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알고 그땐 몰랐던 것

지금은 없고 그땐 있었던 것

by 요진
돌부터 바로 어린이집을 보낸다고?


며칠 전 어머님, 아버님을 뵈었을 때 돌이 지나면 봄이를 어린이집에 맡겨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니 아버님이 화들짝 놀라며 말씀하셨다.


처음엔 왜 이렇게 놀라시지 했는데 좀 더 생각해 보니 어머님 아버님 세대는 전업으로 아이를 키워낸 시대였으니 그럴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 곁에서 아이들을 케어해 줄 수 있는 엄마라는 존재가 그땐 있었고, 지금은 없는 것이다.


물론 그 시절에도 본인의 커리어를 유지했던 엄마들이 있었다. 이 경우 대부분은 할머니가 엄마의 존재를 대신했는데 지금과 비교하면 그 비율은 훨씬 적었을 거라 생각한다.


아무튼 커리어를 유지하는 엄마의 비율이 늘어나면서 황혼 육아에 뛰어드는 할머니의 비율 또한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정부에서도 이런 흐름을 놓치지 않고 '조부모 돌봄 수당'과 관련된 각종 정책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2023년 9월부터 '서울형 아이돌봄비'를 개시한다는 서울시의 정책과 관련된 기사 제목
조부모 돌봄비.png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어나고 맞벌이가 늘어나면서 육아를 이유로 여성에게만 일방적인 포기와 책임을 강요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남편의 말을 들어보면 이제는 남자들도 배우자를 찾을 때 상대의 경제력을 많이 고려한다고 하니, 그만큼 맞벌이는 필수적이면서도 너무나 자연스러워진 요즘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렇다고 남성의 육아휴직 제도 활용이 자유로워진 건 아니라는 사실이다. 여전히 남성들의 육아휴직은 일부 아빠들의 전유물일 뿐이다.


아이를 낳고 키움에 있어 돈만큼이나 확보되어야 하는 것은 육아를 할 수 있는 믿을 만한 사람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단어는 "믿을 만한" 이다.


그래서 육아 도우미 또는 어린이집만큼은 공급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양보다 질에 집중된 공급이 필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정부가 도입한다고 하는 외국인 노동자를 활용한 도우미 서비스에 얼마만큼의 호응이 있을지 사실 잘 모르겠다.


주변을 보아도 외국인 돌보미는 피하는 분위기인데, 장시간 붙어있다 보면 아이들의 억양이 달라지기도 하고 서로 문화가 달라 불편하니 꺼리게 된다고 한다.


돌 이후 보낼 수 있는 0세 반 어린이집은 인원에도 제한이 있어 대기를 걸어도 수용될지는 알 수 없다고 하니 이쯤 되면 아이를 낳더라도 대체 어떻게 키워야 하나 생각을 하게 된다.


실제로 대형 회계법인에서 회계사로 일하던 친구는 끝내 어린이집 순번을 받지 못했고, 육아휴직 복직 얼마 후 퇴사를 결정했다.

친구의 경우, 아이가 거의 4살이 되었을 무렵 신청했던 어린이집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고 한다.


물론 이마저도 다른 직종 대비 상대적으로 쉽게 다시 일을 시작할 수 있는 전문직이었기에 커리어를 완전히 포기하지 않고 할 수 있는 선택이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한다고 내가 자라며 받았던 엄마의 케어와 시간이 얼마나 크고 위대했는지 그땐 몰랐다. 아니, 임신하기 전까지도 미처 몰랐다.


만약 내가 아이를 가지지 않았다면 엄마가 나를 위해 포기한 많은 것들을, 그 많은 시간들을 미처 다 알지 못한 채로 살아갔을 것이다.


하지만, 한 명의 아이를 낳아 키우는 데에는 참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지금은 안다.


임신을 하고 보니 지금은 알고 그땐 몰랐던 것들이 참 많다.





이전 08화임신 후 푸바오가 된 사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