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후 달라진 부부관계
길에서 쓰러진 남편의 후일담
아이가 생기기 전까지 연애와 결혼의 가장 큰 차이점을 꼽으라면 그 한 가지는 바로 '가족으로서의 결속력'이다.
아이가 있기 전까지는 사실 결혼을 해도 일상생활에서 크게 달라지는 부분은 없다. 데이트를 하고 함께 귀가할 수 있다는 안정감과 밖에서 불필요한 지출을 아낄 수 있다는 변화 외에는 나에게 크게 영향 주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단 한 가지, 서로의 가족을 마주해야 한다는 사실을 제외하고는.
그래서인지 주변을 보면 자녀가 없는 부부가 문제를 겪는 경우 대부분 서로의 가족으로부터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이미 남편과 결혼을 하며 한 차례 가족으로서의 결속이 생겼다는 느낌을 받았고, 그 변화가 비교적 평온했기에 나는 아이가 생겨도 우리의 관계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임신을 하고 우리의 아이가 태어난다고 생각하니 우리 부부의 관계에는 그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가족으로서의 애틋함'이 생기기 시작했다.
1. 나의 변화를 일깨워준 남편의 미국 출장
지난 7월, 남편이 무려 일주일이나 미국으로 출장을 다녀오게 되었다.
나에겐 돌아다닐 자유가 제한적이었기에 남편이 없는 동안 가족들과 함께 있을 수 있는 친정에 가 있기로 했다. 연애할 때부터 종종 남편의 해외 출장은 있어왔기에 처음엔 그저 '이번에도 가는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나를 친정에 데려다주고 집으로 나서는 남편의 모습을 보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을 느꼈다. 문 앞에서 남편과 인사하는 것의 어색함, 잠시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애틋함, 그리고 다음 날에야 분명해진 걱정이라는 감정까지.
비행기가 떠야 하는데 날이 안 좋으면 어쩌지
미국도 날이 정말 덥다던데 다녀와서 병나는 건 아닐까
연애할 때보다 조금 더 진중해진 마음이었다.
사업을 하는 아빠가 종종 출장을 갈 때면 출장지에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기 전까지 엄마는 깊은 잠을 못 이루곤 했다. 당시 나는 참으로 평온하게 잠들며 그런 엄마를 이해하지 못했었는데 이제야 엄마의 마음이 어떤 것이었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함께 자녀를 낳아 키우는 부부라는 건 이런 관계인 걸까
신기하게도 남편의 미국 출장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남편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2. 길에서 쓰러진 남편의 후일담
더운 여름, 순간 발을 헛디디며 발목을 접질린 남편은 순간 눈앞이 하얘지며 속이 울렁거려 도저히 일어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대로 땅에 주저앉아 진정될 때까지 기다리는데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렇게 내가 쓰러지면 우리 요진이랑 봄이는 어떡하지?
그 순간 나와 봄이 생각뿐이었다며 길에서 쓰러졌던 이야기를 전하는 남편을 보며 다시 한번 우리 사이의 가족으로서의 결속을 느꼈다.
만약 우리가 그저 연애 중이었거나 아이가 없었다면 그 순간 남편이 든 생각은 달랐을까?
오빠 없으면 봄이는 누구랑 키워.
나 그럼 다른 사람 만나도 돼?
딱 5년만 oo 집에서 친정 식구들이랑 같이 지내며 봄이와 혼자 지내면 안 돼? 바로 다른 사람 만나면 내가 너무 슬플 것 같아.
농담으로 시작한 말이었는데 남편의 대답을 들으니 괜스레 눈물이 났다.
봄이가 아니었다면 그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한다며 웃어넘겼을 텐데 봄이와 남겨질 나의 모습을 생각하니 남편의 부재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소리 없는 눈물이 흘렀다.
그 순간 이렇게 우리가 진정한 가족이 되어가는구나 생각했다.
두 사람이 함께 키워내야 할 공동의 존재가 있다는 것이 이렇게 우리 관계에도 영향을 줄 수 있구나.
임신 후 우리 부부 관계는 이렇게 변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