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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현 Sep 20. 2022

실손보험, 당신이 악용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백내장 수술을 받은 환자 36명이 보험금 편취 혐의로 검찰 출석을 앞두고 있다며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백내장 수술로 보험금 받아봐야 몇 십만원, 여러군데 보험에 가입했다 손 치더라도 몇 백에 불과할 텐데 검찰 조사라니... 순간 보이스피싱을 당한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 더군다나 검찰에서 혐의를 두고 있는 내용이 백내장 수술시 정액을 받는 수술비가 아니라 1천만원이 넘는 실손보험금을 편취했다는 것이었다. 실손보험금 수령에는 절대로 편취가 성립될 수 없는데 말이다.



보통 편취라 함은, 남을 속여 재물이나 이익 따위를 빼앗는 행위를 뜻하는 데 이 환자들의 경우 실제 백내장 수술을 받았고, 이를 보험사에 알렸기에 실손보험금이 지급됐을 것이다. 거짓으로 수술을 받았다고 보험금을 지급받았다면 편취가 아니라 보험사기로 기소가 됐을 것이다. 법률상 편취는 남을 속인 행위가 자신의 이익으로 연결되었을 때 성립한다. 그러나 실손보험금은 수술을 받은 환자에게 금전적으로는 이득이 아니라 결론적으로는 자기부담금이라는 손해와 수술을 받기 위한 시간의 경제적 활동 감소를 감수해야 한다. 실손보험금 명목으로 수 억원을 받았더라도 편취는 성립될 수 없다. 



실손보험금이 지급됐을 때 그 금액의 도착지는 병원이다. 아니, 지급될거라는 사실만으로도 병원은 돈을 받는다. 이 경우 보험금을 편취한 것은 환자들이 아니라 병원인가? 아니다. 병원은 보험사와 주고받은 것이 아무것도 없다. 아무런 약정관계도 없다. 보험금이 병원으로 향한다는 사실을 대한민국 전체가 알고 있지만 실손보험의 혜택을 병원은 받은 적이 없다. 어디에도 흔적이 없다. 


만약, 환자가 수술을 받지 않았음에도 병원에서 수술확인서 및 진료내역을 위조해서 환자가 보험금을 수령할 수 있었다고 하더라도 보험금을 수령한 것은 환자(피보험자)고 병원은 의료법 위반이나 사문서 위조 정도만 문제가 되지 보험과 관련해서는 혐의가 성립될 수 없다. 그래서 환자의 보험금으로 병원 매출을 올리기 위한 병원의 위법행위 정황과 증거를 아무리 잡아도 위법으로 올린 매출은 수백억이어도 결국 의료법 위반으로 벌금 몇 백만원만 내고 다시 상황이 반복된다는 것이 보험사의 한탄이다. 



병원이 아니라 환자들의 위법을 주장해서 좀더 크게 이슈화하고 본보기가 되게해서라도 문제가 반복되지 않게 하려는 의도였다고 생각된다. 위와 같은 설명을 해주었더니 지인은 검찰 조사를 잘 받을 수 있을 거 같다면서 전화를 끊었다. 이후 연락도 없었고 관련된 언론보도 조차 없는 것을 보니 결국 보험금 편취 혐의는 성립되지 않았던 것 같다. 보통 일이 잘 해결되면 이후는 연락이 없다.



누군가는 이러한 문제들이 모두 없어지려면 실손보험이 없애야 한다고도 하고, 보험료 인상율이 높아서 시장원리에 의해 도퇴될 것이라고도 한다.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실손보험의 문제라고 하는 것들이 실손보험 상품 자체가 문제가 있어서 생기는 것일까? 아니면 실손보험을 악용해서 생기는 것인가? 실손보험이 있어서 서민들이 고민하지 않고 월급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검사비를 써서 조기에 여러 질환을 조기 진단하고 적극적 치료를 받을 수 있으며 암환자들의 5년이상 생존율도 실손보험이 있기에 점점 향상되고 있다. 분명 사람을 치료하고 오래 살게 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결국 실손보험은 꼭 필요하다는 게 내 결론이다. 나는 오늘 암으로 치료받다가 돌아가신 환자의 단체 메신저 방을 나왔다. 그분은 실손보험으로 호스피스에서 마지막까지 의료혜택을 받았고 치료비로 인한 빚을 자녀에게 한 푼도 남기지 않았다. 가족들은 분명 그 사실을 고인에게 감사해야한다. 실손보험은 원래 그런 상품이다. 우리가 악용하고 남용하면서 실손보험 자체를 부정하고 비난하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실손보험을 지켜야 한다. 지금 소비자단체에서 실손보험금 안주는 보험사를 비난할 것이 아니라 실손보험을 지키는 방법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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