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수현 Mar 02. 2021

당연한 ‘재해’ 주고 ‘상해’ 덮기


지난달 2일 배포된 금융감독원 보도자료에 의하면 금감원은 ‘재해보험금 약관 개정이 안 돼 혼선이 생기고 있다고 언론이 지적했다’면서 이에 대해 보험업계는 ‘생명보험 표준약관의 재해분류표 개정을 신속히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이 지적한 혼선은 재해분류표에서 1. 보장대상이 되는 재해 중 ②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2조 2호에서 규정한 감염병에 코로나19가 해당하나 재해분류표 중 2.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재해에서는 ⑥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상의 ‘U00~U99’에 해당하는 질병으로 명시해 U코드로 분류되는 코로나19가 1. 보장대상이 되는 재해에도 속하고 2.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재해에도 속하므로 그 해당 여부가 약관 내용에 따라 상충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필자는 손해사정사로서 이 내용에서 상충되는 것이 보험금의 지급 여부를 판단하는 데 혼선이 될 내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재해분류표의 내용만으로는 지급 여부를 판단하는 데 부족한 것은 사실이나 보험약관은 법리상 ‘작성자불이익 원칙’에 의하여 해석하여야 하며 이는 상법의 ‘약관규제법 제5조 2항(약관의 뜻이 명확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되어야 한다)에도 반영돼 있으므로 이에 따라 해석하면 당연히 약관의 내용이 상충돼 그 해석이 다의적으로 될 때는 소비자에게 유리하게 해석해야 하므로 이는 논란의 여지가 없이 소비자에게 유리한 보험금 지급대상으로 해석하는 것이 맞다.



두 번째는 코로나의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이하 KCD분류라 한다) 상의 U코드 부여 문제이다.



코로나19의 KCD분류 코드는 U07.1(바이러스가 확인된 코로나바이러스 질환:임상 징후 또는 증상의 중증도에 관계없이 검사실 검사에 의해 확인된 경우에 이 분류번호를 사용할 것)과 U07.2(바이러스가 확인되지 않은 코로나바이러스 질환:임상 또는 역학적으로 진단되었지만 검사실 검사가 확정적이지 않거나 불가능할 경우에 이 분류번호를 사용할 것)이 적용 가능하다. 그러나 이것은 바이러스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코드이다.



코로나 감염으로 인한 증상에 대한 분류는 다른 코드가 부여된다. B34.2(상세불명 부위의 코로나바이러스감염)과 B97.2(다른 장에서 분류된 질환의 원인으로서의 코로나바이러스가 그것이다. B34.2는 감염되었으나 어느 부위부터 어느 부위까지 감염된 상태인지 특정할 수 없을 때 부여하는 코드이다. 그리고 B97.2에서 ‘다른 장’이라 함은 코드분류상 B영역(특정 감염성 및 기생충성 질환)이 아닌 다른 영역에서 코딩이 가능한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코로나19로 인한 폐렴은 필자가 KCD분류를 검색해본 결과 J12.88(기타 바이러스폐렴)로 J(호흡계통의 질환) 영역으로도 분류가 가능하다. 호흡기 질환의 원인이 코로나19였다면 그런 경우는 U코드가 아니라 B97.2로 분류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보험금 지급 여부의 논란의 대상이 되는 환자들은 B34.2 또는 B97.2코드로 분류되어야 하므로, 재해분류표의 2.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재해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논란의 여지가 없다. 애초부터 상충되지 않을 뿐 아니라 상충되더라도 기본적인 법리에 의하여 해결될 수 있다.



금감원이 지금 교통정리를 해줘야 하는 것은 당연한 재해분류표 해당 여부가 아니다. 전쟁 사태나 다름없는 국가적 재난 중 코로나19의 감염을 ‘급격, 우연, 외래’ 요건을 충족한다고 판단하여 상해로 판단할 수 있을 것인가? 이 세계적 팬데믹 상황을 한 개인이 거대한 보험사를 상대로 입증하도록 책임을 전가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금감원이 굳이 손해보험사는 거론조차 하지 않고 소비자에게 기존보다 보험사가 양보하고 금감원에 협조해서 생명보험사의 재해분류표의 해석을 코로나19가 재해로 인정되도록 하는 것으로 보여지도록 보도자료를 내는 것에 대해 손해사정사로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금감원이 지금 보험소비자의 입장에서 힘써줘야 할 것은 이미 정해진 내용이 아닌 입증책임이 소비자에게 있는 손해보험사의 ‘상해’이며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인하여 사망한 인원 중 대다수를 차지하는 노인층이 가입되어 있었을 가능성이 높은 상품은 인수조건 및 상품구성의 차이에 따라 생명보험의 재해사망보다는 손해보험의 상해사망이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진정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에서 국민이 보험소비자로서의 권리를 더욱 보호해주고 싶다면, 당연한 재해 말고 세계적 팬데믹을 개인이 입증해야 하는 책임을 금감원이 덜어줘야 하는 것이 진정한 금융소비자 보호일 것이다.








이수현 손해사정사


https://blog.naver.com/yoja123

작가의 이전글 종신보험의 위기②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