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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현 Jan 06. 2021

믿어지는 삶을 살다가 문득,

믿어지지 않는 고통을 겪은 후의 믿어지는 삶을 사는 중에

 고등학생 시절 친구들은 우리 집이 당시 큰 인기를 끌었던 우리들의 천국이라는  드라마 속 주인공의 집 같을 거 같다고 했었다. 내가 항상 웃고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니 그럴 거라고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큰 칭찬이었는데. 나는 싫었다. 어쩌다가 내가 집에 대한 진짜 고민을 얘기하면 복에 겨워 부모님의 작은 질타를 크게 부풀려 얘기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핀잔을 들었다. 내 진짜 고민은 누가 들어도 믿기 힘든 일들이었으니까.

고3때 전국백일장에 몇십대 일의 경쟁률을 뚫고 본선에 참가하게 되었을 때, 돈 안되는 글쟁이 싹을 잘라야한다고 차비를 받을 수 없었을 때도 담임은 엄마랑 직접 통화하기 전까지 믿지 않았었다. 그때는 대회를 못나가는 속상함보다 억울함이 더 컸던 것 같다. 4년제 원서를 못 쓰게 했던 탓에 친구네 여관방에 신세지고 면접을 본 날은 친구네 부모님의 설마 하는 그 시선이 참 서러웠었다. 

내 삶이 그닥 아름답지 못하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몰라줘서 억울했다? 바보같지만 그랬다.

그 믿어지지 않는 시간들을 견디고 지금은 남들이 믿을만한 내용의 삶을 살고 있다. 이제는 남들이 나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든 내 삶을 내가 돌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도 깨달았다. 아주 오래 걸렸지만.

세상에 당연한 일들이 당연히 일어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남들보다 일찍 알았으니 나는 조기교육의 수혜자? 

글쟁이까지는 아니지만 손해사정보고서라는 논설문 형태의 글을 써서 먹고 사니 글쟁이는 골방에서 꽁초 피우다가 굶어 죽는다는 엄마의 생각은 옳지 않다 입증되었다. 근데 중요한건 우리 엄마는 손해사정사가 보고서 쓰는지 모른다. 소설가 못하게 한 덕에 밥벌이하게 되었다 하실지 모르겠다.

지나간 일들처럼 지나가지지 않는 감정들.

난 아직 멀었나보다. 

나는 더 성장하고 잘되고 싶다.

가난하지 않지만 가난한 마음을 가진 부모의 아이들은 오히려 의지할 곳이 없다.  

그렇게 혼자 고민하고 그렇게 어른이 된 후에도 상처를 돌볼 겨를이 없는 사람들에게 내 목소리가 닿을 수 있을만큼 자라고 싶다.

그래서 내가 해주고 싶은 말은 

네가 힘들다는 것을 내가 알겠다. 

그렇지만 괜찮아질 수 있다.

나더러 왜그리 열심히 일만 하냐 묻는 사람들에게 답이 되었을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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