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혀 다른 분야라도 저명상표는 침범할 수 없다
과자 이름이 글로벌 SNS 플랫폼과 같다면 어떻게 될까요? 초콜릿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는 전혀 다른 분야인데도, 간식류에 '틱톡'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만으로 TikTok의 상표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고 법원은 판단하였습니다. 특허법원이 2026년 1월 22일 선고한 2025허10379 판결이 그 사례입니다. 이 판결은 디지털 플랫폼 시대에 저명상표의 보호 범위가 어디까지 미치는지를 명확히 보여줍니다.
이 사건의 원고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틱톡젤리'라는 과자를 제조·판매하는 사업자입니다. 2020년 7월, 초콜릿·쿠키·아이스크림·빵 등 간식류(제30류)를 지정상품으로 하여 한글 '틱톡' 상표를 출원하였습니다. 원고의 설명에 따르면 '입안에서 톡톡 튄다'는 의미를 담기 위해 선택한 이름이었습니다.
그러나 특허청은 2021년 6월, TikTok이 국내외 수요자에게 특정인의 상표로 인식되어 있다는 이유로 거절결정을 내렸습니다. 원고는 포기하지 않고 특허심판원에 거절결정 취소심판을 청구하였고, 2023년 1월 심판원은 원고 손을 들어 거절결정을 취소하였습니다. 다만 이는 바로 등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출원공고 절차로 이어졌고, TikTok 운영사(바이트댄스 계열)가 즉시 이의신청을 제기하였습니다.
이번에는 이의신청을 검토한 심사관이 다른 조항, 즉 상표법 제34조 제1항 제11호(저명상표 식별력 손상 조항)를 근거로 2024년 6월 재차 거절결정을 내렸습니다. 특허심판원도 2025년 3월 기각 심결을 유지하였고, 원고는 특허법원에 심결취소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5년에 걸친 법적 다툼 끝에 특허법원 역시 2026년 1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TikTok 운영사는 법원 단계에서도 피고보조참가인으로 참여하여 거절결정의 정당성을 적극적으로 주장하였습니다. 양 표장이 '틱톡'으로 호칭이 완전히 동일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원·피고 간에 다툼이 없었습니다. 따라서 법원이 판단해야 할 쟁점은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 TikTok이 저명상표에 해당하는지. 둘째, 간식류에 '틱톡'을 사용하면 TikTok의 식별력이 손상되는지였습니다.
법원은 다섯 가지 근거를 종합하여 선사용상표 TikTok이 출원 당시(2020년 7월) 국내 수요자에게 "현저하게 인식된 상표", 즉 저명상표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앱의 폭발적 성장과 접근성이 첫 번째 근거였습니다. 2017년 11월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 지 1년도 되지 않아, 2018년 구글 플레이 스토어 비디오 편집기 카테고리 다운로드 1위를 차지하였습니다. 무료 다운로드가 가능하고 영상 편집 진입 장벽이 낮아 빠르게 확산되었습니다.
국내 300만 사용자, Z세대 41%가 두 번째 근거였습니다. 2020년 7월 기준 국내 사용자 수는 약 300만 명이었으며, 16~24세 사용자가 전체의 41%(약 140만 명)를 차지하였습니다. 법원은 이 수치만으로도 상당히 많은 국내 소비자가 TikTok을 실제로 사용하고 있었다고 인정하였습니다.
챌린지 문화의 폭발적 확산이 세 번째 근거였습니다. 2020년 1월 K-POP 가수 지코의 '아무노래 챌린지'는 한 달 만에 글로벌 누적 조회 수 8억 뷰를 돌파하였습니다. BTS, 트와이스 등 K-POP 가수들이 TikTok을 통해 댄스 챌린지를 진행하면서, TikTok을 직접 사용하지 않는 일반 대중도 뉴스와 다른 SNS를 통해 그 존재를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틱톡커' 신조어의 사전 등재가 네 번째 근거였습니다.
"하나의 앱 이름에서 파생된 신조어가 사전에 올라갈 정도라면, TikTok이 일반 대중에게까지 널리 인식되었음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
2020년 6월 TikTok 크리에이터를 가리키는 신조어 '틱톡커'가 네이버 국어사전에 등재되었는데, 법원은 이를 플랫폼의 문화적 영향력 자체를 저명성의 증거로 인정한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법원은 국외 인지도의 국내 참작 가능성을 인정하였습니다. 원고는 저명성 판단이 '국내' 수요자 기준이므로 국외 인지도는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인터넷의 발달로 정보통신이 국경의 구분 없이 널리 이용되는 현상"을 고려하면, 150개국 서비스·20억 다운로드라는 TikTok의 국외 인지도를 국내 수요자 인식 판단에 참작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는 글로벌 디지털 플랫폼의 상표 보호 전략에서 주목할 만한 선례입니다.
---
법원은 식별력 손상 여부를 판단하면서 네 가지 요소를 검토하였습니다: (1) 양 표장의 동일·유사 정도, (2) 저명상표의 인지도와 식별력, (3) 출원인의 연상 작용 의도 여부, (4) 실제 연상 작용 발생 여부.
양 표장의 호칭이 '틱톡'으로 완전히 동일하다는 점은 이미 확인된 사실이었습니다. 법원은 여기에 더해 TikTok 앱 안에서 벌어지는 활동까지 고려하였습니다. TikTok에서는 과자 리뷰, 디저트 체험 정보, 제과 판매 정보 등을 담은 영상이 활발히 업로드되고 있습니다. 법원은 이 사실을 근거로, 간식류에 '틱톡'을 사용하면 소비자가 TikTok 플랫폼과의 관련성을 연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았습니다.
원고의 연상 작용 의도에 대해서도 법원은 명확히 판단하였습니다. 원고가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온라인 크리에이터라는 점에 주목하였습니다. 같은 온라인 영상 플랫폼 생태계에서 활동하는 사람이 TikTok의 존재를 몰랐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톡톡 튄다'는 의미를 표현하기 위해 반드시 '틱톡'이라는 호칭을 써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 사건에서 가장 결정적이었던 것은 실제 소비자 반응의 증거였습니다. 원고가 2020년 12월 '틱톡젤리'를 출시하자 네이버 블로그에는 다음과 같은 반응이 나타났습니다.
"이름만 들었을 때 짧은 영상이 올라오는 SNS랑 관련 있는줄 알았는데 1도 없다고한다..."
"SNS틱톡이랑 이야기는 되신 거겠죠"
"틱톡커도 떠오르면서 핫한 느낌이 물씬나긴 하더라구요"
소비자들이 과자를 접하면서 SNS 플랫폼을 연상했음을 보여주는 이 블로그 게시물들이 식별력 손상의 구체적 증거로 채택되었습니다.
원고는 두 가지 반론을 제기하였습니다. 출시 3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125만 개를 달성하고 대형마트·편의점에서 판매되었으니, '틱톡젤리'가 이미 원고의 출처표시로 인식되었다는 주장이었습니다. 또한 간식류와 SNS 플랫폼 사이에 경제적 견련관계가 없으므로 식별력 손상이 발생할 수 없다고도 주장하였습니다.
법원은 두 주장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첫째, 출원 이후의 인지도는 판단에서 제외됩니다. 상표법 제34조 제1항 제11호 해당 여부의 기준 시점은 '출원시'이며, 그 이후에 해당 상표가 아무리 유명해졌더라도 등록 거절 여부 판단에 고려되지 않습니다.
둘째, 더 중요한 판단이 있었습니다.
상표법 제34조 제1항 제11호 후단의 식별력 손상은 지정상품과 사용상품 사이의 경제적 견련관계를 요건으로 하지 않습니다.
완전히 다른 분야의 상품이라도 저명상표의 식별력을 해칠 수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저명상표에는 분야를 초월한 강력한 보호가 부여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이 판결에서 가장 중요한 법리 선언입니다(대법원 2023. 11. 16. 선고 2020후11943 판결 인용).
-
브랜드 네이밍 시 디지털 플랫폼까지 조사하십시오. 전통적인 상표 검색(같은 상품류 내 유사 상표)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글로벌 앱, SNS 플랫폼, 온라인 서비스의 명칭까지 폭넓게 확인해야 합니다.
온라인 크리에이터는 특히 주의가 필요합니다. 같은 플랫폼 생태계에서 활동하는 사람이 저명상표와 동일한 호칭을 출원하면, 연상 작용을 의도한 것으로 추정될 수 있습니다.
소비자 반응을 체계적으로 수집하십시오. 이 사건에서 네이버 블로그 게시물이 결정적 증거가 되었습니다. 저명상표 권리자는 SNS와 블로그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오인·혼동 사례를 보존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종 상품이라도 저명상표는 넘볼 수 없습니다. 식별력 희석 법리에는 경제적 견련관계가 요건이 아닙니다. 아무리 다른 분야라도 저명상표와 호칭이 같다면 등록이 거절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