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el의 매일 기록하기 2021년 2월 10일 수요일
우연히 저녁을 먹으면서 TV 채널을 돌리다가 동상이몽에서 노사연-이무송 부부의 졸혼에 관한 내용을 봤다.
부모님과 함께 식사 중이었는데, 사실 부모님도 요즘 사이가 약간 삐걱거렸고, 그 부부의 나이 때가 또 얼추 비슷하기 때문에 어쩌면 남일 같지 않은 내용이었다.
나도 처음부터 본 것은 아니라 정확히는 알 수 없으나,
28년간 살아오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표현하지 못했고, 어떻게 느끼는지에 대해서도 표현하지 못하고 살아왔었기 때문에 그 골이 깊어져서 지금의 상처 받은 영혼들이 된 것 같았다.
지난 10년간 행복하지 않았다는 남편과 그럼 나는 그 전 18년이 행복하지 않았다는 아내.
자신을 그대로 믿어주길, 남편으로써 가장으로써 그냥 나의 선택과 행동을 존중해 주길 바라는 연하 남편,
노사연 남편 이무송으로 살고 있는 인간 이무송.
늘 밝고 행복해야 하고, 나는 결혼 잘한 행복한 여자여야 하고,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살고 싶은 연상 아내,
44년 차 연예인 노사연으로 살고 있는 인간 노사연.
이 둘은 각자 자기의 상황과 바람 때문에 온전히 나일 수 없었고, 또 나의 바람을 채워주지 않는 상대방 때문에 잔소리하게 되고 자존심이 상하게 되고 상처 받게 되고 그 골이 깊어지게 되었다는 것이 보였다.
사실 이게 비단 그들만의 일일까?
당장 우리 부모님만 해도 그렇고 혹은 수많은 부부들의 상황이 아닐까?
하나의 에피소드가 나오는데 거기에 아빠와 나의 대화까지 첨부해 보겠다.
노사연은 이무송이 수염 기르는 것이 싫었다. 안 기르면 안 되냐고 물어봤지만 이무송은 고집스럽게 길러왔다.
노사연은 내가 멋있다고 하면 깎는 건 아닐까? 내가 싫어해서 그냥 나 때문에 하는 건 아닌지 이런 생각까지 든다고 한다.
하지만 이무송은 나름의 이유가 있어 수염을 길렀다고 한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자신만의 추모의 방식으로 수염을 길렀던 것이라고 한다.
옛날처럼 3년상 같은 것은 할 수 없으니 나만의 방식으로 돌아가신 부모님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것이었다고.
그런 이유가 있어서 기르는 거였기 때문에 아무리 깎으라고 해도 깎지 않았다고 했다.
그 걸 보고 내가
"그럼 부모님을 추모하기 위해서 기른다고 말을 하면 되잖아 노사연한테 말은 한 건가??? 말을 안 했으니까 깎으라고 난리 쳤겠지!"
그랬더니 아빠가
"말할 상황이나 기회를 줘야 말을 하지. 말도 타이밍이고 분위긴데. 뭐 둘이 사이 안 좋고 티격태격하는데 갑자기
그래! 내가 부모님 돌아가신 거 때문에 내가 수염 기른다! 이럴 수 있냐고. 말을 못 하게 만들어 놓고선"
나는 이 대화에서 두 상황이 다 이해가 되었는데 그렇지만 그것도 참 씁쓸했다.
결국 자기의 입장에서만 또 생각을 하고 행동한다는 것인데, 말할 기회를 안 줘서, 말할 기회가 없어서 말을 안 했다는 것은 아내의 문제인 걸까? 정말? 아내가 그렇게 싫다고 깎으라고 수차례 말했을 때 그때 그런 나름의 이유를 말해줬다면 아내가 닦달했을까? 또 반대로 평소에 얼마나 닦달하고 쥐 잡듯이 잡았으면 자기 부모님을 기리기 위해 수염을 기르는 거라는 그 말을 아내한테 못 하고 안 하고 살아왔을까. 그런 말을 하는데도 눈치를 보고 해야 하는 건가. 씁쓸하다. 그리고 그 씁쓸함은 우리 부모님한테도 적용된다.
그 프로그램을 보면서 가족의 대화 시간을 갖고 싶었지만 부모님은 그 누구도 자신들의 이야기를 꺼내어 이 상황을 심각하게 만들려고 하지 않았다. 정면으로 부딪혀야 상처가 나고 다시 새 살이 돋는 것일 수도 있는데, 상처 나고 피나고 아픈 시간이 싫어 그냥 피해 가는 것 같았다. 언젠간 터지거나 언젠간 서로 포기하는 날이 올까.
그 영상에서 부부 상담 전문가가 나와서 한 말이 있다.
"상대방을 바꾸는 유일한 방법이 있다. 그것은 나를 바꾸는 것이다"
어차피 내가 안 바뀌는 것만큼 상대방도 안 바뀐다. 제발 그냥 인정하고 살자 그게 서로가 한번 사는 삶을 행복하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