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과 평온함 사이
가르바 핀다다사 | Garbha Pindasana
결가부좌(파드마사나/Padmasana)를 틀어 다리 사이로 양 팔을 쏙쏙 집어넣어 얼굴 아래 양 손으로 꽃받침을 만들어 유지한다.
파드마사나로 묶어둔 발등과 발목,
좁은 다리 사이 틈을 비집고 들어간 팔뚝과 손목,
무릎을 몸 쪽으로 당겨와 접힌 골반과 복부, 하체의 후면 모두 당연 고통스럽다.
그 고통 속에서 턱 아래 손으로 꽃받침을 만들어내는 순간 금방 내 마음속에 깊은 평온함이 찾아오는 아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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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아사나를 아쉬탕가 수련을 하며 처음 접했다.
처음엔 ‘공간도 없는데 다리 사이로 어떻게 팔을 집어넣어’하면서 겨우겨우 파드마만 틀고 앉아 발목과 발등에 들어오는 고통을 만끽하며 함께 수련하는 분들을 멀뚱멀뚱 구경하기 바빴다.
고수의 느낌을 풀풀 풍기는 분들이 갑자기 가르바 핀다사나를 앞두고 매트 옆에 준비해 두었던 분무기로 팔뚝 전체에 물을 분사하는 게 아닌가.
물을 이용해서 팔을 매끈하게 만들어 다리 사이로 팔을 ‘쏙’하고 집어넣는 모습을 처음 보았을 때 굉장히 재미있고 신기한 광경이었다.
(물론 한 여름 아쉬탕가 수련에서는 분무기는 필요하지 않았다.)
나는 분무기를 뿌리면서 팔을 꾸역꾸역 집어넣으며 진도를 나가고 싶은 욕심이 하나도 없었던 수련자라 그냥 언젠가 되겠지 하며 자연스럽게 아사나가 찾아올 날만 기다렸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습관처럼 수련을 이어가다 보니 처음엔 파드마사나 하나만으로도 고통스러웠던 내가 어느새 가르바 핀다사나를 쓱 조립(?)하고 ‘이 정도 고통쯤이야, 더 큰 고통도 이겨내며 여기까지 왔는데.’하며 무념무상으로 머물 수 있게 되었다.
나의 몸과 마음의 상태에 따라 더 고통스러운 날도 덜 고통스러운 날도 있지만, 멍하니 10 호흡 머무르다 쿡쿠타사나(수탉자세)까지 마치고 팔을 빼내고 파드마를 풀어냈을 때의 해방감이란!
나에겐 이 맛에 마이솔 수련한다 싶은 순간 중 하나였다. (지금은 마이솔 수련을 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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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 아사나를 수련하지 않아도 요가 매트 밖에서 가르바 핀다사나 대신할 수 있는 요가가 있다.
평소에 나를 가두고 있었던 것, 내가 미처 놓지 못하고 있었던 집착에서 잠시 벗어나 해방감을 느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
집착을 내려두고 내가 살아가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일상에서 어쩌면 아사나보다 더 중요한 요가를 하고 있다.
얼마 남지 않은 10월,
내가 제어할 수 없는, 불필요한 생각과 고민은 흘려보내며 평온하게 마무리할 수 있길,
나마스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