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원이 틀렸다 — 디자인 침해 경고장 역전

확인대상 디자인을 잘못 특정하면 심판원 승소도 무너진다

by 여인재 변리사

특허심판원에서 "디자인권의 권리범위에 속한다"는 심결을 받았더라도, 법원은 그 심결을 뒤집을 수 있습니다. 심판원이 특정한 확인대상 디자인이 피심판청구인의 실제 제품과 사실적 관점에서 동일하지 않다면, 심결은 빈 껍데기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대법원 2026. 1. 15. 선고 2022후10418 판결이 바로 그 사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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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납품 경쟁에서 시작된 디자인 분쟁

이 사건의 물품은 휴대폰 보호필름 부착장치에 사용되는 가압 롤러입니다. 스마트폰 화면에 보호필름을 균일하게 부착하기 위한 산업용 부품으로, 삼성전자에 납품되는 물품이었습니다.

원래 이 디자인을 개발하여 삼성전자에 납품하던 회사는 (주) 도원테크였습니다. 도원테크는 2019년 4월 해당 가압 롤러에 대한 디자인을 출원하여 디자인등록 제1014379호를 취득하였습니다. 그런데 (주) 제이에스하이테크(이하 '실시자')는 2019년 1~2월 삼성전자 직원으로부터 도원테크 부착장치를 받아 이를 실측한 뒤 자체 제품을 제작하였고, 같은 해 4월부터 삼성전자에 납품을 시작하였습니다.

도원테크의 권리를 두 단계에 걸쳐 이전받은 (주) 디엠티솔루션과 이상철(이하 '디자인권자')은 2020년 실시자를 상대로 적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2020당3915)을 청구하였습니다. 자신들의 등록디자인의 권리범위에 속한다는 것을 확인받기 위한 심판이었습니다.

특허심판원 제119부는 2021년 8월 31일, 디자인권자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확인대상디자인은 등록디자인과 전체적인 심미감이 매우 유사하여 그 권리범위에 속한다"는 심결이었습니다. 디자인권자로서는 완전한 승소였습니다. 그러나 그 뒤에 전혀 예상치 못한 역전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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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원과 법원의 판단, 무엇이 달랐는가

쟁점 ① 심판원은 왜 확인의 이익을 인정하였는가

적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이 적법하게 성립하려면, 디자인권자가 심판에서 특정한 확인대상디자인이 피심판청구인이 실제로 실시하고 있는 디자인과 동일하여야 합니다. 이 요건이 충족되어야 심판청구의 '확인의 이익'이 인정됩니다.

특허심판원은 이 요건을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습니다. 실시자가 2019년 4월부터 삼성전자에 관련 물품을 납품한 사실이 있고, 심리종결일 현재까지 생산 금형을 폐기하지 않았으며, 실시자 스스로 판매 권한을 주장하고 있어 장차 다시 실시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실시자가 "소량 납품한 사실이 있다"고만 답하고 확인대상디자인과의 동일 여부에 대하여 끝까지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은 점도 참작하였습니다. 이를 근거로 심판원은 확인의 이익을 인정하였습니다.


쟁점 ② 색상과 비율의 차이 — 유사성 판단에서는 '미세한 차이'

심판원은 등록디자인과 확인대상디자인을 상세히 대비하였습니다. 등록디자인은 회색 본체에 회색 롤러 2개가 결합된 형상이고, 확인대상디자인은 짙은 밤색 본체에 검은색 Flat Roller와 빨간색 Edge Roller가 결합된 형상이었습니다. 색채가 완전히 달랐습니다.

상판과 롤러의 상대적 길이 비율도 달랐습니다. 확인대상디자인은 약 1:4:1, 등록디자인은 약 1:3:1이었습니다. 상판 측면 홈의 형상도 차이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심판원은 이러한 차이점들이 "보는 사람의 눈에 잘 띄지 않거나 자세히 보아야만 알 수 있는 미세한 차이에 불과"하고 "흔하게 채용되는 상업적·기능적 변형에 지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두 디자인 모두 상판 + 연결판 + 2개의 롤러(Flat Roller + Edge Roller)로 구성되는 독특한 구조가 공통되므로, 전체적 심미감은 유사하다는 결론이었습니다


"확인대상디자인은 이 사건 등록디자인과 그 외관상 느껴지는 전체적인 인상과 심미감이 매우 유사하여 이 사건 등록디자인의 권리범위에 속한다."


쟁점 ③ 법원이 뒤집은 이유 — "사실적 관점에서 같지 않다"

특허법원(2021허5365)은 2022년 6월, 심결을 취소하였습니다. 법원은 심판원과 전혀 다른 질문을 던졌습니다. "심판원이 유사하다고 판단한 그 확인대상디자인이, 실시자의 실제 제품과 사실적 관점에서 같은가?"

법원의 답은 "그렇지 않다"였습니다. 확인대상디자인이 심결 당시 실시자가 실제로 실시하고 있는 디자인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확인의 이익이 없으므로 심결 자체를 취소하였습니다. 본안 판단, 즉 유사 여부에 대한 심판원의 판단은 살펴볼 필요조차 없었습니다.

대법원 제2부(재판장 엄상필, 주심 오경미)는 2026년 1월 15일 상고를 기각하며 법리를 명확히 하였습니다.


"확인대상 디자인과 피심판청구인이 실시하고 있는 디자인의 동일성은, 피심판청구인이 확인대상 디자인을 실시하고 있는지 여부라는 사실 확정에 관한 것이므로, 이들 디자인이 사실적 관점에서 같다고 보이지 않는다면 그 동일성을 인정할 수 없다."


심판원이 인정한 그 차이들 — 색상, 비율, 홈 형상 — 이 유사성 판단에서는 "미세한 차이"에 불과하였지만, 동일성 판단에서는 "사실적 관점에서 같지 않다"는 결론의 근거가 된 것입니다.

대법원은 또한, 디자인권자 측이 본안 판단(확인대상디자인이 등록디자인의 권리범위에 속하는지)에 관한 원심 판단에 대해서도 상고이유를 주장하였지만, 이를 가볍게 일축하였습니다. 확인의 이익이 인정되었을 경우를 전제로 한 원심의 가정적·부가적 판단에 관한 것이므로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즉, 유사성 판단이라는 본안에 앞서, 동일성이라는 선결 요건에서 이미 게임이 끝난 것입니다.

이 사건이 명확하게 보여주는 것은, 심판원과 법원이 같은 사건에서 완전히 다른 질문을 했다는 점입니다. 심판원은 "실시자가 이 물품을 납품하였는가"를 물었고, 법원은 "심판에서 제출된 도면이 그 납품 제품과 사실적으로 같은가"를 물었습니다. 법원이 본 것은 납품 이력이 아니라 도면의 정확성이었습니다.


실무 시사점

디자인 침해 경고장을 받은 기업에게 이 판결이 주는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1) 첫 번째 점검 포인트는 확인대상디자인의 동일성입니다. 상대방이 심판에서 특정한 확인대상디자인의 도면과 자사 실제 제품을 사실적 관점에서 비교해야 합니다. 색상, 비율, 세부 형상 등에서 차이가 있다면, 이는 확인의 이익을 다투는 결정적 근거가 됩니다. "유사하다"는 것과 "동일하다"는 것은 전혀 다른 판단 영역입니다.

(2) 자사 실제 제품의 디자인을 객관적 자료로 확보해두어야 합니다. 사진, 도면, 카탈로그, 납품 실적서 등을 미리 갖추어야 합니다. 심판원 단계에서는 동일성 문제가 충분히 다루어지지 않을 수 있으므로, 법원 단계를 처음부터 대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3) 심판원에서 패소하더라도 특허법원에서 싸울 수 있습니다. 심결등본 송달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심결취소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실시자가 바로 그 전략으로 최종 승소하였습니다.

(4) 디자인권자라면 확인대상디자인 특정을 가장 신중하게 해야 합니다. 상대방의 실제 제품을 직접 확보하고, 그 형상과 색채를 사실적으로 도면에 반영하여야 합니다. 심판원에서 이기고도 법원에서 뒤집히면 수년간의 심판 비용만 날리는 결과가 됩니다.

이 사건에서 한 가지 더 주목할 점이 있습니다. 심판원 단계에서 실시자가 확인대상디자인과의 동일성에 관하여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은 전략은, 결과적으로 법원에서 핵심 쟁점으로 부각될 여지를 남겼습니다. 침해 경고장 대응에서 심판원 단계의 전략과 법원 단계의 전략을 구분하고, 처음부터 법원 단계를 염두에 두고 증거와 주장을 관리하여야 한다는 것이 이 사건의 또 다른 교훈입니다.


더 깊이 알고 싶다면

이 글에서는 다루지 않은 내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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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분석 원문글(디자인 침해 경고장, 확인대상디자인의 특정의 실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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