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친정 다녀올게!

모든 드라마 대사에는 이유가 있다

by 요진
나 친정 가서 며칠 있다 올 거야!
나 찾지 마!


신파 드라마 대사에서 한때 많이 이용되던 말이다.


나 또한 임신 중 여러 번 친정을 찾았다.


안정이 필요한 상황에서 남편이 집을 비워야 할 때면 고민 없이 짐을 쌌다.


나를 온전히 위해주는 사람들과 함께 지낼 수 있고, 마음 편히 언제든 쉬러 갈 곳이 있다는 사실은 그것만으로도 참 많은 위안이 되었다.


임신 중 눕눕을 해야 할 때가 많아 남편의 케어를 많이 받았던 나는 그 챙김이 좋으면서도 한편으론 고마움과 함께 미안한 마음이 들 때가 많았다.


(남편은 엄마가 아니다)


저녁을 함께 먹고 이른 시간부터 쓰러져 잠든 남편을 볼 때면 짠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오랜만에 간 친정에서 잊고 지냈던 엄마의 케어를 받으니 이렇게 좋을 수가!




결혼 전 독립해서 살아본 적 없는 나는 20대 후반 즈음부터 엄마의 섬세한 챙김이 부담으로 다가올 때가 많았다.


하지만 임신 중 찾은 엄마집은 한마디로 천국이 따로 없었다.


엄마도 결혼해 따로 살던 딸이 오랜만에 함께 지내니 반가웠는지 일주일 내내 건강식 위주의 식단을 짜고 그동안 못했던 케어를 쏟아내기 바빴다.


모녀관계란 참 신기하다. 멀어지면 그립고 가까워지면 멀어지고 싶은 걸 보면.


엄마라는 존재는 내게 항상 그랬다.


조건 없이 기대고, 사랑받으면서도 그 사랑에 눈치 보지 않아도 되는 사람.

그 사랑이 좋으면서도 나의 영역에 너무 많이 들어오면 간섭한다며 밀어내던 사람.


서른이 되어서도 엄마를 온전히 헤아리지 못하던 딸은 봄이를 품으며 엄마에 대한 생각을 참 많이 하게 됐다.


크디큰 엄마의 존재와 엄마의 조건 없는 사랑을 느낄 때마다 생각한다.


과연 내가 봄이에게 이런 엄마가 되어줄 수 있을까.


나만 생각하고, 나의 것을 이루기 위해 지금껏 살아온 내가 엄마라는 역할을 잘 해낼 수 있을까.


나중에 봄이가 컸을 때 생각만으로도 든든한 친정이 되어줄 수 있을까.


지금의 내가 그러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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