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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현 Mar 12. 2021

보험은 불행한 미래 아닌 행복한 현재를 위한 것

아주 오랜만에 연락이 닿은 선배를 만났다. 선배는 영업을 아주 잘하는 사람이었고 그렇게 번 돈을 성실하게 잘 모으고 잘 불리는 아주 실속있는 사람이기도 했다. 지금도 보험영업을 한다. 그러나 10년 만에 만난 선배는 아주 많이 변해 있었다.



연락이 끊긴 동안 선배는 암진단을 받았고 1년 넘게 요양하며 건강에 관한 책을 열심히 읽었고 그동안 치열하게 살았던 삶에 대해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고 한다. 어떻게 영업을 잘할 수 있는지 사람을 만날 때 앉는 자리와 각도, 의상 선택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가르치던 선배는 고객을 만나면 암에 대한 두려움에 보험에 가입하기보다는 마음을 편안히 하고 보험료를 많이 내기 위해 애쓰지 말라고 이야기한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이 투병생활 중 책에서 습득한 건강을 지키는 여러 가지 생활습관을 지키도록 가르쳐준다고 한다.



우리집은 다른 가족에 비해 보험료를 많이 낸다. 남편이 가끔 투덜거리지만 매일 사건사고를 보게 되는 나로서는 어느 것 하나 줄일 수가 없다. 오히려 여력이 된다면 보장금액을 늘리고 싶다. 그리고 막상 의뢰인의 사고를 대할 때 내 상품의 가입금액을 생각해보면 과연 나는 저 사고에서 내가 받게 될 보험금에 충분하다고 느끼게 될지 자신이 없다. 보험료는 부담스럽지만 보장 금액은 여전히 불안하게 느껴진다.



며칠 전에 장기투병을 하는 암환자에게서 전화가 왔다. 암입원비를 의뢰했던 환자는 아파보니 가족보다도 보험금이 최고라며, 외로운 투병생활에 그나마 돈 걱정을 안 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위로가 된다고 했다. 투병생활이 길어지면 아무리 가까운 가족이라도 지치기 마련이고 환자도 자신의 투병생활 때문에 가족의 일상을 방해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 문제를 해결해주는 가장 현실적인 수단이 돈이라는 것은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다.



당신은 암에 걸렸던 선배와 보험료가 부담스러운 나, 그리고 역시 아프면 보험금뿐이라는 환자, 어떤 것에 공감이 가는가? 아마도 현재, 당신이 어떤 시기이냐에 따라 다를 것이다. 당신은 사는 동안 위의 모든 생각을 해본 적이 있거나 하게 될 것이다. 보험을 준비하는 대신 보험금을 받을 일이 없게 준비하면 되지? 보험이 필요하지만 보험료는 힘들어! 역시 아플 땐 보험금이 최고! 아니라고 말해도 소용없다. 보험밥 10년 넘게 먹은 내가 장담할 수 있다.



그러면 조금 더 본질적인 질문을 던져보자. “위험을 반드시 보험으로 준비해야 하는가?” 나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아니요”라고 대답할 것이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도 “아니요”라고 답할 것이다. 위에도 언급했듯이 보험금 받을 일 없게 건강을 관리하거나 적금에 가입하거나 부동산으로 준비할 수도 있다. 돈이 많은 사람과 결혼하거나 자녀를 부자로 만들 목적으로 교육비에 투자하거나.



그렇다면 다른 질문을 해보겠다. 향후 언제인지 특정할 수 없지만 20일 내에 암에 걸릴 것이라면 당신은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 나의 답은 당장 암보험에 가입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질문에 대한 답은 나와 얼마나 많은 사람이 다르게 답을 할까? 내 예상은 이번 대답 역시 나와 많이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암진단율이 30%를 상회하고 심혈관계 질환은 급증하는 대사증후군이 호시탐탐 발병 기회를 노린다. 그리고 당신은 반드시 죽는다. 아직 불로초는 없으니까. 보험 없이 산다는 건 아무래도 불안하다. 선배도 보험이 없는 건 안 된다고 했었다. 실손도 있어야 하고 가족력에 따라서 진단금도 준비를 해야 하는 건 맞다고 했다. 그래도 선배는 아파보니 건강했던 그 순간들이 너무나도 소중한데 미래를 위한다는 이유로 너무 힘들게 살았던 것이 후회되더라고 했다. 이에 대한 선배에게 하지 않은 나의 생각을 이야기하자면 “선배는 보험금을 받았잖아요. 그걸로 치료 받고 요양했잖아요. 그래서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거 아닐까요?”이다.



보험이 좋지만 보험료를 많이 내는 것이 힘든 내가 매일 사건 사고를 보면서 내린 나름의 결론은 이렇다. 보험을 단지 불안한 미래를 위해 준비하는 것이라고만 생각하지 말자.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보험에게 불안한 미래를 조금 맡겨놨으니 그만큼 나는 현재를 더 잘, 열심히 살기로 하면 어떨까? 그렇게 생각하면 미래를 위한 보험금을 위한 현재의 희생과 지금의 삶에 집중하는 것이 조화를 이룰 수 있지 않을까? 나의 지금과 나의 미래는 어느 누구도 정의할 수 없지 않은가. 유능한 보험설계사는 고객에게 불안을 가중시켜 상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보험이 고객의 현재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역할을 하도록 돕는 사람일 것이다.



보험료 내느라 고생할 필요 없다는 선배에게 오히려 고객들이 만나 달라고 하는 이유는 그런 것이 아닐까? 보험이 아니라 자신의 현재와 미래를 모두 배려하고 있다는 느낌.



보험은 미래의 불행이 아니라 현재의 내가 행복하기 위해 가입해야 한다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아무리 가입해도 불안한 마음에 판단의 기준이 될 것이다.








이수현 손해사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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