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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현 Jan 08. 2021

이수현 손해사정사가 정리해본 2020년 보험영업 현장


2020년 보험업계의 이슈들을 이수현 손해사정사의 시각에서 정리해보았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비대면 영업


원래 영업채널이 대면채널과 비대면채널로 나뉘어 있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대면채널 소속 설계사들에게 기존 방식을 벗어나 비대면 영업방식으로의 전환이 큰 숙제가 되었다. 이미 온라인상에서 설계사에게 연락을 해서 계약서에 서명할 때조차 만나지 않길 원하는 ‘담당설계사는 필요하지만 관계는 맺고 싶어하지 않는’ 비대면 청약가입자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었지만 본인의 선택이 아닌 상황에 의해 비대면이 필요해진 상황에 어떻게 영업인들이 대응하고 준비하는지가 2020년과 향후 영업인으로서의 생존을 좌우하는 지표가 된 것 같다. 과거에 비대면 계약은 설계사와의 관계 형성을 원치 않기 때문에 선택되어진 것이 주류였지만 이제는 비대면이라도 설계사와의 관계와 서비스가 변함없을 것이라는 신뢰를 주는 영업을 해야 한다.



■민식이법과 운전자보험


올 한해 경기 악화로 인해 연금이나 생명보험 등의 해약이나 실효가 빈번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내 주변 설계사들은 코로나19로 경기가 위축되자 신계약의 어려움이 아니라 계약유지의 위험에 대해 더 큰 공포감을 느끼는 듯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험업계를 그나마 버티게 해준 것은 민식이법 이슈로 인한 운전자보험 가입 혹은 리모델링이었을 것이다.



민식이법 제정으로 인한 운전자보험 가입 필요성은 이미 정부에서 미가입시의 공포를 전국민에게 교육해 준 셈이어서 언론이 대신 만들어 준 홍보자료 기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경기가 어려워 위축된 시기에 그야말로 확실한 공포마케팅이 되었다.



손해사정사로서 민식이법의 취지에는 동의하나 자동차사고 가해자가 모두 다 머리에 뿔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잘 아는 입장에서 그 내용에 대하여 전적으로 지지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2020년 코로나 팬데믹을 보험업계는 민식이법 덕분에 한 고비 잘 넘겼다는 긍정적인 효과 또한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설계사 수당의 1200% 한도


2006년 처음 보험업계에 발을 들여놓은 이후 설계사 수당은 이런저런 이유로 점점 축소되고 있다. 그러나 고객의 서비스 요구와 보험사의 설계사 역할 요구는 점점 커지고 있다.



고객은 설계사가 자신의 보험금 누수를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보험금 심사과정에서 인수과정에 문제가 생기면 미련없이 설계사를 배신(설계사 유책 주장)한다. 보험사는 2년 이내 보험금 청구시 모집경위서 요구가 이루어지고 5년, 10년이 경과한 계약까지도 모집 과정을 검증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렇게 설계사에 대한 요구 책임은 증대시키면서 소비자의 요구를 명분으로 업계는 설계사의 수당을 축소하고 있다. 이러다가 설계사가 기존에 단골 영업전략이었다고 했다면 단골을 유지 관리하는 비용을 부담할 수 없어 업을 포기하는 상황은 이미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이때, 고객들이 잃게 될 서비스의 질은 어떻게 대체할 것인지 의문이다. 그리고 정말 중요한 사실은 그렇게 설계사 수당이 여러 번 축소되는 동안 보험료가 절하된 적은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 제발 설계사 수당 과하다고 그만 보챘으면 좋겠다. 어차피 그래봤자 보험사에 설계사 수당 절하 핑곗거리만 될 뿐 보험료에는 반영이 안되니 말이다. 결국 설계사의 서비스 위축으로 소비자에게 돌아갈 뿐이다.



■이름은 멋진 스마트 오피스


“서울 중심가의 멋진 건물의 로얄층 사무실이 무료로 제공됩니다.”



서울 강남에 사무실을 둔 보험사 지점장의 직무설명회는 이렇게 시작되곤 했었다. 이제는 그 직무설명회를 하던 지점장 본인이 온전한 지점장실 하나 보전하기가 어려워졌다. 어렵게 확보한다 해도 증권파일과 약관들이 쌓인 옆에 간신히 책상 하나를 놓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험사들이 비용절감을 위해 아직 스마트화되지 않은 영업조직을 스마트 오피스로 몰아넣고 있기 때문이다. 설계사로 위촉되기만 하면 제공되던 무료 전화기, 유명브랜드의 책상과 의자가 이제는 개인사물함과 사무실 출입권으로 바뀌었다. 일 잘하는 사람의 상징이었던 책상 가득하던 고객파일은 다들 집으로 가져가든가 개인비용으로 사무실을 구해서 해결하기도 한다.



자동차 트렁크에 보관하다가 필요할 때 꺼내온다는 사람도 있었다. 모두가 불편해하는 것만은 아니다. 30대 초반의 설계사들 중에서는 왜 불평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사람들도 있다.



교차판매의 활성화로 인한 지점내 타사 계약서 체결비용 증가와 대면 채널 설계사 조직 관리력 약화로 근태관리가 무의미해지고 태블릿 청약서로 인한 업무매뉴얼 급변화 등 보험사가 스마트 오피스를 시행한 여러 가지의 설득력있는 이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유지계약의 상당 부분을 책임져 온 아직 스마트화되지 않은 설계사들에 대한 교육 제공이나 환경 변화에 대한 배려 없이 진행된 점은 보험업계의 일원으로서 매우 아쉬운 점이다.



이수현 손해사정사에게 기억된 2020년 보험업계의 변화를 정리해보았다.



안 그래도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세상에 코로나19 폭탄까지 떨어진 한 해를 보낸 모두 대단하다고 칭찬해주고 싶다. 오늘도 무탈한 그대가 진정한 승자!





이수현 손해사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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