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식품용기, 왜 침해가 아닐까

대법원이 뒤집은 공지 부분의 함정 — 2024후11026

by 여인재 변리사

두 식품용기 디자인은 전체적으로 거의 같아 보였다. 특허심판원도, 특허법원도 "권리침해"라고 판단했다. 그런데 대법원은 달랐다. 유사해 보이는 부분이 이미 세상에 공개된 디자인이라면, 그 유사성은 권리 침해의 근거가 될 수 없다.


사건 배경 — 2심까지 지고 대법원에서 뒤집다

2025년 1월, 대법원 제3부는 식품보관용 용기에 관한 디자인 권리범위확인 사건(2024후11026)에서 원심을 파기환송하는 판결을 선고했다.

사건의 구도는 이렇다. 확인대상디자인을 제조하던 원고 회사는 "우리 제품은 등록디자인 권리범위 밖에 있다"는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을 청구했다. 그런데 특허심판원은 기각했고, 특허법원도 원고 패소로 판단했다. 두 심급 모두 "두 디자인이 전체적으로 유사하다"는 결론이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핵심은 하나였다. 유사해 보이는 부분이 이미 공지된 디자인이라면, 그 부분의 중요도를 낮게 평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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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디자인

두 디자인,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달랐나

두 디자인을 나란히 놓으면 확실히 닮아 보인다. 둘 다 입구부와 몸체부로 구성된 원통형이고, 몸체가 상부·중간부·하부의 3단으로 나뉜다. 상부와 하부는 돌출되고, 중간부는 오목하게 들어간다. 입구 아랫단에는 톱니 형상의 돌기가 줄지어 있다.

그런데 세부를 보면 차이가 있다.

톱니형 돌기: 등록디자인은 삼각 형상 5개, 확인대상디자인은 사다리꼴 형상 4개


몸체 돌출 형상: 등록디자인은 상부가 둥글게, 하부는 아래로 갈수록 좁아지는 형상. 확인대상디자인은 상하부 모두 수직으로 돌출


바닥면: 등록디자인은 평평, 확인대상디자인은 중앙이 둥글게 솟아올라 있음

원심은 이 차이를 과소평가했다. 전체적인 형상이 비슷하다는 데 무게를 둔 것이다. 대법원은 이 판단이 잘못됐다고 봤다.

디자인 유사 판단은 수요자가 물품을 보았을 때 느끼는 전체적 심미감을 기준으로 한다. 그러나 그 심미감을 평가하는 과정에서 "어느 부분이 공지 요소인지"를 먼저 걸러내는 것이 올바른 방법론이다. 마치 특허 침해 판단에서 공지기술과 동일한 부분에는 권리를 주장할 수 없는 것처럼, 디자인에서도 이미 알려진 형상은 권리의 실질적 범위에서 제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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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인대상디자인


쟁점별 판단 — 대법원이 본 세 가지 논리

쟁점① 유사한 부분이 이미 공지된 요소라면?

대법원은 먼저 물었다. "두 디자인이 닮은 부분, 그것이 등록디자인 고유의 창작인가?"

답은 "그렇지 않다"였다. 몸체 3단 구조(상부·중간부·하부, 상하부 돌출)는 선행디자인 6, 8, 9, 10에 이미 그대로 나타나 있었다.

입구부 톱니형 돌기 역시 선행디자인 1, 2, 3, 4에 이미 공개되어 있었다. 결국 두 디자인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특징은 전부 이미 알려진 형상이었다.

대법원은 1997년 선고한 대법원 96후2418 판결, 2004년의 2003후762 판결 등에서 일관되게 선언해 온 법리를 다시 확인했다.


"디자인등록이 되었다 하더라도 공지 부분에까지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권리를 인정할 수는 없으므로, 디자인권의 권리범위를 정함에 있어 공지 부분의 중요도를 낮게 평가하여야 한다."


즉, 공지 요소를 많이 포함하고 있는 등록디자인일수록, 실질적인 보호 범위는 그만큼 좁아진다.

이 법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권리를 가진 쪽도, 침해 의혹을 받는 쪽도 모두 판단을 그르칠 수 있다. 등록디자인을 가진 회사는 "우리가 등록을 받았으니 비슷한 건 다 침해"라고 생각하기 쉽다. 반대로 침해 경고를 받은 회사는 "등록이 되어 있으니 어쩔 수 없다"고 포기하기 쉽다. 그런데 실제로는 그 등록디자인이 공지 요소로 가득 차 있다면, 보호받는 범위는 훨씬 좁을 수 있다. 이 사건이 바로 그 전형적인 사례이다.



쟁점② 식품용기처럼 흔한 물품은 유사 범위가 좁다

대법원은 물품 자체의 특성도 고려했다.


"식품보관용 용기는 옛날부터 흔히 사용된 것으로서 여러 디자인이 다양하게 창작되었고, 구조적으로도 그 디자인을 크게 변화시키기 어려운 물품이다. 따라서 이 물품을 대상으로 한 디자인의 유사 범위는 비교적 좁게 보아야 한다."

이 법리 역시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일상 물품에 대한 디자인권은 필연적으로 좁은 보호 범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이미 수많은 디자인이 창작된 분야에서 새로운 디자인이 가질 수 있는 창작적 공간이 그만큼 협소하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면 당연하다. 수십 년에 걸쳐 수천 개의 식품용기 디자인이 등록되고 유통되어 왔다면, 새로운 용기를 만드는 회사가 선택할 수 있는 기본 형상은 이미 상당 부분 선점되어 있다. 원통형, 직육면체, 돌출된 테두리, 오목한 허리, 톱니 뚜껑 — 이런 요소들은 이미 업계에서 흔하게 쓰이는 구성이다. 그러므로 이런 요소들을 조합한 디자인이 등록되더라도, 그 등록은 해당 조합의 구체적인 미감에만 권리가 인정된다고 보아야 한다. 조합을 이루는 개별 공지 요소들까지 독점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쟁점③ 공지 부분을 걷어내면 차이점이 다르게 보인다

공지 부분의 중요도를 낮춘 뒤, 나머지 특징적 부분만을 대비한 결과는 달라졌다.

등록디자인의 톱니는 삼각형 5개, 확인대상디자인의 톱니는 사다리꼴 4개다. 이는 단순한 수량 차이가 아니라 형상 자체가 다르다. 몸체 돌출부도 등록디자인은 상하부가 각기 다른 형태로 돌출되어 있는 반면, 확인대상디자인은 상하부 모두 수직으로 단순하게 처리되어 있다. 바닥면도 평면 대 볼록면으로 상이하다.

대법원은 이 세 가지 차이점이 "전체적인 심미감에 차이를 가져온다"고 판단했다. 결론은 확인대상디자인은 등록디자인의 권리범위에 속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실무 시사점 — 디자인 분쟁에서 기억해야 할 것들

선행디자인 조사가 공격과 방어를 결정한다

이 사건에서 원고가 특허심판원과 특허법원에서 패소한 뒤 대법원에서 역전할 수 있었던 것은, 선행디자인 10개를 확보하여 유사점의 공지성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선행디자인 조사는 특허 분쟁에서 신규성·진보성 판단에 사용되는 것처럼, 디자인 분쟁에서도 "공지성 입증"이라는 핵심 기능을 담당한다.

디자인권자 입장에서는 반대 방향의 교훈이 있다. 권리를 행사하기 전에 자신의 등록디자인에 포함된 공지 요소가 얼마나 되는지를 먼저 점검해야 한다. 공지 부분이 많을수록 실질적인 보호 범위는 줄어들고, 상대방이 선행디자인을 제시할 경우 패소 위험이 높아진다. 권리 행사 전에 전문가와 함께 등록디자인의 실질적 보호 범위를 먼저 평가하는 것이 무리한 분쟁을 예방하는 첫걸음이다.

"비슷해 보인다"는 첫인상에 속지 말 것

이 사건에서 2심까지 패소한 원고 입장에서는 억울했을 것이다. 두 디자인이 정말 닮았으니까. 그런데 법원이 보는 유사성은 일반인의 첫인상과 다르다. 유사해 보이는 부분이 이미 공지된 요소인지를 먼저 따진다. 그 공지성 검토 없이 "전체적으로 비슷하다"는 결론만으로 권리범위 귀속을 주장하기는 어렵다.

일상 물품의 디자인권, 보호 범위를 과대평가하지 말 것

식품용기, 식기류, 조명기구, 문구류처럼 오래전부터 다양하게 창작된 물품에 대한 디자인권은 필연적으로 보호 범위가 좁다. 등록을 받았다고 해서 비슷하게 생긴 경쟁 제품 전체를 막을 수 있다고 기대하면 안 된다. 디자인 출원 단계에서부터 공지 요소와 명확히 차별화되는 특징적 부분을 극대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반대로, 침해 경고를 받았을 때 상대방 등록디자인이 이와 같은 일상적 물품의 디자인이라면, 그 등록디자인이 공지 요소로 구성된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 분석하는 것이 방어 전략의 출발점이다. 이 사건의 원고처럼, 선행디자인 조사를 통해 공지성을 체계적으로 입증한다면 2심까지의 패소를 대법원에서 뒤집는 것도 가능하다.

이번 판결은 특허심판원과 특허법원이라는 2개 심급이 모두 같은 방향으로 판단했음에도 대법원이 파기환송한 드문 사례로, 공지 부분 평가 법리의 올바른 적용이 실무에서 얼마나 결정적인지를 잘 보여준다.


더 깊이 알고 싶다면, 아래 소담 블로그에서 관련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공지 부분 법리와 판단 기준 전체 분석 — 대법원 2024후11026 심층 해설

디자인 침해 경고장을 받았다면? — 권리범위확인심판의 함정과 대응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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