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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현 Feb 08. 2022

암보험의 함정


한국인의 사망원인 1위 암. 우리는 암이 무서워서 암보험에 가입한다. 암보험은 말 그대로 암 진단을 받았을 경우 보험금을 받아서 치료비와 치료로 인하여 중단된 경제활동에 대한 리스크를 대비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암보험에 가입해도 가입한 약관의 내용에 따라 암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암이 있다. 바로 유방암(C50), 기타피부암(C44), 갑상선암(C73), 방광암(C67) 중 비침습성방광암이다. 모든 상품이 다 해당하는 것은 아니나 대부분의 보험이 위에 나열한 암에 대해서는 소액암으로 분류하여 일반암 진단시 지급되는 보험금의 20% 정도만 지급을 한다. 그리고 암입원비, 암수술비 등도 역시 적게 지급되거나 해당되지 않는다.



갑상선암의 경우는 우리나라의 우수한 검진기술과 조기검진이 가능하도록 국가에서 검진을 장려한 결과 조기 진단이 용이한 덕분에 암환자 중 갑상선암환자의 비율이 급증하면서 보험금 지급 사례가 늘어나자 보험사에서 일반암의 정의에서 제외하였고, 이후 갑상선에서 림프절로 전이된 경우 림프암으로 청구하자 원발암(갑상선암)을 기준으로 한다는 약관 내용을 추가하여 갑상선암으로 진단받은 암환자의 암보험금 청구를 원천봉쇄하였다. 보험을 가입할 때 내가 암에 걸리면 2000만원을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갑상선암환자는 400만원 정도를 받게 되는 것이다.



유방암은 과거에는 여성암으로 분류되어 보험금이 추가 지급되는 상품도 있었는데 지금은 이 역시 소액암으로 분류하는 상품들이 많다. 이 또한 갑상선암과 비슷한 이유다. 기타피부암도 암임에도 불구하고 조기 진단 및 생존율이 높은 암이다.



보험사가 위와 같은 암을 소액암으로 분류하는 이유는 조기진단율이 높고 진단 후 생존율이 높을수록 보험사의 손해율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암에 걸리면 무조건 사망한다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만큼 항암약제나 여러 의료기술이 발전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치료방법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진단 이후 생존기간 동안 항암요법이나 방사선요법 등의 치료를 받는 기간 또한 길지 않았다.



그러나 해외에서도 환자들이 찾아오는 의료선진국이 된 지금은 암진단을 받고 너무 늦은 시기가 아니라면 항암, 방사선, 고주파치료 등도 받고, 복용하는 항암제 등도 종류가 많다. 수술방법도 반드시 위험도가 높은 개복 수술 뿐 아니라 감마나이프 같은 신기술이 개발되어 생존율을 높이는 수술방법이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다.



다시 정리하면 예전에는 암환자가 암진단을 받으면 암진단금, 암수술비 1회와 길지 않은 암입원 기간에 대하여만 보험금을 지급하면 되었고 납입면제 사유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진단 이후 생존 기간이 길지 않아서 납입면제기간 동안 받게 되는 보험의 혜택 또한 많지 않았었다.



그러나 이제 조기에 암을 진단받는 환자가 늘어남에 따라 보험금 지급사유가 증가하였을 뿐 아니라 예전에 비해 수술 및 입원치료를 시도할 수 있는 대상 및 방법이 많아져서 암치료 관련한 보험금의 지급사유도 증가하였다. 좋은 치료를 받을 수 있으니 당연히 암진단 이후 여명도 증가하였으므로 암진단을 납입면제 사유로 하는 경우 암치료를 받고 생존하다가 2대질병이나 장해진단금 등 다른 보험금의 혜택까지 누리는 경우가 보험사에게는 손해율로 작용하고 있다.



그렇게 보험사의 손해율에 악영향을 끼치는 대표적인 암이 조기 진단율이 높은 갑상선암 등이다. 그렇지만 갑상선암 때문에도 사람이 죽는다. 유방암 때문에도 사람이 죽는다. 기타피부암이 간과 대장으로 전이되어 고통받는다.



암보험 약관을 살피다가 문득 이런 의문이 들었다. 소액암으로 분류된 암으로 진단된 환자는 전이가 안되고 고통도 덜한가? 조기에 진단받지 못한 갑상선암은? 유방암은? 기타피부암이 온 몸에 전이된 환자는? 이 또한 암환자가 아닌가?



암요양병원에 가면 유방암 환자를 쉽게 만날 수 있다. 2019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전체 암환자 중 유방암(12.23%)과 기타피부암(3%), 갑상선암(15.53%)이 30%를 초과한다. 통계청에서 분류하는 암의 종류가 24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소액암으로 분류되는 암의 비중은 압도적이다. 그렇다면 사망원인 중 30%를 초과한다는 암환자에 내가 속하게 될까봐 가입하는 암보험이지만 사실상 암보험은 암환자 중 30%는 외면당하고 있다. 모든 국민이 암보험에 가입되어 있고 30%의 비율로 암진단을 받는다고 가정했을 때 암진단금을 제대로 받을 수 있는 환자는 21%뿐이고 9%는 소액암진단금 지급대상이라는 것이다. 또한 이 비율이 비침습방광암이나 대장점막내암은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일반암 지급대상에서 누락되는 비율은 더 높을 것이다.



나는 직업상 암요양병원을 자주 방문한다. 유방암으로 폐와 장까지 수술받은 사람, 갑상선암으로 시작해 뼈암으로 전이된 사람 등등. 암은 조기 진단이 가능하다고 해서 진행된 암이 그 위험도와 치료비가 다르지 않다.



암환자 중 30%는 일반암에서 소외될 가능성이 있다. 암보험 가입시 암진단금이라는 문구만 보지 말고, 일반암에서 정의하는 암의 범위를 정확하게 인지하고 소외되는 30%에 대한 준비도 반드시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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