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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현 Sep 05. 2022

실손보험료, 의사 믿은 환자들만 낭패…

"과잉진료 의심도 좋지만, 원칙대로 지급돼야"


의사라는 직업에는 ‘선생님’이라는 존칭이 붙는다. 한국 사회에서 가장 존경받는 직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문인지 의사가 백내장 보험사태의 주역이라는 사실은 선뜻 입 밖으로 내려고 하지 않는다. 아예 의사가 무언가를 잘못했다라고 하는 것 조차 거부감을 가질 정도로 신뢰한다. 일반 환자들이 볼 때 의사는 병원 내 최고 결정권자인 셈이다.



동네 안과에서는 그저 나이를 먹은 탓이라고 돋보기를 착용하라고 했는데 인테리어가 멋진 큰 병원 선생님은 수술만 받으면 안경을 벗을 수 있다고 하니 역시나 환자가 많은 이유가 있었구나 생각한다. 이러한 큰 병원 의사에게 수술 받으려고 시골에서 전세버스를 대절해서 오는 동네사람들도 있고, 심지어 고등학교 동창이 같은 날 수술을 받고 오랜만에 서울에서 동창회를 하기도 했다는 후문도 들었다. 



하지만, 의사는 보험금 지급 여부에 있어서 만큼은 타인이다. 보험계약은 계약자와 당사자 간 상거래이기 때문이다. 계약서에 의사는 등장하지 않는다. 보험약관의 보험금 지급사유에도 마찬가지다. 실손의료비의 질병입원의료비 약관에 ‘보상하지 않는 사항’ 중 피보험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입원 기간 중 의사의 지시를 따르지 않거나 의사가 통원치료가 가능하다고 인정함에도 피보험자 본인이 자의적으로 입원해 발생한 입원의료비다.



나는 지난 2020년 8월에 수임한 백내장 수술에 대한 질병입원의료비 미지급 사안에 대한 보험사의 부지급 안내문의 내용에 대해 반박하는 손해사정서를 작성해 제출했다. 추가손해사정 의견에는 “비급여비용의 영수금액 악의적 임의조정 가능성 등에 대하여는 본인도 손해사정사로서 의문을 가지는 바이나, 손해사정사 본연의 역할은 ‘약관에 근거한 보험금의 지급 적절성을 논하는 것’이므로 귀사 역시 그에 입각해 본인의 손해사정의견을 검토해 주길 바란다."라고 기술했다. 



KB손해보험의 백내장대응센터에서는 내 손해사정서를 받고 처음에는 이런 걸 왜 맡았냐는 식의 투로 시큰둥하게 대응했다. 백내장대응센터까지 만들 정도라면 이건 그냥 진단명만으로도 거의 보험사기와 마찬가지로 보는 것이 보험사 입장이라는 것을 나도 잘 안다. 손해사정서에 언급한 바와 같이 병원측의 무분별한 진단과 수술에는 손해사정사로서 걱정하는 마음이 크다는 것과 병원의 잘못과 별개로 피보험자의 보험금 지급 적절성에 대해서는 내 손해사정서의 내용에 반박할 수 없다면 보험금을 지급해야한다고 의견개진했다. 



무분별한 진단 등에 대해서는 의료법이나 보건법에 의해서 보건복지부 쪽에서 병원을 관리해야 할 문제인데 환자만 피해를 봐야 하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했다. 보험사직원 왈 “보험사에서도 계속해서 그 부분을 항의하지만 보건복지부에서 보험문제는 금융감독원의 소관이라고 하고 금융감독원에서는 병원 제재 문제는 권한이 없기 때문에 결국 제일 급한 보험사가 총대를 멜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했다. 



결국 내가 수임한 환자의 실손의료비는 지급되지 않았다. 당시 8장에 달하는 손해사정회신서를 받았는 데, 단지 보험급 지급이 어렵다는 것이 아닌 손해사정서의 내용에 근거해 판례와 근거법과 현 상황 등이 정리돼 있었다. 백내장사태에 대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으려는 보험사의 입장은 이해한다. 그러나, 피보험자 입장은 의사 말대로 했을 뿐인데 왜 지급이 안되는지 이해할 길이 없지 않냐? 만약 지급하지 않을거라면 보험사는 왜 지급되지 않는지 합당한 이유를 내놓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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