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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현 Sep 19. 2022

도 넘은 도수치료..

병원과 환자 모두 '실손보험 악용' 한통속

손해사정사라는 직업 특성상 재활의학과에 방문할 일이 많다. 의뢰인의 의무기록을 발급받거나 주치료 병원 의사의 소견서를 받기 위함인데 안내데스크 직원의 도수치료 비용 설명이 과간이다. “실손보험 있으세요?”, “10회 한 번에 결제하시면 1회는 무료로 해드릴게요. 영수증은 실손 처리할 수 있게 다 발급해드려요.” 



도수치료를 놓고 소비자와 보험사간에 벌어지는 갈등은 오늘 내일의 일이 아니다. 내가 처음 보험 업계에 발을 들였던 10년 전에도 문제가 됐었다. 비급여치료인 도수치료가 근육통 등을 호소할 수 밖에 없는 교통사고 환자들이 통원치료를 받을 때 보험사에서 도수치료의 비용은 직불로 일부만 부담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거나 도수치료 처방 병원에 일방적으로 지불보증을 거부하는 등의 갈등이 있었다. 



논점은 같았다. 보험사는 '도수치료가 반드시 필요한가?'였고, 환자들의 입장은 ‘내가 뭘 알아. 병원에서 처방해주는 치료를 받았을 뿐.” 내가 일하면서 만나는 도수치료는 그게 전부였었고 실무상 딱 그정도였다. 그런데 어느날, 참석한 친목회에서 들은 이야기는 가히 충격이었다. 실손보험으로 피부관리 받는 방법이 있다는 것이었다. 



나는 피부과에서 들어봄직한 비급여치료가 있나보다 해서 귀를 쫑긋 세웠다. 10회를 한번에 결제할 시 도수치료 1회당 피부마사지를 받게 해준다는 것이었다. 거기다가 몇 명이상을 소개하면 할인까지 받을 수가 있어 당시 그분이 살고 있던 동네에서는 실손보험에 가입된 이들을 모집해 소개자의 차로 함께 이동, 피부관리 후 맛집도 다니는 모임이 유행이라는 것이었다. 



정형외과나 재활의학과에 피부관리실이 있는지 물으니 해당 병원 진료과는 가정의학과인데 피부관리 쪽 진료를 주로 한다고 했다. 근육통이나 허리통증 같은 정형외과 관련 진단을 내리거나 도수치료를 처방하는 것이 진료과에 따라 법적으로 제한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누가봐도 의료법의 악용이고 실손보험을 활용한 사적 편취였다. 벌써 5년도 넘은 일이었다.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코로나가 발생하기 1년전 쯤으로 기억한다. 어느 재활의학과 간호부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도수치료 관련해서는 병원으로부터 보험사 현장조사자가 소견서를 요구하는데 해줘야하는지 문의하는 경우가 이미 여러 번 있었기에 그날도 비슷한 내용이겠거니 하고 전화를 받았었다. 그런데 그 내용은 상상 이상의 것이었다. 



위에서 설명했듯이 도수치료는 보통 10회분을 한번에 결제하도록 유도하고 1회를 추가해주는 식이다. 진료영수증은 통원 10회로 나누어서 발급한다. 실손보험의 회당 통원의료비 한도액을 초과하지 않도록 하고 환자의 카드결제일이 돌아오기 전에 보험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어떤 환자는 이러한 시스템을 악용한다. 10회분을 결제하고 미리 발급받은 진료비영수증으로 실손보험금을 지급받은 후 카드결제일이 도래하기 전에 병원에 와서 9회분을 환불해 간 것이다. 환자가 치료받은 것은 결제 당일 1회 뿐이었으니 환불을 해줘야 하지만 진료비세부내역서를 돌려달라고 하는 과정에서 충돌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 환자가 보험금을 지급받았는지 여부도 추측일 뿐 확인할 수는 없다.


 


병원에서는 약 값이 너무 오른다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묻길래 전 손해보험사에 팩스로 해당 환자의 주민번호와 이미 발급했던 진료비세부내역서를 첨부해서 환자가 치료를 실제로 받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리라고 해줬다. 하지만, 나는 그 병원에서 그일에 대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정보법의 위촉문제도 있었겠지만 그 병원도 도수치료 문제로 보험사와 접촉하는 것이 떳떳할리 없었다. 무엇보다도 진료비세부내역서의 의도적 분할발급은 실손보험 악용을 시인하는 것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병원에서 도수치료를 매개로 실손보험을 악용하자 다시 그 악용하는 병원의 입장을 다시 악용하는 환자가 발생하기까지 이르렀다. 도수치료는 분명 사람을 치료하기 위한 좋은 의술일지언데 어쩌다 이렇게 실손보험의 부끄러운 한 모습으로 전락했는지 안타까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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