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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현 Jan 18. 2021

생존보험금

어느날 교통사고가 났다.



사고 당사자는 길동과 꺽정이었다. 길동과 꺽정은 나이도 40세로 같고, 입사 동기로 직장도 같다. 업무실적 또한 비슷하고 승진도 같은 시기에 했으며 연봉도 별 차이가 없다. 둘의 과실 비율이나 과거질환의 병력 또한 조건이 같다. 그런데 길동은 사고로 사지마비 장해를 입었고, 꺽정은 불행하게도 3개월간 중환자실 치료 후 사망했다.



누구의 자동차보험금이 클 것이라고 예상되는가? 대부분 이렇게 답변한다.



“당연히 사망한 꺽정의 보험금이 더 커야하는 거 아닌가?” 만약 “아니다”라고 대답했다면 보험에 대한 상당한 지식을 갖고 있음에 틀림없다.



일반적인 예상과 달리 살아있는 길동의 보험금이 3배 정도 많다. 아니 훨씬 더 많을 수도 있다. 자동차보험금은 여러 가지 항목의 손해를 산정해서 합산 지급한다. 사망 때의 손해항목은 위자료, 생존 때 치료비, 사고 이후 생존기간의 휴업손해, 생존했더라면 망인이 득했을 것으로 예상되는 소득, 장례비 등등이다.



길동은 위자료, 사고이후 합의종결 시점까지의 치료비, 합의종결 이후 사망예정 시점까지의 치료비, 사지마비 진단 시점까지의 휴업손해, 사지마비 장해진단 이후부터 노동가능연한까지 득했을 것으로 예상되는 소득, 여명까지 사용할 휠체어값, 여명까지의 기저귀값 등등의 비용, 그리고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사고이후 여명까지의 개호비(간병비)도 지급된다.



나열된 가짓수가 꺽정보다 길동이 많기도 하지만, 꺽정의 보험금에는 꺽정의 소득만 고려되는데 비해 길동의 보험금에는 길동을 돌볼 다른 사람을 위하여 지불하여야 하는 인건비가 있어서 40세의 나이를 고려했을 때 노동연한인 65세까지는 길동의 소득과 함께 1인의 도시일용임금이 합산 지급되며 노동연한 이후에는 도시일용임금으로 환산되는 개호비가 지급되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비용적인 측면에서 볼 때 사망한 사람은 돈을 벌어오지 않지만 더 이상 돈을 쓰지도 않는다. 하지만 경제활동을 할 수 없는 사람도 생존하는데는 비용이 크든 적든 발생하게 된다. 생존을 위한 그 비용이 단순한 의식주 뿐 아니라 누군가를 항상 옆에 두고 도움을 받아야 하는 비용이 추가로 발생한다면 그 비용은 슬픔의 눈물도 쏙 들어가게 하는 무거운 것이다.



그래서 나는 업무상, 배상사고의 손해액을 계산할 때면 항상 이런 의문이 들곤 한다. 왜 무조건 사망보험금이 커야한다고 생각하지? 진짜로 돈이 없어서 가족이 힘든 때는 피보험자가 사망했을 때가 아니라 치매나 파킨슨질병 등의 질병이나 사고로 인해서 생존을 위해 개호가 필요한 상태가 되었을 때인데.



나는 그래서, 전형적인 개호를 필요로 하는 질병인 치매를 위한 보험의 붐을 환영한다. 간병비보험도 보험인이 고객을 위해 열심히 알리고 팔아야 하는 상품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설계사를 대상으로 하는 강의에서 수강생들에게 잊지 않고 해드리려고 하는 말이 있다.



혹시, 아직 치매환자를 본적이 없다면, 간병의 고통으로 인해 일상이 무너져가는 사람들을 만난 적이 없다면, 그래서 내가 파는 상품이 고객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지 자신이 없어질 때면 당신이 파는 보험으로 인해 삶이 달라지는 사람들을 지금 이 순간에도 만나는 이수현 손해사정사가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라고.



“보험은 사람의 삶을 바꿀 수 있습니다.”






이수현 손해사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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