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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현 Feb 26. 2021

종신보험의 위기②


지난 칼럼에서는 종신보험이 위기라는 것과 이수현 손해사정사가 생각하는 그 이유에 대해 정리해보았다. 그 이유는 첫째, 가족의 형태 변화, 둘째, 평생직장(직업)의 부재, 셋째, 판매하는 자들의 입장 변화라고 기술했다.



이번 칼럼에서는 그 가운데 ‘판매하는 자들의 입장 변화’(가족사랑 종신보험에 대한 입장 변화)에 대한 나의 생각을 기술해보려고 한다.



보험은 장기상품이다. 보험업계를 공격할 때마다 나오는 과도한 수당은 보험이 10~20년의 장기 납입 및 유지 상품이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반에 이러한 장기 유지상품을 가정의 재무구조에 맞게 설계했는데 보험설계사의 수당은 길어야 3년 정도면 지급이 끝난다. 그리고 시장은 종신보험에 주력하던 이들이 손해보험사의 실손보험을 필두로 운전자보험 등 작은 보험료로 특화된 기능을 가진 소액의 월보험료 상품에 주목하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보험을 판매하기 위해 소비자의 보험료 납입여력을 조정해야 하는 필요성이 생겼다. 이에 오랫동안 소비자 급여의 고정지출이 된 종신보험을 공격하는 것은 어쩌면 필연인지도 모른다.



종신보험을 공격하는 이들의 근거는 대부분 두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자녀가 경제활동을 하는 30세가 되면 피보험자가 보통 70세 정도인데 왜 저렴한 70세 만기 정기보험이 아닌 종신보험을 가입하는가? 둘째, 자금의 투자가치면에서 그 돈으로 적금을 가입해서 몇 십년 유지하면 훨씬 이익이다.



위 내용에 대한 이수현 손해사정사의 의견을 내기 전에 우선 35세에 결혼해서 37세 때 첫째를 낳고 40세에 둘째를 낳은 A를 기준으로 삼아보자.



종신보험 비난파의 기준대로면 둘째가 30세가 되는 70세까지만 보장되는 정기보험을 가입했다고 하자. 그리고 그들의 주장대로 의료기술 발달로 100세에 사망했다. 그럼 사망 당시 둘째의 나이는 60세. 부모가 사망했을 때 자녀 역시 은퇴기라는 얘기다.



①그럼 장례비는? 손주가 부담하나? 사망보험금의 현금성 가치가 떨어진다는 건 물가상승에 따른 장례식 비용도 상승한다는 뜻이다. 부의금으로 부담한다고? 결혼식도 온라인으로 하는 세상이 됐는데 몇 십년 후 장례식에 부의금 문화가 남아 있을 거라 확신할 수 있는가? 그리고



②가장 중요한 오류는 자녀가 30세가 되면 당연히 경제적 독립을 한다는 가정이다. 취업을 한다는 것과 경제적 독립을 한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며, 경제적 독립을 한다해도 돈은 필요하다.



③70세 이후로 사망보장을 유지하기 위해 추가되는 비용과 자녀가 지급받는 금액의 가치는 자녀가 보험금을 0원을 받느냐 보통의 종신보험금인 1억원을 받느냐로 환산해야 된다는 것이다. 단지 자녀가 성인이 되면 ‘필요없어요~’는 단무지 중의 단무지개념이다.



④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이미 당신이 5년 이상 유지한 종신보험이 있다면 절대로 비용절감 목적으로 정기보험으로 변경하면 안 된다. 무조건 당신이 유지 중인 종신보험이 정기보험보다 싸다. 당신은 5년간 나이를 먹었고 보험료는 해마다 물가상승률과 금리저하로 올라간다. 그러니 아무리 정기보험이라고 해도 먼저 가입한 보험료를 이길 수 없다.



다음은 금리 문제. ‘그 돈으로 적금을 들고 몇십년 동안 유지하는 것이 수익률이 더 좋다’, ‘납입하는 보험료는 없어지는 돈이다’라는 주장을 하는데 그야말로 어불성설이다.



①적금은 만기를 채워야만 그 수익을 볼 수 있다. 하지만 보험은 투자금이 1원이어도 약정한 보험금이 1억원이면 해당 보험사고가 발생한 시기가 1원을 납입했든 2원을 납입했든 1억원이 지급된다. 보험은 이러한 예측불가한 확률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는 상품인데 복잡한 통계에 근거해 만들어진 보험상품을 단순한 플러스, 마이너스 식으로 풀어놓고 계산이 안 맞는다고 하는 것이다. 이건 마치 샤넬백을 안나푸르나봉 등반 때 들고가서는 아무 쓸모 없다고 하는 것과 같다.



②그리고 자녀가 성인이 되었을 무렵은 종신보험금의 가치가 절하되어 자녀에게 가치가 없을 것이라고 하는데 자녀가 성인이 되어도 부모님의 사망보험금은 많으면 많을수록 적으면 적은대로 자녀들의 삶에 정말 선물처럼(부도위기 사업자금, 손주 대학등록금 등)으로 쓰이는 것을 나는 계속 봐왔다. 어느 누구도 보험금을 받으면서 부모님이 쓸데없이 보험료 썼다 하는 사람은 없었다. 생각해보라. 당신이 초등학교 때 부모가 남긴 1억원과 성인이 되어서 남긴 1000만원. 당신은 언제 그 돈을 더 효율적으로 자신의 삶에 사용할 수 있을까? 보험금의 많고 적음은 절대로 더하기, 빼기로 판단할 수 없으니 금리로 인한 종신보험금의 가치 하락 주장은 보험이라는 상품 자체 고유의 매커니즘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주장이다.



나는 ‘종신보험이 좋다’라는 얘기를 하려는 것도 아니고 ‘종신보험을 해약하면 안 된다’도 아니다. 정치에도 좌파와 우파가 존재하는 것처럼 종신보험의 가치를 비실용적인 망상주의 상품으로 볼 수도 있고 가족사랑의 필수아이템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것을 선택하는 소비자는 그 어느 쪽도 아닌 자신의 삶에 정말 필요한 것인지, 내가 가입한 종신보험이 정말 불필요한 것인지에 대한 결정에 있어 몰아가기 식의 논리에 매몰되는 것을 경계해야하며, 내 가족과 나의 인생에 대한 철저한 통찰과 객관적 분석이 먼저라는 것을 힘주어 말하고 싶은 것이다.




이수현 손해사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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