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권 만료 후에도 입체상표로 보호받는 방법
디자인권이 만료된 상품 형상을 입체상표로 계속 보호할 수 있을까요? 대법원 2023후11012 판결은 "그렇다"고 답합니다. 상품의 외형이 디자인이 될 수 있는 형상이더라도, 거래계에서 식별표지로 기능한다면 상표로서의 사용에 해당한다는 것이 이 판결의 핵심입니다.
이 사건의 주인공은 레저용 견인튜브입니다. 2003년경 독특한 입체적 형상의 견인튜브를 시장에 최초로 출시한 피고 회사는, 해당 형상에 대해 두 가지 지식재산권을 확보하였습니다. 하나는 2004년경 등록한 디자인권이었고, 다른 하나는 동일한 형상을 표장으로 하는 입체상표권이었습니다.
피고의 전략은 치밀했습니다. 디자인권은 존속기간 만료와 함께 소멸하지만, 상표권은 10년마다 갱신을 반복하면 반영구적으로 유지됩니다. 피고는 이 두 권리의 성격 차이를 정확히 이해하고 이중으로 활용하였습니다. 실제로 피고의 디자인권은 2019년경 존속기간 만료로 소멸하였습니다. 만약 디자인권만 보유하고 있었다면 이 시점 이후로는 누구든 해당 형상의 견인튜브를 자유롭게 제조·판매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피고는 입체상표권을 통해 이후에도 해당 형상에 대한 독점적 지위를 주장할 수 있었습니다. 등록상표는 2003년부터 국내에서 독점적·계속적으로 사용되어 왔고, 신문과 잡지에 소개·광고되기도 하였습니다. 무엇보다 시장에 동일 형상의 경쟁 제품이 전혀 없었다는 사실이 이 상표의 희소성과 식별력을 뒷받침하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경쟁 업체인 원고가 피고 상품과 유사한 형태의 견인튜브를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불거졌습니다. 피고는 원고의 제품 외형이 자신의 입체상표 권리범위에 속한다며 적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을 청구하였고, 특허심판원은 피고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그러나 원고가 심결취소소송을 제기하자, 특허법원(원심)은 "확인대상 표장은 장식용 디자인에 불과하다"며 심결을 취소하였습니다. 이에 피고가 대법원에 상고하면서 이 사건이 최고 법원의 판단을 받게 된 것입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원고 제품의 외형(확인대상 표장)이 상표로서 사용된 것인지였습니다. 원심인 특허법원은 상품의 외형은 본질적으로 디자인적 요소이므로 출처표시 기능을 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논리를 취하였습니다. 즉, "형상의 본질"에 초점을 맞춘 이분법적 접근이었습니다.
대법원은 이와 달리 "사용 양태"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대법원은 대법원 2019후10418 판결의 법리를 원용하여, 상표적 사용 여부는 ① 표장과 상품의 관계, ② 당해 표장의 사용 방식, ③ 등록상표의 주지저명성, ④ 사용자의 의도와 사용 경위를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이 사건에 구체적으로 적용하면, 피고의 등록상표는 2003년부터 장기간 독점적으로 사용되어 왔고, 신문·잡지 소개와 광고도 이루어졌으며, 시장에 유사한 형상의 경쟁 제품이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하면, 등록상표는 수요자에게 피고 상품의 출처표시로 잘 알려져 있었다고 볼 수 있었습니다. 원고가 피고와 경쟁관계에 있으면서 유사 형상을 채택한 것은 피고 상표의 명성에 편승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점도 함께 고려되었습니다.
"확인대상 표장은 디자인이 될 수 있는 형상이면서 실제 거래계에서 다른 상품과 구별하는 식별표지로도 사용되는 표장이므로, 순전히 디자인적으로만 사용되었다고 할 수 없다."
대법원은 이를 근거로 확인대상 표장이 상표로서 사용되었다고 판단하고,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습니다.
이 판결이 선언한 또 하나의 중요한 법리는 "디자인과 상표는 배타적·선택적인 관계에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원심은 사실상 "형상이 디자인이면 상표가 될 수 없다"는 논리를 전제하고 있었습니다. 대법원은 이 전제 자체를 정면으로 부정하였습니다.
디자인으로서의 기능과 상표로서의 기능은 하나의 형상에 동시에 존재할 수 있습니다. 어떤 형상이 심미적으로 아름답고 기능적으로 설계되었다고 해서, 그 형상이 동시에 특정 출처를 가리키는 식별표지로 기능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이 법리는 피고의 이중보호 전략에 결정적인 법적 근거를 제공하였습니다. 디자인권이 소멸한 이후에도 입체상표권을 통해 해당 형상에 대한 독점적 지위를 계속 주장할 수 있다는 것이 사실상 확인된 것입니다.
(1) 디자인·상표 이중보호 전략이 유효함을 확인하였습니다. 독특한 상품 형상을 보유한 기업이라면 디자인등록과 입체상표 등록을 병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디자인권 존속기간(20년) 이후에도 입체상표권을 통한 보호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단, 이 전략이 실효적이려면 상표가 수요자에게 출처표시로 인식될 수 있는 식별력을 갖추어야 합니다.
(2) 입체상표권자는 등록 후 사용 실적을 체계적으로 축적하여야 합니다. 이 판결에서 주지저명성은 상표적 사용을 인정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습니다. 권리행사의 성패는 등록 자체보다 등록 후의 지속적 사용, 광고, 언론 노출에 달려 있습니다. 사용 증거의 체계적 축적이 필수입니다.
(3) 경쟁사의 유사 형상 채택 동기도 판단 요소가 됩니다. 대법원은 원고가 피고의 명성에 편승하기 위해 유사 형상을 채택하였다는 점을 상표적 사용 인정의 근거로 삼았습니다. 경쟁사를 상대로 권리를 행사할 때는 그 경위와 동기에 관한 증거도 함께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4) 이 판결이 곧바로 권리범위 속부를 확정한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상표로서의 사용 여부만 판단하고 상표의 유사 여부 등 나머지 쟁점은 특허법원에 환송하였습니다. 최종적인 권리범위 속부는 환송심의 추가 심리를 거쳐야 결정됩니다.
이 판결이 담고 있는 법리는 생각보다 폭넓은 산업 분야에 적용됩니다. 레저·스포츠용품뿐 아니라 가전제품, 식품 용기, 화장품 포장 등 상품 형상이 브랜드 가치와 직결되는 모든 분야에서 디자인과 상표의 이중보호 전략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볼 만합니다.
더 깊이 알고 싶다면, 입체상표 등록·권리행사 체크리스트와 환송심 이후의 실무 전략을 소담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이중보호 전략의 구체적 설계 방법과 선행 판례 비교 분석도 함께 정리해 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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