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바보' 신드롬
약 2년 전부터 주변에 아기 엄마가 하나 둘 생겨나기 시작했다.
아직 아기가 없는 유부녀들은 공감할 텐데 자녀가 없는 유부의 삶은 사실 싱글일 때와 크게 차이가 없다. 하지만, 작은 가족이 1명 더 생기면 그 일상은 완전히 바뀔 수밖에 없다는 것을 우리는 본능적으로 안다.
취업이 늦어져서였든
결혼이 늦어져서였든
혹은 출산과 육아가 자신이 없어서였든
첫 출산을 겪는 여성들의 나이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나와 친구들만 보아도 그렇다.
주변 친구들의 80%가 어느덧 유부녀의 대열에 합류했지만, 그중 50% 이상은 아직 자녀가 없다. 조리원에 다녀온 친구들은 말한다.
우리가 딱 조리원에서 평균 나이라고.
어느덧 30대 중반이라는 나이가 초산의 평균 나이가 된 시대가 온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우리 중 어느 누구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친구들끼리 모여도 누구 하나 자녀계획에 대해 딱히 먼저 묻지 않는다.
어쩌면 결혼을 하고 자녀를 낳는 것이 순리라는 사회적인 통념이 그저 사회가 정한 고정관념에 불과하다는 것을 우리들 세대는 모두 깨달은 것인지도 모른다.
난 그냥 조카로 만족할래.
굳이 내 아이는 없어도 돼.
라고 말하는 일명 조카바보 이모, 고모, 삼촌들이 늘어나고 있다.
간혹 기사에서는 '조카바보' 신드롬으로 일컫기도 하는데 멀리서 찾을 필요도 없이 나의 하나뿐인 여동생만 하더라도 곧 9월에 태어날 조카를 기다리는 조카바보(예정) 이모다.
동생은 결혼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며
아기는 낳을 생각이 없다고 일찍부터 부모님께도 선 그어 말했다.
내 동생뿐 아니라 남편의 동생 또한 근시일 내에 엄마가 될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즉 우리 집만 하더라도 벌써 2명의 조카바보 이모, 고모가 대기 중인 셈이다.
아기 울음소리를 들을 일 없는 집안에 1명의 아기가 자리하는 것이 얼마나 큰 의미인지 잘 알고 있다. 엄마의 남자형제, 즉 나의 삼촌들 중 2명이 정말 늦은 나이에 아이가 생겼기 때문이다.
나와 같은 항렬임에도 25살이 넘게 차이나는 아기가 연달아 태어나면서 어른들만 있던 적막한 시골집의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어린 조카가 그리도 귀여운지 아빠에게 이런 모습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아빠는 조카들에게 "헤어지기 싫은 고모부"가 되었다.
아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조차도 귀여운 아기와 마주할 때면 절로 미소를 짓곤 한다. 하지만, 나의 아기를 낳아 힘든 순간들을 마주하며 육아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이다.
"아기는 귀엽지만 엄마는 되기 두렵다"라고 말하는 그 마음을 나도 알 것만 같다.
임신 5개월이 넘은 지금도 나는 여전히 무섭기 때문이다.
아직도 내가 엄마가 된다는 것이 믿기 어렵고,
잘 해낼 수 있을까 두렵다.
그래서 엄마는 되기 두렵다고, 아기는 너무 좋지만 자녀계획은 아직 모르겠다고 말하는 수많은 친구들의 마음이 이해가 된다.
나 또한 아기를 그렇게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고, 뱃속에서 봄이의 태동이 활발히 느껴지는 지금도 과연 내가 봄이를 잘 낳아 키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모두가 처음부터 모성애가 뿜어져 나오는 완벽한 엄마가 될 순 없다.
그래서 나는 계속 기록해보려고 한다.
나의 성공과 안녕만이 최우선이었던 내가 봄이를 낳고 키우는 과정 속에서 어떤 고민의 시간을 겪고, 어떻게 나와 자녀 사이의 밸런스를 맞춰갈 수 있을지.
언젠가 나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공감되길 바라면서.