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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현 Jan 09. 2021

법정상속인은 누구인가

보험청약서에는 반드시 기재해야하는 여러 내용이 있다. 이 가운데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것은 계약자, 피보험자, 수익자가 반드시 명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보험청약에서 이 중 하나라도 없으면 성립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서 수익자는 생존 시(입원 및 장해보험금 등 수령 시) 수익자와 사망 시 수익자로 나뉘게 되는데 사망 시 수익자는 보통 법정상속인으로 지정한다.



보험 계약의 과정은 업계의 매뉴얼에 따르면 7단계의 프로세스로 나눌 수 있다. 7단계 중 청약서 작성은 클로징이라는 마지막 단계이며, 청약서 작성 시 빈칸에 채워지는 그 한 칸, 한 칸의 의미는 깊이 새길 새도 없이 고객의 마음이 변할까봐 무서워 속전속결로 진행되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어찌 보면 생명보험의 가장 큰 의미인 사망 시 수익자는 보통 법정상속인으로 지정이 된다. 설계사 입장에서는 별도로 고객에게 서류 준비를 요청하지 않아도 되므로 서류 준비 과정 중에 쓸데없는 고민(계약을 할지 말지에 대한)을 할 여지를 주지 않을 뿐 아니라 추가 서류보완을 하지 않아도 된다. 고객 역시 절차의 간단함과 ‘법정’이라는 단어에서 오는 합리적인 느낌으로 인해 자신이 유고 시 남게 될 가족들에게 매우 공정한 선택을 했다는 위안을 받게 된다. 그러나 가족의 형태나 구성이 매우 복잡해지는 현대사회에서는 이 법정상속인의 범위를 상당히 고민해봐야 한다.



필자가 손해사정사로서 일을 하면서 만난 사례들 중 몇 가지를 나열해보겠다.



1. 20년 전 이혼하였고 중한 병에 걸린 피보험자를 친정 가족들이 3년간 병 구환을 하였으나 피보험자가 사망하였다. 각종 진단금(생존 중 보험사고라 할지라도 사망 이후 수령하는 보험금은 사망 시 수익자가 청구할 수 있음) 및 사망보험금의 법정상속인은 20년 전에 이혼하면서 헤어진 피보험자의 자녀 2명이었다. 중요한 것은 이들과 피보험자의 친정 가족들은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당시 몇억이었던 보험금을 한 푼이라도 받으려면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상속인을 찾아야했다.



2. 어머니가 사망하고 사망보험금이 1000만원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6남매. 아버지께서 보험금을 지급받도록 하기 위해 제출해야하는 위임서류인 인감과 인감도장이 날인된 위임서류를 작성하기 위해 다들 생업을 하루씩 미뤄야했다. 그리고 대표수익자인 아버지를 모시고 서류접수를 하려면 자녀 중 누군가가 며칠을 희생해야하고 아버지에게 이 상황을 설명해야 한다는 것이 있었다. 가족회의 끝에 결국 보험금 청구를 포기했다. 만약 아버지가 수익자로 지정되었더라면 6남매의 인감은 필요하지 않았을 것이고 아버지의 신분증과 통장사본을 전달받아 자녀 중 한 명이 우편접수를 했다면 사망보험금 지급은 이루어졌을 것이었다.



3. 남편이 사망하고 보험금 지급을 받기 위해 보험사에 문의했더니, 아들하고 사별한 후 연락을 끊은 며느리가 대습상속인이라고 한다. 전화 통화하기도 힘든 며느리와 손주의 인감 등이 필요하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불편한 며느리한테 보험금이 일부라도 가게 될까봐 싫다. 그러나, 법정상속인 전체의 인감이 있어야 대표수익자 지정이 된다고 하니 보험금을 포기할 수도 없고 심경이 복잡하다.



이상 나열한 외에도 여러분이 즐겨보는 드라마의 상황에만 대입해 봐도 머릿속이 복잡해질 것이다. 어떤 사고에서 얼마의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가도 중요하지만 그 보험금이 남겨진 가족에게 어떻게 전달되고 어떤 의미가 될 것인지에 대해서도 고객과 반드시 상의해보기 바란다. 보험을 가입할 때의 그 피보험자는 아마도 내가 사랑하는 법정상속인에게 보험금이 가길 바랄 테니 말이다.



※대습상속: 대습상속(代襲相續,antilapse)은 법정상속권자가 피상속인의 사망 전에 사망하거나 상속결격자가 되어 상속할 수 없는 경우 그의 직계비속(直系卑屬)이 대신 상속인이 되는 것을 말한다. 상기 세번째 예시의 경우 아버지가 사망하기 전 아들이 먼저 사망하여 상속결격자가 되었으므로 아들의 직계비속인 손자와 그 배우자가 아들의 상속권을 대신하여 상속인이 된다.





이수현 손해사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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