 어떻게 소개를 하시나요?
작가라고 소개를 해요. 작가라는 말을 너무 대단하게 느껴온 데다가 존경하는 작가도 너무 많아서 ‘나 역시 그런 호칭으로 불릴 정도의 사람인가?’라는 생각도 들고 민망해서 작가라고 소개를 안 했던 때도 있었어요. 그렇지만 ‘어쨌든 돈을 받고 연재를 하면 작가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웹툰 작가라고 할 때도 있고, 글 연재를 했었으니 수필작가나 칼럼 연재 작가라고 할 때도 있어요. 언젠가는 저를 소설가나 에세이스트라고 소개할 수 있기를 바라요.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시간이 많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제가 연습을 많이 해야죠.
작가로서 겪는 힘든 점이 있을까요?
원래 글쓰기를 굉장히 좋아했고, 글쓰기만 주로 열심히 했었어요. 그러던 와중에 어쩌다가 만화로 데뷔를 하게 되었어요. 읽기와 쓰기 모두 좋아하지만 가장 잘하고 싶은 것이 쓰기인 것 같아요. 그럼에도 만화를 열심히 하는 이유는 지금 제 실력으로는 문학계에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어요. 만화의 고료가 글 고료 보다 나아서 생활비를 벌 수 있어요. 만화계에 감사하며 만화로 일을 하고 시간을 벌고 남는 시간에 읽기와 쓰기를 하고 있어요. 소설가들이 정말 정말 잘해야 하는 일은 내가 살아보지 않은 삶을 살아본 것처럼 쓰는 것이잖아요. 그래서 계속 공부를 해야만 해요.
레진코믹스에 있는 만화를 읽어보면 성에 대해서 많이 다루고 있는데요.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19금이 붙어 있고 침대 위에서 진행되는 얘기도 많지만 섹스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지는 않다고 생각해요. 섹스신도 없을뿐더러 제가 섹스신을 그리고 싶어도 그림솜씨가 없어서 그릴 수가 없어요. 오히려 섹스를 둘러싼 농담밖에 없는 만화라고 생각해요. 어떤 남녀가 옷을 벗고 만났을 때 갑자기 경계가 풀어지는 시점이라던지, 나른해지거나 짓궂은 농담을 하는 장면들이 저에게 항상 인상적이고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다들 이런 몸 장난 같은 것을 하곤 놀잖아요? 한 사람 정도는 이런 농담을 기록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하지만 쇼트커트는 섹스 만화가 아니라 연애 만화, 로맨스로 분류되는 게 적당하다고 생각해요.
대학생 때부터 소설을 쓰셨나요?
원래는 문화예술잡지인 월간 페이퍼에서 3년 정도 기자로 일을 했어요. 대학생 때는 씨네21에서 일을 배웠었죠. 인터뷰를 하고 사람을 만나는 게 재미있었어요. 제 진가는 말하기보다는 듣는 것에 있다고 생각해요. 멋있는 사람들과 내가 좋아하는 작업을 하는 사람들의 얘기를 들을 수 있어서 아주 좋았어요. 그래서 그 사람들에 대한 글을 썼죠. 그러다 보니 진짜 내꺼를 하고 싶어서 틈틈이 제 글을 썼어요. 잡지사에서 일을 하면서 돈이 모자라서 동시에 누드모델 일을 3년 정도 병행했어요. 누드모델 일을 3년 정도 하며 누드모델에 대한 소설을 썼어요. 그리고 그것을 한겨레21에 제출했었는데 손바닥문학상에 당선이 되었어요. 그게 당선됨과 비슷한 시기에 잡지사 일은 안 하게 된 것 같아요. 돈을 받는 글 연재가 있을 때도 있고 없을 때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꾸준히 쓰고 있어요.
어떤 소설가가 되고 싶으신가요?
일단 잘 읽혔으면 좋겠어요. 저는 슬픔을 잘 말하는 이야기를 쓰고 싶어요. 잘 쓰인 슬픔은 슬프지만 계속 읽고 싶어지잖아요?
만화는 언제부터 그리기 시작하셨나요?
2014년쯤에 만화로 넘어갔어요. 누드모델 관련 단편 소설로 등단을 한지 얼마 후에 어떤 분께서 “너는 글을 쉽게 쓰니까 만화를 그려보면 어때?”라는 말을 해주셨어요. 만화에 어울리는 문법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셨던 것 같아요. 그 계기로 페이스북에 4컷 만화를 그려서 올리기 시작했어요. 근데 그 시리즈의 반응이 생각보다 좋았어요. 어느 날은 공유가 1,000회가 넘게 되어있더라고요. ‘이게 왜 공유가 많이 될까? 남녀가 침대에 누워서 일어나기 싫음을 표현하고 있는 정말 시답잖은 않은 만화인데?’라는 생각과 동시에 ‘다들 이런 경험이 있나 보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결국 레진코믹스에서 제안이 와서 연재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 후에 웹툰 4개 정도를 더 연재하게 되었어요. 최근에는 벅스 뮤직에서 ‘슬짱의 말하기 듣기 쓰기’라는 만화를 연재하고 있어요.
몇 살이든 간에 혼자 시간을 잘 보내고 그 시간을 유능하게 쓰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패션 얘기를 해보고 싶어요. 원래 옷을 좋아하시나요?
옷 입기는 좋아하지만 스타일링에 대한 생각을 크게 하지 않아요. 저는 고등학생 때는 통통했었기 때문에 엄청 큰 박스티 같은 것만 입었어요. 골반이 커서 몸매에 라인이 확연히 들어 나는 것에 대해서 창피한 생각이 들었어요. 스스로의 몸을 싫어하지 않게 된 후에는 입고 싶던 옷을 입기 시작했어요. 어머니가 마침 구제 옷가게를 열어서 그 시기엔 세상에 있는 수많은 옷을 입어 봤던 것 같아요. 어떤 옷이 제 체형에 어울리는지 어울리지 않는지 살펴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요즘에는 몸을 잘 불편하게 하지 않는 옷을 좋아해요. 사방이 잘 늘어나는 옷을 특히 선호해요.
전혀 유행이랑 상관없는 옷을 입으시는 것 같아요. 실제로 자신만의 스타일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제 딴에는 편하고 예뻐서 입는 옷인데 어디 가면 옛날 사람 같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요. 그런 걸 딱히 추구하는 건 아니에요. 근데 생각해보면 제 만화도 1930년대 신 여자들이 나올 때 실린 만평 같다는 말을 들었어요. 그 만화의 주인공 생김새도 그렇고요. 제 얼굴이 개화기 즈음의 여성하고 비슷하게 생겼다는 말을 많이 듣고요. 대학 캠퍼스에서 가장 보편적인 스타일들은 잘 안 고르게 돼요. 어색하기도 하고 그런 치마나 바지가 사이즈가 잘 안 맞기도 하고요.
보통 옷은 어디서 구매를 하시나요?
구제 옷을 많이 사서 입어요. 구제 옷은 외국에서 들여오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아서 허리나 골반 사이즈가 저한테 맞는 경우가 있어요. 망원동에 있는 구제 옷 가게에서 사기도 하고요. 서교동이 나합 정에도 자주 가요. SPA 브랜드도 자주 입어요. H&M이나 자라 같은. 그냥 편하게 입는 옷들은 SPA 브랜드를 자주 사게 돼요.
좋아하는 브랜드가 있으신가요?
포에버 21의 뷔스티에가 많아요. Theory의 셔츠를 만지면 감촉에 정말 감탄하게 돼요. 정말 튼튼하고 아름다운 셔츠라는 생각을 할 때가 많아요. 하나의 브랜드를 선호하거나 하진 않아요.
가장 좋아하는 물건이 있으신가요?
좋은 러닝화를 좋아해요. 달리는 걸 좋아해서요. 작년에는 매일 3km에서 5km씩 뛰기도 했어요. 나중 에돈 많이 벌면 러닝화만 사고 싶어요. 뛰면 정말로 행복해요. 뛰는 건 정말로 혼자 하는 거잖아요. 게다가 뛰는 건 정직하게 실력이 늘거든요. 제가 처음에 뛸 때는 1km만 뛰었는데도 죽을 것 같더라고요. 근데 진짜 매일 뛰어보니 정직하게 뛸 수 있는 km 가늘어가고 안정적으로 5km를 뛸 수 있게 되더라고요. 저같이 게으르고 재능이 부족한 사람들은 꾸준함과 부지런함이 중요해요. 달리기가 그걸 조금은 증명해 줄 수 있는 것 같아 좋아요.
앞으로의 꿈이 있으신가요?
저는 집을 가꾸고 살림을 일구는 재능이 있어요. 예전에는 그냥 그걸 계속하고 싶다고 말을 했었죠. 최근에 새롭게 원하게 된 것은 정말 혼자 잘 사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거예요. 왜냐하면 지금까지는 누구를 사랑하고 있는 상태에서만 안정을 느껴왔어요. 하지만 누구를 사랑하고 있지 않아도 안정적인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게 쉽지가 않아요. 너무 쓸쓸하잖아요. 몇 살이든 간에 혼자 시간을 잘 보내고 그 시간을 유능하게 쓰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래야 민폐를 안 끼칠 수 있고 스스로도 시간을 가치 있게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옷을 좋아하는
우리 주변 평범한 사람들,
그들의 패션(Fashion)과
패션(Passion)에 대한 이야기
YOIL MAGAZINE
Interviewee. 이슬아
Editor. 조경상
Photographer. 김유나
이슬아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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