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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현 Jan 20. 2021

신종코로나 ‘코로 나’가 버려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 극성이다. 유튜브에서도 크리에이터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신종 코로나와 관련된 콘텐츠들을 쏟아내고 있다.



우리 사무실이 있는 서울 강남에서도 확진환자가 발생했다고 한다. 이 때문인지 지하철은 평소에 비해 조금 여유가 있고 대신 다들 자가용을 가지고 출퇴근을 해서 평소보다 길이 막힌다. 식당은 한산하고 각종 모임 취소를 알리는 문자가 전염병의 공포를 실감케 한다.



보험업계도 신종 코로나 때문에 악! 소리가 난다. 영업부서는 어렵게 잡은 미팅이 취소되어 실적저하로 이어지고, 손해사정사들은 진단을 받아서 처리해야 할 일이 환자들의 병원 방문 기피로 한없이 미뤄지고 있다.



사스, 메르스 등 점점 더 강력한 신종 바이러스가 출현하여 세상을 공포에 떨게 하고 있는데, 이들이 출현할 때마다 보험업계에서 재해 여부가 논란이 된다.



보험에서 질병의 반대 개념으로 재해를 이야기한다. 그러나 더 정확히는 손해보험과 생명보험에서의 질병의 반대 개념이 다르다. 손해보험에서 질병의 반대말은 상해이고 생명보험에서 질병의 반대말은 재해이다. “재해랑 상해는 같은 것이 아닌가?”하고 반문할 수 있지만 재해와 상해는 교집합이 큰 다른 단어이다. 정확한 예는 아닐 수 있겠지만 이해를 돕기 위해 예를 들자면 ‘아줌마’와 ‘유부녀’의 의미 간의 관계와 비슷하다.



재해는 생명보험의 약관에 명시된 재해분류표의 질병사인분류에 해당하는 것을 말한다. 상해는 급격, 우연, 외래의 3요소를 가진 사고인 경우로 정의한다. 그게 그거 아닌가? 전혀 다르다.



위에서 언급한 메르스를 예로 들어보자. 메르스는 급격하고 우연하게 외래로부터 감염되는 질병이다. 이는 상해의 3요소를 충족한다. 그래서 이는 상해라고 볼 수 있고 메르스로 인하여 감염되어 치료받았다면 상해의료비, 입원했다면 상해입원비 그리고 사망했다면 상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해야한다. 그러나 내 생각에는 많은 피보험자들이 상해가 아닌 질병 쪽으로만 보험금을 청구했을 것 같다. 특히 메르스 같은 감염병에 취약한 노인들은 질병보험의 인수가 어려워서 상해보험만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을 텐데 보험금 청구조차 시도하지 않았을 수도 있으니 검토해 보기 바란다.



그럼 재해에 메르스가 해당될까? 생명보험의 재해분류표에서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에서 규정한 감염병 중 제1군에 해당하는 감염병(콜레라, 장티푸스, 파라티푸스, 세균성이질, 장출혈성대장균감염증, A형간염)을 재해로 분류하고 있으며 한국표준질병분류상의 코드 U00~U99에 해당하는 질병은 재해에서 제외하고 있다. 그리고 약관 발행 이후 개정으로 인하여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에 해당하는 재해가 있는 경우에는 그 재해도 포함하는 것으로 한다.



메르스는 한국표준질병분류상 U19에 해당하며 참고로 사스는 U04.9로 분류된다. 재해에서 제외되는 U00~U99에 해당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 2020년 1월부로 법정감염병이 개정되었다. 기존의 제1군~제4군으로 분류하던 것에서 제1급~제4급으로 변경하면서 제1급에서 현대에는 잘 발생하지 않거나 의학의 발달로 쉽게 치료될 수 있는 감염병 대신에 사스와 메르스 등 현대의학에서도 치명적인 감염병으로 분류를 새로이 하였다. 그래서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의 개정으로 인하여 사스와 메르스도 생명보험약관의 재해분류표상 재해에 해당하게 되었으며 신종 코로나의 경우는 제1급 감염병 중 신종감염병증후군(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발견된 감염병 또는 병명을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새로 발생한 감염성증후군으로서 제1군감염병 내지 제4군감염병 또는 지정감염병에 속하지 않으며 입원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병상이 중대하거나 급속한 전파, 또는 확산이 우려되어 환자격리 및 역학조사와 방역대책 등의 조치가 필요한 질환)에 속하므로 재해가 된다.



그러므로 신종 코로나로 인하여 입원한 기간에 대하여 재해입원비 등 재해관련 보험금 청구를 할 수 있으며 사망의 경우에는 재해사망이 된다. 급격, 우연, 외래의 조건을 충족하는 것은 메르스와 마찬가지이므로 손해보험의 상해에 해당하는 것은 물론이다.



사스와 메르스 사태에 대하여 유가족들이 병원을 상대로 의료배상소송을 제기했던 경우도 있었다고 들었는데 긴급사태에 대하여 애쓴 병원을 공격할 것이 아니라 의료진과 협력하여 상해의 요건인 급격, 우연, 외래를 입증하는 것이 더 좋은 선택이 아닐까 안타까워했던 경험이 있다.



감염병 개정 소식에 “아프고 보험금 받으면 무슨 소용이냐”는 악성 댓글이 많이 있던데 아픈 분들 보험금이라도 많이 받아 힘이 되었으면 해서 전 세계의 공포 신종 코로나에 대해 써본다. 질병관리본부 포털에는 반영이 되어 있는데 법제처에는 반영이 안 되어 있다.



이 글 읽는 모든 분들 신종 코로나가 ‘코로 나왔나?’하면서 지나가길 썰렁한 유머지만 진심으로 기원해본다.




이수현 손해사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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